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4.11 총선이 수요일이었다. 화요일이 마감인 주간지에서 수요일에 일어나는 ‘사건’은 속수무책. 대부분의 경우는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그냥 넘어가곤 한다. 물론 보도자료가 가능한 경우에는 취재원을 거듭 설득해 ‘사건’을 앞당겨 게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총선처럼 큰 사건은 부득이 마감을 옮길 수밖에 없다.
결국 월, 화에서 화, 수로 마감을 변경했다. 독자관리팀에서는 신문을 늦게 받을까봐 노심초사. 서두르긴 했지만 혹시라도 신문을 늦게 받게 된 독자님들께는 거듭 양해를 부탁드린다.

11일 오전 6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난 투표. 4개 선거구가 있는 고양시에서는 3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됐다. 덕양갑·을 선거구를 덕양구선거관리위원회가 함께 관할하기 때문이다.

전자개표방식이라 늦어도 10시 정도면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일정도 그렇게 잡았다. 12시 기사 마감. 늦어도 새벽 1~2시에는 신문 데이터를 인쇄소에 보낼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진행을 했다. 그런데 이런. 초반부터 시작된 업치락 뒤치락 힘겨루기가 계속된 것이다. 그나마 일산동·서구는 대략 10시를 넘어가며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구 유은혜, 서구 김현미 후보가 꾸준히 앞서가며 11시 쯤에는 대충 당선이 확실시됐다.

문제는 덕양 개표소였다. 어울림누리 체육관 개표소는 시종 긴장감이 돌았다. 덕양을도 출구조사와 달리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가 꾸준히 앞서가는 듯 하더니 중간에 갑자기 10여표, 심지어 1표 차이로 민주통합당 송두영 후보가 뒤집기를 했다. 덕양갑은 처음부터 끝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1, 2위 후보간 득표 차이가 많이 나야 100여표, 겨우 수십표 차이로 투표함을 열 때마다 순위가 바뀌었다. 개표소에 나와있는 통합진보당 심상정,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 측 참관인 모두 얼굴이 어두웠다.

12시가 다되어서야 덕양갑은 170표로 심상정 후보의 당선이 결정됐다. 그러나 표차이가 적어 재검이 결정됐다. 개표기계는 멈췄다. 예민한 상황이 벌어지니 개표를 진행하는 덕양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기자들의 취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재검과 관련해 참관인의 항의가 있었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1시가 넘은 시간에 참관인들은 떡과 음료로 허기를 메웠다.

개표가 늦어지니 당선자 인터뷰와 취재도 지연됐다. 보통 윤곽이 드러나면 개표가 끝나기 전에 당선자 인터뷰를 마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과 예측이 어려우니 후보들이 끝까지 당선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다. 서구 김현미 후보 이외에는 3명 후보 모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개표소 근처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결국 1시 30분 개표소에서 당선증을 교부받은 심상정 당선자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기자들의 취재가 끝났다.

워낙 긴장의 시간이 길어서일까. 당선자와 선거캠프 관계자, 지지자들은 사무실과 모임장소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승리를 자축했다.

고양신문에서는 오후 11시 50분경 최종 당선 결과를 문자로 발송했다. 덕양갑 심상정 덕양을 김태원 일산동구 유은혜 일산서구 김현미 당선. 그런데 덕양갑이 문제였다. 재검 때문에 개표결과가 중앙선관위에 바로 반영이 안돼 방송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손범규 후보의 당선을 알리고 있었다. 문자 발송 이후 사무실로 사실을 확인하는 전화가 이어졌다.

마감을 끝내고 아침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는데 확인 전화가 이어졌다. “문자 결과가 맞냐”고. 지상파 방송과 선관위 홈페이지와 다른 내용이 문자로 전달됐으니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해보인다. 그러나 이번 선거 개표 과정에서 고양신문 기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실시간 속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전달했고, 개표현장의 숨소리를 기사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4명의 당선자 모두에게 속시원한 ‘승리’를 안겨주지 않은 고양 유권자들. 여야 모두에 대해 마뜩잖은 마음을 드러낸 것이리라.

5월 30일부터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다. 개표시간 마음 졸이던 서너시간의 안타까움, 간절한 바람을 내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이번 선거와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도전자에게도 바람이 있다. 대개 그러했듯이 홀연히 지역을 떠나지는 말았으면. 국회의원이 지역의원이 아니지만 아무때나 찾아와 손을 내밀다가 인사도 없이 떠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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