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최근 한 방송사는 행주산성 근처의 한 농업용수로를 취재하면서 농업기반공사가 농수로를 콘크리트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음을 밝히고 이로 인해 심각하게 환경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농업기반공사가 올 한 해 동안만 전국 434개 지역에 총 3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수리시설 구조물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부터 실시된 이 사업이 내년까지도 계획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재정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고 개탄할 만한 일이다.

농업기반공사는 이번 수로개선 공사가 태풍과 집중호우 등 이상 기후로부터 수로의 유실이나 매몰 등의 피해를 방지하고, 수초의 번식이나 토사퇴적에 의한 통수장애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농업인들의 영농편익을 제고하며 흙수로의 누수 손실에 의한 농업용수 낭비요인을 제거할 목적으로 시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공화 된 하천들을 모두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는 논리이다. 농업기반공사의 주장대로 수로유실 방지, 통수성 증가, 누수손실 제거라는 기능적 이유를 내세우자면 왜 청계천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그 무거운 콘크리트 뚜껑을 벗어던지고 복원되어야만 하는지,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수많은 복개 하천과 인공 하천들을 다시 자연하천으로 되돌리려고 그토록 애를 쓰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하천을 둘러싼 구조물들을 모두 해체하고 있는데 우리 고양에서는 하천을 다시 콘크리트 구조물로 감싸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농수로는 덕양구와 일산구에 각각 1개소씩 총연장 8.8km 구간이다. 사업대상인 관내의 농수로는 수십 년간 자연화 과정을 통해 자연하천으로 변화된 곳이다. 농수로의 밑바닥에는 황토 뻘층이 형성되어 천연의 자연 방수막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의 주장대로 농수로가 자연화 되어 있기에 콘크리트보다 물낭비가 심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게다가 수십 년간 농수로를 통해 흘러온 물은 자연적인 습지와 하천 생태계를 만들어 내면서 한강을 따라 움직이는 수많은 철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인근 수생식물과 물고기, 동물들의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연형 농수로를 통해 흐르는 물은 수많은 수생식물과 습지 생태계를 통해 자연정화 작용을 통해 논으로 흘러들어가는 물들이 깨끗하고 맑은 상태로 공급되도록 하고 있다.

이웃한 김포에서는 자연형 농수로를 지역문화 축제와 연결하여 생태하천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고, 안산에서는 자연 농수로 안에 희귀 보호종인 금개구리가 살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다른 지역처럼 더욱 더 노력을 해서 이를 보존하지는 못할망정 우리의 자연환경이 더 이상 파괴되고 파헤쳐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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