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피플 - 여준구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많은 사람들이 대학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지역에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귀한 줄 모른다. 고양엔 한국항공대학이 있다. 항공우주과학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다. 다른 어떤 대학들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국제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 항공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인천공항은 3년 연속 세계최우수공항으로 뽑혔고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는 안전성면에서도 세계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모두 항공대 인재들이 뛰고 있는 현장들이다.

항공대의 경쟁력은 곧 학생과 교수진의 경쟁력이다. 항공대의 지난해 수시경쟁률은 36.6대 1. 대학입시 성적은 수도권 5위, 대기업 취업률은 전국 4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1개도 흔치않은 국가지정연구실이 항공대엔 4개에 이른다. 항공대는 최근 미국 GE와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각각 500만불씩 지원받아 국제공동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적인 공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들이다. 4만평, 활주로를 빼면 비좁기만 한 열악한 환경에서 거둔 성과로는 기대이상이다. 항공대는 이제 고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교육과 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항공대학을 관심 있게 지켜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항공대가 임자 만났다’고 말한다. 지난해 새로 온 여준구 총장을 두고 하는 말들이다. 여준구 총장은 하와이주립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지낸 로봇박사로 저명한 석학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교수로 발탁됐고 30대 초에는 과학계의 노벨상이라 알려진 미국국립과학재단 대통령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준구 총장은 경영마인드와 비전이 확실한 리더로 거침이 없다. 여 총장의 목표는 항공대를 항공우주분야의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키는 것, 그리고 고양과 더불어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고양을 싣고 세계로 비상 하겠습니다” 여 총장은 고양에 대한 기대가 크다. 25년을 미국에서 보낸 여 총장에게 지역과 대학은 절대적인 파트너로 어느 한쪽도 모자람이 없이 서로를 지원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 총장은 학교가 먼저 지역으로 문을 활짝 열고 손을 내밀겠다고 한다.

▲ 로봇공학 석학으로 미국에서도 저명한데, 어떻게 항공대 총장으로 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또 취임 이후 어떤 일에 주력했는지도 알고 싶다.

보통 특별한 인맥이 있어서 낙점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항공대 총장을 새로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서를 제출했고 까다로운 심의 절차를 거쳐 공개 채용됐다. 총장 취임 이후 주력한 사업은 우선 대학 위상을 항공뿐만 아니라 우주분야로 넓히는 일이었다. 또 지역과 대학을 연계하는 일에 주력해 항공우주산업을 고양의 중심산업으로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항공과 우주과학을 연계해 발전시키는 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우주대학원(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위성과 발사체(로켓)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첨단 우주기초원천기술에 필요한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육성하하기 위해서다. 우주대학원에서는 위성시스템공학, 발사체시스템공학, 우주로봇공학 등 첨단 우주과학산업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게 될 것이다. 또 항공대 인근의 고양지역에 우주과학 연구센터, 우주박물관등 관련 시설을 건립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주대학원을 졸업하면 미국 NASA에서 일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도록 인력교류협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 항공대는 항공우주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다. 그러나 학교시설은 열악하다. 무엇이 가장 큰 장애인가.

규제가 너무 많다. 군사보호구역, 그린벨트, 수도권정비계획법, 비행장 고도제한 등등 각종 규제로 건물 하나도 자유롭게 지을 수 없다. 그린벨트 규제는 많이 완화됐지만 군사보호지역 규제는 여전하다. 학교 인근이 경의선 비행기 활주로 등으로 가로막혀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구시설을 증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부지에서 확장이 불가능하다면 인근 지역으로 나가는 문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고양시의 지원이 절실하다.

▲ 외국의 경우 지역대학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핵심 거점이 되고 있다. 항공대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가 무엇을 지원해주길 원하는가.

항공대는 고양시 유일의 4년제 대학이고 작지만 강한 대학이다. 지역사회는 항공대에 인프라구축 등의 재정적 지원을, 항공대는 지역사회에 경쟁력 있는 미래 산업인 항공우주산업의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대학은 이제 상아탑에 머물러 있지 말아야 한다. 지역사회를 성장시키고 지역과 기업, 대학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 대학이 먼저 손을 내밀 것이다. 고양의 대표산업으로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한다면 항공대라는 거점을 통해 고양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 관심과 참여 정책지원을 당부하고 싶다. 항공우주 부품산업은 엄청난 부가가치와 인력고용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 학교경영의 원칙 몇 가지만 꼽아본다면
실수까지도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는 적극적 책임과 상호존중, 정신적 물리적 안전, 그리고 보다 완성된 도덕적 인간을 향한 온전함, 그리고 구성원과 대학, 대학과 기업, 대학과 지역을 상호 연계하는 적극적 참여를 중시한다. 또 하나의 원칙은 세계속으로 항공우주분야는 국내시장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작다. 항공대가 배출한 인재들은 이제 세계를 무대로 나갈 것이다. NASA에서 일하고 유럽 항공사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