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손으로 만든 일산1·2동 벽화 미술관

일산뉴타운개발 예정지인 일산1·2동은 오래된 담장과 주택들이 많다. 낙후된 거리가 벽화그리기 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낡은 담장, 색을 잃은 거무칙칙한 벽.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그곳이 가던 길을 멈추고 감상하고 싶은 벽화거리로 바뀌었다. 참여인원 350여 명, 전체 면적 2616㎡, 순수 벽화 작업만 35일의 긴 시간동안 공을 들여 일궈낸 일산 1·2동의 변신.

미술인 기업 지자체 한마음으로
이곳은 일산서구 기획예산과의 주도 아래 지역의 미술동호인, 학생, 전공자들이 함께 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더불어 1000여 만원 상당의 페인트와 앞치마를 지원한 페인트 전문업체인 삼화페인트와 지자체, 시민, 기업의 힘을 합쳐 이뤄낸 벽화이다.

일산중·고등학교 담장을 시작으로 일산1동 주민센터 옆 단독주택 골목길, 천주교 일산교회 담장, 현대3차 아파트 담장, 에이스 10차 아파트 담장, 에이스 11차 아파트 담장으로 이어지는 약 2km구간이 이번에 새 옷을 입었다. 그동안 뉴타운개발지역으로 지정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온 거리들이다.

일산1동주민센터옆골목길

어린 시절 꿈담은 그림들이 벽화로
각각의 벽화는 사계절의 꽃, 싱그러운 자연, 동화 속 동물과 친구들, 어린 시절의 숨바꼭질 등의 그림뿐 아니라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담은 타일과 CD들을 이용한 작품들이 설치됐다.

일산1·2동의 벽화사업은 어두웠던 거리를 재조명한다는 것 이외에도 시민의 참여가 함께 했다는데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주로 사업자와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져왔던 벽화사업을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도안을 만들고 협의를 통해 완성했다. 이번 벽화사업에 참여한 총 3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미술동아리 오색회의 45명 회원, 미술학원 푸른아이콘과 연, 일산WA에서 총 110명, 중산고와 고양예고에서 140명, 일산2동 문화센터 유화반의 20명 수강자와 미술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있던 일반인 35명이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5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대부분의 공휴일을 벽화 작업에 쏟아부었다.

일산서구청 기획예산팀의 윤병열 팀장은 “이번 벽화사업은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바꿔 주민자치 거버넌스 운동으로 전환하자는 차원에서 시도하게 됐다”고 전했다. 윤 팀장은 “주민들이 참여해 이정도 대규모로 벽화사업을 진행한 것은 고양시에서는 최초”라고 말했다.

기업과 주민 참여로 예산 절감
덕분에 예산 절감에도 효과를 가져왔다. 1억원이 훌쩍 넘게 소요가 예상되는 벽화사업을 자원봉사자와 삼화페인트의 도움으로 2000여 만원으로 축소된 것. 많게는 1억에서 적게는 8000여 만원 정도를 절감하고도 참가자와 주민들에게 가슴으로 와닿는 거리를 만들어 냈다.

벽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사업대상지의 사용 승낙을 받는 것. 10여 차례에 걸쳐 현지조사를 거쳐 선정된 9개소의 건물주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사용 동의서를 받아야했다. 그동안 어두웠던 거리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흔쾌히 허락했지만 반대하는 이도 없지는 않았다. 결국 해당 가구의 담벼락을 제외하고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끊임없는 설득으로 하나로 연결되는 벽화가 무사히 완성됐다.

일산지하차도 기둥

고양시 최초 거버넌스 벽화사업
현재 일산서구청은 벽화의 홍보를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서구는 9개의 벽화와 인근에 위치한 일산재래시장,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산역을 묶어 하나의 산책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다. 윤병열 팀장은 “덕이동 패션 아웃렛을 더불어 주변의 가볼만한 곳들을 함께 담은 홍보물이 늦어도 7월 초에는 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벽화의 훼손을 막고 지역 주민과 참가자들의 수고를 기억하기 위해 작품을 소개하고, 벽화제작에 도움을 준 기업과 자원봉사자들의 이름과 전체 도면을 담은 안내판도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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