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미래교육포럼 토론회
교장 학부모 교사가 함께 고민하는 ‘혁신학교의 현재와 미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학교, 그곳이 오늘날 무너져가고 있다 일컬어지는 공교육에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시작해 교육계의 이슈로 떠오른 혁신학교에 대한 토론회가 지난 16일 행복한미래교육포럼(공동대표 윤득노 정성진 최창의)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고양교육지원청 3층 대강당에는 고양을 비롯한 경기도 각지의 교육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최창의 공동대표는 “전국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 현황과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발제와 토론을 맡은 참가자들은 교사와 교장, 학부모라는 서로다른 입장에서 바라본 혁신학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박현숙 시흥 장곡중 교사, 서길원 성남 보평초 교장, 최창의 경기도교육의원, 이우영 서정초 교장, 김형윤 서정초 학교운영위원장.

이 날 포럼에는 서길원 성남 보평초등학교 교장이 ‘도내 혁신학교 전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제를 맡았다. 이후 토론에서는 이우영 서정초등학교 교장, 박현숙 시흥 장곡중학교 교사, 김형윤 서정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이 각각의 위치에서 혁신학교 안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제까지를 되돌아보고 나아갈 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서길원 보평초 교장
“혁신학교 둘러싼 정치적 과잉 견제해야”

현재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사회의 변화에 걸맞는 커다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혁신모델을 만들고 교육 전반을 바꿔보자는 거점 축으로서의 취지와 전략을 갖고 있다.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떠올리면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의 핵심요인이 해결되진 않았으며 과제들이 남아있다.

첫째로 정치적 과잉으로 인해 혁신학교가 단기적인 성과, 실적주의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핀란드가 20년을 통해서 오늘의 교육을 만들었듯이 혁신학교 역시 최소 10년, 20년을 내
다보는 긴 걸음으로 봐야한다.

둘째, 교과부에서 이뤄지는 자율학교사업의 한 유형으로서 봐서는 안된다. 자율학교는 미션이 주어지고 그것을 수행해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혁신학교는 미션 수행이 아닌 구성원이 학교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혁신학교는 선거 공약사업도 교육정책의 사업도 아닌 새로운 학교운동으로서 수동화 되어온 교육 구성원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고 학교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우영 서정초 교장
토론과 합의가 살아있는 학교

서정초등학교는 교실수업혁신을 첫째 과제로 삼았다. 우선 기존의 학습평가가 아닌 학습력평가를 실행한다. 서술형과 논술형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 방식을 점수화하지 않는다. 논술문항이 있기 때문에 시간 제한을 없앴는데 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시간 내에 쓰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옮길 수 있는 능력
이 우선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혁신을 위해서 먼저 80분 블록 수업제를 택했다. 교사가 단순히 전달자가 아닌 직접 80분 동안의 교육 과정을 만들어내고 전문성과 긍지를 가지도록 했다. 둘째로 학부모들의 학습 참여를 이끌었다. 모임을 만들어 전문적인 역량을 습득토록 한 후 교육과정에 투입돼 선생님과 함께 한다. 셋째는 일상수업을 공개해 수업기술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관점으로 수업관찰을 했다. 넷째로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업무부담에 힘썼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부모모임, 학교 인터넷 카페 등 다양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혁신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라는 구성원들의 열정과 토론, 집단적 사고의 과정들이 중요하다. 하지만 교사도 학부모도 아직 경험이 없다. 이러한 경험들을 쌓고 구성원으로 하여금 집단적 사고 과정에서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 생각을 모으고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남겨진 과제로 갖고 있다.


박현숙 장곡중 교육혁신부장
학생중심의 배움 일어나는 수업

혁신학교라고 하면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의 본질은 배움에 있다. 학교에 가서 배울 것이 있고, 배울 것이 있어서 가고 싶고, 가고 싶어서 행복한 곳이 학교이다. 아이들에게 축적되는 지식과 행복이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믿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것이 학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수업을 바꾼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이 주체적으로 수업을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학생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한다. 학생들은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수업 역시 가르치고 지도할 것밖에 없다.

학생 스스로 배움을 일으키고, 느끼고, 생산해내는 주체로 세우려면 학생중심의 문화가 학교 안에 서야한다. 교문 앞에서 학생부장이 두발복장을 지도하고 벌을 세우는 시스템에서는 학생을 중심에 세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이러한 관행들을 없애고 교문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고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교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고 기대되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수업 속에서 즐겁게 자신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매일 하게 됐다.

이런 노력들은 시스템이 먼저 바뀌어야한다. 이 시스템은 행정이 아니라 학교 문화, 학생 존중의 문화, 돌봄의 문화가 있어야 학생이 중심이 되고 선생으로서 아이들이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김형윤 서정초 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 함께 교사를 키워야”

학부모님들을 만나서 얘기해 본 결과 3분의 1은 대단히 만족, 3분의 1은 그럭저럭 만족, 또 나머지 3분의 1은 굉장히 불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가는 모습, 휴일도 반납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들의 헌신, 촌지나 치맛바람과 같은 소위 학교 내의 악습들이 없는 모습에서 만족하고 있다.

불만을 가지신 분들은 일반 학교와 차이점을 모르겠다거나 너무 자유로워 수업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걱정을 한다, 또한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도나 경력의 차이로 인한 학습격차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학부모들도 있다.

서정초는 처음 배움의 공동체를 테마로 시작됐고 현재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정초만의 교육철학이나 방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빨리 서정교육과정이라는 형태로 우리 아이들 교육에 대한 방향과 방법론을 체계화해야한다.

학교가 변하기 위해서는 학부모 역시 변화해야하지만 아직까지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보인다. 학부모들이 단순히 학교에 받기보다는 스스로 교사를 키워야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보내야한다는 생각도 든다. 학교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교사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교사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지지해주고 인정해주고 감사를 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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