윤영헌/편집국장

정지영 감독의 특별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 개원하는 ‘배움과 나눔 평생교육원’을 찾았다. 정 감독은 고양신문의 애독자이기도 하고 지난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를 결산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한 인연도 있다.

캐주얼 차림으로 연단에 선 정 감독은 이번 어린이영화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영화를 감상하는 법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영화의 수준이 헐리우드보다 더 높고, 우리 관객의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말했다. 영화 전문가의 얘기가 아니면 선듯 수긍하기 어려운 얘기다. 우리 영화보다 수십배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헐리우드 영화보다 우리 영화가 낫다니!

정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영화는 매우 화려하고 다양한 것 같지만 영화를 만드는 공식이 있어 단순한 구성이라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이 재난을 만나 고생을 하고 영웅적인 활동으로 가정을 지켜내고 행복을 되찾는다’는 단순한 공식이라는 것이다. 그의 얘기를 듣고 보니 미국영화는 정말 이 틀을 벗어나는 경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미국영화와는 달리 우리 영화의 큰 흥행작인 친구, 쉬리, 실미도, 동막골 등은 모두 비극으로 끝을 맺고 있다.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 관객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정 감독은 관객의 수준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또한 일반 상영관에서 외국영화를 더빙하지 않고 자막으로 처리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으며 외국 배우의 육성을 들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수준높은 관객이 우리라고 한다.

그는 영화 속 내용이 인종 민족 남녀 계급 세대 성 등에 대해 열려있는 영화인지 닫혀있는지를 잘 살피라고 한다. 우리가 재미있게 봤던 007시리즈는 예외없이 편견이 가득찬 영화이며 .현재 미국의 모습이 이 영화를 닮았다고 한다.

이날 강의는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영화 전문가가 아니면 참으로 듣기 힘든 얘기였다.
고양에는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으로 많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고양시민과 같이 하는 자리는 많지 않다. 고양신문도 우리 도시에 거주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멍석을 까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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