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초 아버지 교실, 아이와 소통위해 노력

▲ 아빠도 아이도 김장을 담그기에 서툴긴 매한가지였지만 그 정성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김치가 담궈지기에는 충분했다.
지난 10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담은 초등학교 2학년생의 시가 방송을 타면서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생의 동심으로 지어진 시라고는 하지만 일터로 내몰려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가장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헤프닝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아내와 학교에 아이를 맡기고 거리감을 갖게만 되는 아버지들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3시, 한내초등학교(교장 서창현) 급식실은 아버지와 함께한 아이들의 화기애애한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날은 한내초 아버지회에서 준비한 7번째 아버지 교실로 56가구 128명의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아버지와 함께 김장 그리고 나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7개조로 나뉘어진 조리 테이블마다 자녀들과 아버지들은 함께 노란 배추잎사이에 빨간 김치 속을 넣으며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김치를 직접 담궜다. 아이들도 아버지도 평소해 경험해보지 못한 일인 만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담궈진 김치들은 쌀, 계란과 함께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졌다. 이날 모인 아버지와 학생들은 직접 주변의 독거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스물 한 가구와 장애인 시설 ‘꿈나무의 집’, 한내초등학교 스카우트 어머니들이 매달 목욕 봉사를 하고 있는 ‘수정실버하우스’ 등에 전달했다. 특히 이날 전달된 쌀은 전 학생이 한 줌씩 모아 온 것으로 정미소를 운영하는 한 학부모의 배려로 10kg 포대에 정갈하게 담겨져 전달됐다.

한내초등학교 아버지 교실은 아이들과 아버지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함양을 위해 지난 2008년 10월 24일 결성된 이후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행사 주제와 내용은 매번 다채롭게 진행됐다. 정월대보름에는 송포 풍물놀이패를 초청해 지신밟기, 쥐불놀이를 체험하고 이번 김장 담그기나 떡볶이 축제와 같이 직접 먹거리를 만들어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지난 7월 17일에는 제헌절을 맞아 조선시대 과거제의 재현 및 체험 행사를 가졌다. 교장선생님이 직접 임금으로, 아버지와 학생들이 문무백관으로 분장을 해 진행된 이날 행사는 아이들에게 전통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편 잊을 수 없는 색다른 추억을 남겼다.

한내초 아버지 교실은 특히 행사에 관한 모든 기획과 준비가 아버지들의 참여로 이루어지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자녀 교육은 어머니들의 영역으로 생각하기 직장생활에 쫓겨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 아이들을 이해할 시간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지만 한내초 아버지 교실의 아버지들은 남달랐다.

한내초 아버지회의 양남술 회장은 “기성새대들은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정보다도 학교 갖다 오면 일이라든지 엄한 가정에서 많이 자랐다”며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좀 더 가까워지는 소통의계기가 되고 나눔으로써 주변 환경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내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이러한 활동들을 통하여 아이들의 꿈 속 어딘가에 우리 아버지와 함께 했던 예쁜 추억의 장이 고스란히 자리매김할 것”이라며“이런 아름다운 추억은 어디에서도 구할수 없는 명약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