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창간 22주년을 맞으면서

 지난 주 강현석 전 시장이 사무관 승진 공무원들에게 수 천 만원씩 받았다는 뉴스가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뉴스의 제보자는 고양시의회의 한 시의원 이었다. 우선 공무원들이 발끈했고 강현석 전 시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그 뉴스를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은 절대 아닐 테고, 그렇다고 그 큰 방송사에서 근거 없는 보도를 하지는 않았을 텐데, 혹시 측근들이 챙긴 건 아닐까. 차기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음해에 언론이 말려든 것  아닐까.”

지난 주 내내 추측만 무성했다. 강현석 전 시장은 뉴스가 터진 다음 날 아침,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명백한 허위보도이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아직도 의문은 시의원이 전달한 내용일 뿐, 뉴스로서의 사실 확인은 매우 미흡해 보인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밝혀지겠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강현석 전 시장은 참 억울하다 못해 절망스럽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현석 전 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깨끗한 시장 이었다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좀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측근을 두지 않았고 받지도 주지도 않았다. 청렴한 공직생활을 했다는 평가는 현직에서 물러나며 더욱 가치 있게 회자되었다. 이번 뉴스보도 이후 시청 공무원들은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돈을 건넸다는 사무관급 공무원들의 억울함도 담겨있지만, 강 전시장이 절대 돈 받는 시장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 외에도 강 전시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항변해줬다. 바꾸어 생각하면 강 전 시장은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다. 뉴스보다 더 중요한 민심이 그를 해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어떤 가치를 남긴다는 것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양신문 창간 22주년이다. 21년 전 대학을 갓 졸업한 병아리 기자로 시작해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기사를 썼다. 초기에는 정말 겁 없이 과감한 기사도 많이 섰다. 지금 다시 쓰라면 절대 쓸 수 없는, 그런 기사들이었다. 기자가 된 지 1년도 채 못됐을 때, 경찰서 비리 기사를 썼다. 자전거·오토바이 수리업소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 받은 경찰관들에 대한 뉴스였다. 뉴스보도 이후 말단 경찰관만 징계를 받았다. 상급자들이 줄줄이 연관돼 있었지만 그 고리를 파헤치지 못하고 성실한 말단 경찰관만 다쳤다. 먼 훗날 그 경찰관을 다시 만났다. 그 때 징계 때문에 순차 진급이 어려워 승진시험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꽤 높은 직급까지 오른 그 경찰관은 “덕분에 공부 열심히 했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프고 미안했다.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오직 시험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

내가 쓴 기사 때문에 누군가의 삶이 바뀌었다면, 그 기사가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사가 아니었다면 하고 되물어본다. 끔찍한 일이다. 요즘은 기사를 쉽게 쓰지 못한다. 그렇다고 할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민심을 읽고 쓰는 사설이나 칼럼은 좀 더 과감해진다. 강현석 시장을 옹호하는 오늘 칼럼도 민심을 등에 업고 쓰는 것이다. 민심을 믿는다.

고양신문 기자들이 쓴 기사도 일방적일 때가 많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뉴스는 더욱 더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시간에 쫒기다 대충 쓰는 경우도 있다. 혹시 고양신문 기사 떄문에 억울한 일이 생겼다면 발행인에게 언제든지 전화 한통 주시길 당부하고 싶다. 지난 22년 동안 줄기차게 고양신문을 지켜온 것은 독자와 고양시민, 지역사회를 위해 바른 언로가 되기 위해서였다. 기사가 바르지 못하다면 고양신문이 존재할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강현석 전 시장이 ‘깨끗한 시장’으로 남아 있듯이 고양신문은 다른 것은 좀 모자라도 ‘바른 신문’으로 남고 싶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충고, 참여가 고양신문을 바른 길로 인도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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