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손범규 국회의원과 김태원 국회의원은 서울시기피시설문제와 관련 오세훈 시장과 전격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손범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벽제화장장 시설의 합의내용을 발표했고 김태원 의원 역시 자신의 지역구인 난지물재생센터와 관련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국회의원의 이름을 걸고 발표한 내용이고 또 내용의 구체성으로 보아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두 국회의원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너무 조급하고 얄팍하다.

최성 고양시장은 지난해 7월 당선 직후부터 서울시기피시설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서울시를 고발하는 등 강수를 뒀다. 8개월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서울시와 고양시간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TF팀이 구성됐고 막바지 실무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손범규 의원과 김태원 의원의 ‘전격 합의’ 발표 시점은 고양시가 그간의 협상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두 국회의원은 고양시와 서울시간에 진행된 공식적인 절차를 무시했다. 공식적인 논의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성과물에 침 발라 놓듯 ‘내 것’임을 주장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손범규 의원과 김태원 의원이 서울시기피시설 문제와 관련해 이미 오래 전부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알고 있다. 최성 시장은 오히려 후발주자라면 후발 주자임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양시장으로서 서울시라는 광역시에 맞서서 고발장과 철거계고장을 당당하게 내민 ‘강수’가 서울시를 궁지에 몰았고 해결책을 서둘러 마련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인가, 혹은 누구의 성과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공식적인 행정 절차를 통해 제기되었고 또 진행 중인 사안이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욕심이 나도 좀 참았어야 맞다. 어차피 선거 때는 ‘다 내가 한 것’이라고 대서특필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데, 며칠 먼저 발표하는 것이 뭐 그리 급했는지 궁금하다.

오세훈 시장측의 입장은 더욱 더 얄팍하다. 고양시가 서울시 불법 시설을 철거하기 직전 TF팀을 구성해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하며 철거 위기를 넘긴 서울시였다. TF팀에는 서울시 권형규 행정부시장이 참여하고 있었고 양자 간의 협상내용은 실무적인 협상안이 완성될 때까지 철저하게 대외비로 하자고 동의한 상태였다. 손범규 의원과 김태원 의원이 합의사항을 급작스럽게 발표한데 대해 서울시측은 “2008년부터 국회의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 이해를 구해왔다. 해당 국회의원들과 지역주민 지원방안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한 계획”이라는 다소 애매한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 고양시장에게 성과를 돌리기가 싫다는 말인가. 아니면 고양시의 강수에 꼬리를 낮춘 것이 자존심이 상해서인가. 서울시는 고양시와의 공식적인 합의와 공식적인 발표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계산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같은 당 국회의원과의 비공식적인 협상을 고양시와의 공식적 협상보다 우위에 두었다는 것은 매우 얄팍한 정치적인 계산이다. 두 국회의원이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뛰었다면 내년에 당당하게 표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기피시설문제와 관련해 고양시가 어떤 성과를 얻는다면 두 국회의원이 애써 온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 좀 긴 호흡으로 지역이라는 이름으로 한편이 되어주는 모습이 더 멋지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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