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60분의 1 불과…日농산물 직매장 판매고 1위 저력

기획- 나와 너, 지역이 함께하는 운동 로컬푸드 Ⅲ
지역농협의 지원, 일본 와카야마현 기노사토 농협
Ⅳ. 지역 농산물 브랜드 ‘오사카몬’
Ⅴ.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 하루 8시간의 영업시간동안 많게는 4000여명의 손님이 방문한다는 멧케몬 히로바. 신선한 농산물 하나로 승부하는 이 곳은 농업이 가진 비젼을 보여주는 곳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시작단계에 머물러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이미 1990년대부터 지역 농산물의 지역 소비를 통해 먹거리와 식량재정의 안정성을 유지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일명 지산지소(地産地消)라 불리는 일본의 로컬푸드 운동은 이제는 직매장, 학교 급식, 외식 시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직매장에 대한 관심은 일본 현지의 미디어에서도 앞다투어 다룰 정도다.

지난 19일 일본 국영방송인 NHK에서는 '직매장이 농업을 바꾼다'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일본 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농산물 직매장의 현황을 조명했다. 그 중 오사카와 경계를 짓고 있는 와카야마(和歌山)현 기노카와(紀ノ川)시에 위치한 멧케몬 히로바(めっけもん廣場)는 지난 해 일본 전역의 직매장 중에서도 가장 높은 26.5억엔(약 345억원)을 넘나드는 수익을 냈다.

인구 14만에 1만 4천의 농가, 그리고 그 안에 약 1600여명의 생산자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의 농업 관계자들에게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총 면적 6696㎡에로 대화동에 위치한 고양농수산물유통센터의  6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곳에서 농산물만을 통해 그토록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멧케몬 히로바는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농업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서 시작됐다.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농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작은 상처나 규격에 맞지 않는 형태로 인해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지 못하는 것들의 상품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한다면 전체적인 농가의 소득 구조가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멧케몬 히로바를 기획한 기노사토 농협의 생각이었다. 또한 이미 지역 내에 산재되어 있는 크고 작은 직매장은 협소한 장소와 제한된 품목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점 역시 이유가 되었다. 조금 못생겼다 해도 맛이나 영양가에서 뒤지지 않는 신선한 농산물을 다양하게 구비해 소비자에게 다가가자는 의지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멧케몬 히로바인 것이다.

 

 

이곳 매장의 운영은 전적으로 생산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재배한 상품의 포장부터 바코드까지 모든 것이 농가에서 작업되고 오전 8시부터 직접 물건을 진열해 놓는다. 중간에 물건이 품절 됐을 경우에는 생산자에게 바로 문자 메세지가 전송되어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그 날 팔리지 못한 물건은 빠짐없이 수거해간다.

가격은 일반 시세에 맞춰 매장 측에서 범위를 정해놓으면 그 안에서 생산자들이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다. 품질관리 역시 자체적으로 이루어진다. 생산자 각자가 재배 일지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이것을 근거로 기노사토 농협에서 자체적으로 잔류농약 등 각종 검사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느하나 생산자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멧케몬 히로바의 성공의 열쇠는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신뢰에 있다. 취재를 통해 만나본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안전, 안심, 신선'을 멧케몬 히로바의 특징으로 꼽고 있다. 대대적인 홍보를 갖지 않아도 이 곳에서 농산물을 이용해본 소비자는 자신의 경험과 멧케몬 히로바를 믿고 주변에 소개한다. 매장에서 15km 떨어진 오사카 시내에서 온 카마타 에미코(63) 씨는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를 보러왔다가 이 곳을 소개받았어요. 싸고 신선하니까 그 이후로 종종 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매장과 생산자들은 철저한 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농협을 통한 검사의 기준에 위배되었을 해당 농산물은 1년간 멧케몬 히로바는 물론 기노사토 농협 산하의 그 어느 매장에도 판매가 불가능하다.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 기간에도 농협 측에서의 검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상품에는 생산자에게 부여되는 바코드와 함께 본명이 기재되어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구입한 물건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뿐만 아니라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7년 전 상경한 후 이제껏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 3월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카와니시 신야(28)씨는 "똑같은 양배추를 먹어도 동경에 있었을 때는 그게 어디서 누가 만든 건지 알 수 없었지요. 하지만 이 근방에 누군가가 만든 것이라는 생각은 그 맛은 물론 먹는 방법까지 달라지게 만듭니다"고 말한다.

하루 평균 2600여명의 고객이 방문해 853만엔의 매출을 낳고 있는 멧케몬 히로바의 활약은 곧 지역 농민들의 생활의 안정화를 가져왔다. 기노카와(紀ノ川)시와 이와데(岩出)시 내의 생산자라면 누구나 양과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판매가 가능하다. 취미로 만든 공예품이나 앞마당에서 수확한 감이라도 매장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이러한 시스템은 특히 소규모 영농자에게 큰 장점이 되고 있어 누구나 안정적으로 농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짓고 8년 전부터 이곳에 물건을 내놓고 있다는 하타케야마 카즈아키(60)씨는 "멧케몬 히로바가 생긴 후로 1.5배정도 소득이 늘었습니다. 예전에 농협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쓰고 남을 정도지요"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매장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 등 멧케몬 히로바로 인한 경제 효과는 약 10억엔에 달한다.

이제 이 곳 멧케몬 히로바는 단순히 농산물의 직매장이 아닌 농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성공의 본보기로 자리잡았다. 이는 곧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하고 구매하기 위한 생산자, 소비자의 노력이 일궈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서 그 지역과 일본 전체의 자급률도 올리고 그것이 결국 농업 자체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멧케몬 히로바의 총 관리를 맡고 있는 스즈키 마사토미 점장의 말처럼 일본의 농업은 이제 새로운 자리매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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