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순/동국대학 교 일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필자가 견달마을 집단 암발생에 대한 소식을 접한 것은 작년 8월쯤 신문 지면을 통해서였다. 필자의 병원 인근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기사 스크랩을 하던 중 보건소로부터 자문요청을 받았다. 우선 보건소 수준에서 급하게 수행할 수 있는 조사를 실시하고, 지역의 지리 및 보건정보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 환경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도록 했다. 당시 오염원으로 언급되는 시멘트공장과 건설폐기물업체에 대한 연혁, 공장 및 인근지역에 대한 체계적 환경농도 측정(석면포함), 문제지역의 인구분포 및 암발생 현황 조사, 지역주민에 대한 코호트구축과 건강진단 등을 수행하도록 자문하고, 직업력을 포함해 조사에 사용할 설문지도 보내줬다. 그러나 견달마을 일부 주민에 대한 비특이적 건강진단과 암발생과의 관련성도 고려되지 않은 일부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조사만 이루어졌을 뿐 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 조치는 아직도 없고, 이제 견달마을 문제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의 환경보건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보고자료에 의하면 이 마을의 암 발생은 견달마을 거주자 73명 (30세 이상 63명)을 기준으로, 암 발생률이 10만명당 1285.7명 (발생자 9명 기준)으로 2008년 전국 암발생률 361.9명보다 3.5배나 높다. 발생률 산출에 필요한 분모나 분자가 확실하지 않고, 연령표준화 등의 문제가 고려되었는지가 불분명하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수치상으로는 우리나라 전국 암발생률보다 크게 높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견달마을 주민의 암 분포가 우리나라 국민의 암 분포와 매우 상이한데 직업·환경적 노출의 기여위험도가 높은 폐암 및 후두암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암 발생자 9명 중 폐암이 7명, 후두암이 1명, 대장 및 혈액암이 1명으로 폐암이 7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전국 암발생 자료에서 폐암의 비율이 전체암 17만8816건의 10.5%(18,774건)를 차지하는 것과 매우 큰 분율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폐암 발생자 중 3명이 여성으로(개별 암발생자 명단에서는 4명), 이는 간접흡연이나 외부의 직업·환경요인이 작용하였음을 강력히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폐암과 관계있는 유해인자는 석면을 포함하여, 6가크롬, 결정형유리규산, 라돈 등 많은 물질이 있다.

견달마을 주변에는 6가크롬과 석면을 배출할 가능성이 있는 레미콘제조공장과 폐기물처리업체가 있다. 그러나 이들 유해인자가 그 공장으로부터 발생했고, 발생했다 해도 이들 물질이 견달마을 주민의 폐암 및 후두암 발생과 관계있는가는 정밀 역학조사를 통해서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식사동 환경문제는 견달마을 집단 암발생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공장 인근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들의 건강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분진에 의한 알레르기 및 피부질환, 중장기적으로는 호흡기질환 및 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부모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견달마을 암발생과는 또 다른 보건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초등학교가 문제로 지적되는 공장에 매우 인접해 있고, 보건학적으로 보다 민감한 초등학생들이 주 노출집단이기 때문이다.

식사동 견달마을 암발생과 인근 초등학교의 환경보건 문제를 어떤 조사와 대책을 통해서 해결할 것인가는 전문가와 주민, 정부의 심층 논의에 의한 좀 더 합리적인 역학조사가 이루어지고 이에 근거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건강진단과 같은 일회성 조사를 통하여 원인을 밝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노출 후 일정한 잠재기간을 통해 발생하는 환경보건문제를 건강진단을 통해 밝히기는 쉽지 않다. 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특이적 지표가 없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광범위한 자료조사(행정 및 보건자료), 계절·기후 등을 고려한 환경오염물질 조사, 체계화된 설문조사 등을 통한 역학조사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의 건강상태를 파악해 향후 추적조사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강진단도 필요하다.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인 석면이 주목받던 공장 인근에서 발견된 만큼 식사동 환경보건문제에 대한 역학조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충청남도 석면광산 주변 주민 집단 석면폐증 발생, 부산 연제구 석면공장 주변 주민 중피종 발생과 같은 사건이 식사지구에서 십수년 후 발생할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고 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역학조사를 서둘러 시행하고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또, 주민들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고 정부의 역학조사를 감시해야 할 것이며, 문제로 지적된 공장들도 원인규명과 대책수립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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