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만남이 있는 곳 ‘행사사’

 

▲ 행사사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룰루랄라, 초정, choco, 아델, swkfeel (사진 왼쪽부터). 시간을 내 자주 만나는 일은 없다고 하지만 행신동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 속에서 여느 이웃사촌 못지 않게 화기애애한 이야기가 오갔다.

 

또 하나의 고양…2   http://cafe.daum.net/ilovehaengsin

“어찌된 일인지 점점 더 힘들게 날씨가 덥군요. 낮의 기온이 34도를 오르락 거리고. 이럴 때 곡식이 잘 익는다 했는데... 여러분들 건강 조심하세요.” 얼굴을 마주하고 않아도 전해지는 글이 있어 행복한 그 곳. 행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정을 한껏 표현하는 곳이 있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지리적 여건으로 같은 ‘동’임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행신동. 하지만 2006년이 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무원마을 3개의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와 햇빛마을 4개 단지의 커뮤니티 카페장들이 모여 연합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게 바로 ‘행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즉 행사사이다.

카페 개설 5년째, 회원수 1400여명을 보유하고 있는 이곳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번 중학교 영어 시험문제가 어려웠다는 걱정을 하는 부모도 있고 누구네 아파트 승강기가 교체됐다는 부러움을 표하는 주민도 있다. 그 옛날, 누구네 집 숟가락 갯수까지 알고 있는 정도는 아닐지언정 동네 분위기를 한껏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행사사에서 눈여겨 볼 점은 주민들이 지역 이슈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소소한 부분부터 행신동뿐만 아니라 넓게는 고양시 전체의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이슈를 올리고 민원을 제기하며 개선해나가려 한다. 특히 그 대안을 함께 고민한다.

“강매역이나 경의선 방음벽 같은 경우도 행사사에서 제일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움직였습니다. 또 행신동에 정돈되지 않은 전신주의 경우도 몇 번씩이나 민원을 제기해도 답이 없자 회원 한 분이 직접 한전법을 뒤져서 처리되도록 했습니다” 행사사를 통해 가닥이 잡힌 행신동의 문제에 대해 말을 하는 초대 운영자 ‘룰루랄라’는 예시를 끝없이 말한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지만 직장이 행신동에 있다는 ‘swkfeel’은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이, 담당공무원에게 민원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해 대안까지 마련하는 모습에서 다른 커뮤니티와의 차별성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같은 동네 주민이라고 해도 모두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토론이 격해질 때도 있고 충돌이 생길 때도 있다. ‘룰루랄라’는 “갈등은 불가피한 부분이죠. 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좋은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합의점을 찾게 되죠”라고 말한다.

회원들은 행사사가 이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차별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산재해있는 문제점’을 들었다. 실제로 소만마을의 전기줄 지중화, 토당체육공원 착공시기, 방음벽, 서정초 앞 공장 등 해결해 온,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이어져있다. 일설에는 고양시에서 민원이 3번째로 많은 곳이 행신동이라고 한다. ‘룰루랄라’는 “좋게 말하면 주민 참여가 높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그만큼 문제점이 많다는 거죠”라며 너스레를 떤다.

뿐만아니라 많은 덕양주민들이 갖고 있는 일산구와의 차별 역시 이네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현 운영자인 ‘초정’은 “문화행사는 대부분 호수공원 쪽이더라. 결국 화가 나서 아파트 단지 홈페이지에 우리끼리 소규모로 하자고 의견을 냈다”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치며 “한 단지를 시작으로 차츰 몇 개 단지가 모이게 되면 어울림누리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겁니다. 고양시가 문화적 혜택을 안 준다면 우리가 할거예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행사사 회원들은 불만 속에도 미래의 희망을 찾는다. ‘아델’은 “일산은 도시화가 됐고 덕양은 예산도 투입되지 않았고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곳이 많아요. 그게 단점이면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단순한 도시화보다는 행신, 덕양만의 색다른 모델을 모색해 발전해가고 싶다는 꿈을 가진다.

최근에는 대곡 소사선의 행신역 경유, 창릉천 정비, 서정초 공장 반대 등 여러   이슈를 갖고 있다. 그 중에도 제일 눈에 띄는 것은 행신동과 화정, 원당을 합쳐 전체를 엮는 올레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몇 회원들이 직접 코스를 찾아 걷고 시간을 재고 사진을 찍어 올린다. 현재는 완성된 행사사의 올레길 코스에 대한 제안서를 작성해 고양시 측에 올린 상태이다.

“지금 고양시에 있는 건 대부분 도로 옆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하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만든 건 산길을 밟아서 직접 만든 것이죠. 심지어는 어디 산 소유주가 누구이고 이곳을 올레길로 이용하기 위해서 고양시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상세한 부분까지 작성했어요”

아직까지 행사사의 올레길에 대한 확답은 없지만 오랜 시간과 정성을 쏟는 모습만으로도 회원간 유대감은 깊다.

동네를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초정’은 “사실 전에는 어디 사냐고 하면 행신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까 말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일산 산다고 하지 말자, 행신이라고 하자,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행신이 뭐가 좋은지, 거기가면 올레길이 있고 친환경적으로 뭐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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