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공식안치소 아직 미지정 ... 올해로 만 12년째 부검실에서 성묘

금정굴 유족회는 추석 전인 지난 9월 20일 유골들이 안치돼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추석 약식 제사를 올렸다. 서병규 유족회 회장 등 20여명이 모인 이날 성묘에서 유족들은 서울대병원 제2병동 부검실 벽면에 층층이 쌓인 유골 앞에서 술을 따르고 절을 올렸다. 서병규 유족회 회장은 이날 성묘에 참석한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에게 이곳에서나마 유해를 안치토록 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전하며 "학살로 비명에 간 부모와 형제를 편안히 모실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만 12년째 양지바른 묘소가 아닌 부검실에서 성묘를 올리는 것에 대해 유족들은 저마다 불만을 토로했다. 발굴된 유골이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방치된 상태로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공식안치 절차를 밟지 않는 진실화해위의 안이함에 대해 저마다 성토한 것. 또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지고 처음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한 푼 지원 없이 유족들의 힘만으로 치러지는 이번 위령제에 대해서도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성묘에 참석한 진실화해위 대외협력과 유한범과장은 "당장에 국가차원에서 위령제를 지내는 데 예산이 책정된 바 없다"고 밝힌 후 "국가차원의 위령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에 대해 고양금정굴 학살공대위 이춘열 집행위원장은 "유족들이 절박하게 원하는 건 위령제가 가지는 상징성"이라며 "당연히 국가가 공식 인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의 돈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국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제사를 마친 유족회 중 한 명은 "어릴 때 아버지 얼굴과 닮았다던데 이 많은 유골들 중에서 어느 것이 내 아버지 것인지 알 수가 없는데 내가 죽어서야 내 해골과 똑같은 게 가려지려나" 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해는 1995년 9월 26일부터 약1주일간 유족 등 민간차원에서 발굴된 이후 49일이 지나서 서울대의대 이윤성 교수의 도움으로 지금의 서울대의대 부검실 면에 안치되었다. 이윤성 교수는 감정결과를 통해 오른쪽 대퇴부가 부식되지 않고 온전한 것만 최소 153구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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