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체험

백석동에서 오랜만에 가진 만남의 자리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불연 듯 피프틴을 이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잠시 자전거 생활을 해온 적도 있던 탓에 고양시의 피프틴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고 시범운행 기간 중 회원카드 발급받아 언제 이용해보나 벼르고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전에 미리 알아봐두지 않았기에 두 블록을 돌아서 겨우 스테이션을 찾을 수 있었다. 중간 중간 피프틴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포스터는 있지만 정작 어느 위치에 분포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는 단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가까스로 찾아낸 스테이션에 마저도.

스마트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려고 해도 플래시 파일로 구성되어 있는 지도는 볼 수가 없었다. 이왕이면 작정하고 나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도 안내 서비스하는 건 어떨까.

백석동에서 집인 대화동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탔지만 반도 못가서 시간 초과가 예상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션 수행의 강박관념으로 서비스센터 측에 물어 시간 내에 갈아탈 수 있는 스테이션을 찾아봤지만 현재 운행 중인 직선 코스인 중앙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문득 자전거를 갈아타러 호수로 방향으로 올라가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했다.

물론 그까짓 500원 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테이션 부족에 따른 대여시간 초과로 인한 추가요금이 비단 한 번에 끝날 일은 아닐 테고. 연간 6만원의 회비에 매번 이런 요금까지 부담된다면 이용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달리면서 마른 목을 적시려 편의점을 찾다가 걱정이 들었다. 자전거에 잠금 장치가 없는 것이다.

저녁 10시 인적이 뜸한 현재 상황에서는 도난의 걱정은 없을 것 같았지만 평소에는 어떨까. 은행이나 관공서의 잠깐의 업무를 위해 피프틴을 이용하려 해도 자전거를 끌고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차를 위해 어딘지 알 수 없는 혹은 멀리 떨어져 있는 스테이션까지 갔다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피프틴의 이용자는 현재 70개, 혹은 9월에 추가 설치될 55개의 스테이션이 운 좋게 집 근처에 있고, 목적지 역시 심하게 운 좋게 스테이션이 근처에 자리하고, 30분 이내 이동거리가 예상되며, 집밖에 나오기 전에 스테이션의 출발 도착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압축된다.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편리한, 충분히 생활밀착형 자전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글쎄 과연 이게 고양시민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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