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 ‘흰지팡이의 날’ 잔치


시각장애인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작은 잔치를 열었다.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일일찻집 등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행사는 있었지만 시각장애인들만의 잔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잔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에서 사회단체보조금 175만원을 지원해 줘 오늘 행사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회단체보조금의 씀씀이를 알고 있다면 ‘이제, 겨우... 불만이 쏟아질 법도 한데, 감사의 인사를 먼저 꺼낸다.

잔치는 10일 화정동 컨벤셔 뷔페에서 11시에 열렸다. 이날 은 제29회 ‘흰지팡이의 날’이자 82회 ‘점자의 날’이다. 두 기념일을 자축하며 치러진 이날 잔치에는 40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모였다.

“누구든 흰지팡이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들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또 하나의 표시인 것입니다.”

홍금희 회원은 흰지팡이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흰지팡이 헌장’을 낭독했고 뒤이어 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찾은 회원들에 대한 시상식, 장기자랑이 열렸다.

상을 받은 주인공은 김영훈(24세)씨와 이혜영 씨. 김영훈 씨는 4년 전 군대에서 사고로 실명 했으나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컴퓨터 강사 일을 하며 삶의 의욕을 되찾고 있다. 이혜영 씨 역시 4년 전 교통사고로 실명했으나 장애를 딛고 보통사람들처럼 새 삶을 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장애 이후 수 년 동안 집밖 몇 발짝도 나오지 못하며 은둔했으나 시각장애인협회와 연결되면서 새 삶의 활력을 얻은 경우다.

박찬식 시각장애인협회 고양시지회장은 “시각장애인의 가장 큰 고통은 삶을 포기하는데 있다”며 “장애를 인정하고 장애를 딛고 보통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조한다. 박 지회장은 다른 어떤 사회단체나 장애인단체보다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재정도 역량도 따라주지 못해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1급 시각장애인인 박 지회장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만들기’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컴퓨터 강좌와 점자교육, 보행실습 등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새빛안과 등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볼링동호회를 이끌고 있다. 운영기금을 조금이라도 마련해보기 위해 휴지판매사업도 시작했다.

박 지회장의 꿈은 시각장애인들이 잠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도 받고 운동도 하고 음악도 듣고...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곳. 시각장애인들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희망의 동기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지회장은 10평 남짓한 시각장애인 지회 사무실에서 매일 매일 ‘희망의 쉼터’를 설계한다.
<문의 969-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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