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봉사회의 아름다운 기록

한 작은 봉사회의 아름다운 기록이 나눔과 봉사의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적십자 장항봉사회는 지난 99년 모임을 시작한 이후 10년 동안 70000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 회원 20여명이 릴레이로 3650일 동안 매일 19시간씩 봉사활동을 펼친 셈이다. 복지관 급식,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저소득층 밑반찬 만들기, 다문화 가정 생활지원 등등 이들의 봉사는 대부분 고된 노동이다. 봉사뿐만 아니다.

장항봉사회는 나눔과 기부에도 늘 1등이다. 봉사회는 지난 27일 열린 10주년 기념식에서 적십자 특별회비 1000만원을 기부했다. 전국 지역봉사회 중 가장 많은 특별회비였다. 봉사활동을 하며 틈틈이 참기름과 깨소금, 김을 팔아 마련한 수익금을 차곡차곡 모아 쾌척한 특별회비다. 또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받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하고 이모처럼, 할머니처럼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장항봉사회가 첫 인연을 맺은 민경이는 서울대에 합격했고 지금 돌보고 있는 유정이와 윤희 역시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장항봉사회의 기록은 개인을 넘어 함께 이루는 모두의 기록이어서 더욱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기록을 이끄는 총 감독은 노순정(74세) 회장이다. ‘봉사의 대모’로 불리는 노순정 회장은 장항봉사회 뿐만 아니라 고양 적십자봉사회의 정신적 지주 같은 사람이다.

“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봉사는 제 인생의 버팀목이자 희망입니다. 봉사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껏 살지 못했을 겁니다.”

노순정 회장에게 봉사는 절박한 선택이었다. 12년 전, 임파선 암으로 다리를 절단한 남편을 옆에 두고 “무엇을 내 주어야 남편을 살릴 수 있는지” 갈망하던 노 회장은 온 몸으로 봉사하는 길을 택했다. 몸과 마음을 다 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노 회장은 1999년 수해 때 노란조끼를 입고 밤샘 복구작업을 벌이는 적십자 회원들을 보고 ‘아 저거구나’ 싶어 적십자 장항봉사회를 만들었다.

“매일 새벽 식사를 챙기고 집을 나서면 남편은 몸이 불편하면서도 꼭 저를 봉사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곤 했어요.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죠.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5년 됐지만, 저는 아침, 저녁으로 남편에게 출퇴근을 신고하며 변함없이 살고 있답니다.”

남편은 몇 개월을 살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12년을 살았다. 노 회장은 봉사의 공덕이 아니었으면 남편도 그리 오래 살지 못했을 거고, 자신 역시 지금껏 살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노 회장에게 봉사는 살기 위한, 살 수 있는 공덕이자 희망이었다.

10년째 장항봉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인순 회원은 “회장님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 매료되면 자연히 따라 나서게 된다”며 “회원들을 자식처럼, 동생처럼 챙기며 봉사의 길로 인도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표현했다.

노순정 회장과 장항봉사회 회원들은 요즘 어려운 청소년들을 후원하는데 푹 빠져있다. 집안일과 봉사를 병행하자면 하루도 쉴 날이 없지만 참기름 한 병, 깨소금 한 봉지 파는 재미, 수익금을 모아 장학금 주는 보람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장항봉사회의 아름다운 기록들은 수많은 표창과 훈장으로, 그리고 동네 곳곳에서 나눔과 봉사의 아름다운 파동을 일으키며 고양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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