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 헌책방 '집현전' 유경용 대표

▲ 유경용대표는 "헌책방을 찾는 모든 이들과 함께 소통의 공간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한다"고 작은 소망을 비추었다.

“헌책 사고 파는 책방을 운영합니다.”

고려말 조선초의 학문연구 및 국왕의 자문기관으로 왕실연구기관인 집현전이 있다. 푸근하고 오래된 그 이름을 따서 원당(5만권)과 풍동(10만권)에서 유경용 대표(51세)가 헌책방(인터넷 포함)을 운영한다.

원당역 부근에 있는 헌책방은 유 대표가 1998년부터 운영했다. 13평 남짓되는 아주 조그마한 공간엔 수많은 책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모두가 헌책들로 빼곡히 차있다. 천장까지 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는 이중으로 나열했으며, 밑바닥에 바퀴를 달아서 좁은 공간이지만 많은 책을 꽂을 수 있도록 이동을 자유롭게 했다.

 유 대표는 “가정집, 사무실 등에서 헌책 수거 요청이 들어오면 방문하여 상태가 양호한 것을 우선적으로 선별한다”고 했다. 책의 상태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여 보통 정가의 10~20%정도 보상하여 구입하고, 겉과 속의 상태가 책의 기능을 상실한 것은 처음부터 취급하지 않고 있다.

IMF 어려움을 혹독하게 겪은 유 대표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책방도 위기에 처했지만 간신히 다시 일어나서 이곳을 문 열고 2년여 동안 쉬는 날 없이 책방을 운영한 적 있다.

책방에서 전시된 책들 중 파손된 책들은 환경과 소중한 자원을 생각하여 폐지로 판매한다. 어려웠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적은 금액이지만 차곡차곡 모아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취재기자의 눈에는 모두가 새책으로 보이는데 헌책이라고 한다. 역사, 문화, 정치, 심리, 철학, 종교, 교과서, 자습서, 전집류 등도 있고, 고서(30년대부터 80년대 사이 출판)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고 박정희 대통령 관련 책과 정지용 시집, 법정스님 책 등도 소장하고 있고,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도 이곳엔 찾을 수 있다.

유 대표는 “서울에서도 책을 구입하러 와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기쁨이 크다”고 했다. 애독자들로 사랑받는 헌책방엔 때로는 인근의 주민들이 저녁식사 후 가족이 들리기도 하고, 젊은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잡고 와서 책을 골라가기도 한다. 그리고 중고생들이 책을 분실했을 때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이곳에 오면 반갑게 구입할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 인기를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역사를 알아야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진리로 독자들에게 조선왕조실록을 많이 추천해주고 있고, 10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애독자들에게 헌책이 전하는 편안함과 넉넉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책방을 지키고 있다.

유 대표는 딸(대3년·뷰티디자인)과 아들(대1년·컴퓨터 공학)에게 어린 시절엔 친구들과 책방을 놀이터처럼 지내도록 해준 것이 참 잘한 일이며, 아내의 한결같은 내조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유경용 대표는 “헌책방을 찾는 모든 이들과 함께 소통의 공간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한다”고 작은 소망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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