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양평화누리길 걷기축제가 있는 날. 아침에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저는 주최 측이 아니면서도 ‘오늘 비오는 데 참여가 저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습니다.

걷기를 많이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비가 내려도 강풍이나 폭우가 아니면 걷기에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강한 햇빛을 피할 수 있고, 차분한 마음으로 자연을 음미할 수 있어 더 좋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걷기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비오는 데 걸어’라고 지레 포기를 합니다.

걷기축제 사전행사는 오전 8시 30분부터였지만, 저는 출발 직전인 오전 9시 30분에 맞춰 도착하려고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버스 도착이 늦어지자 행사장에서는 벌써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비가 오는 관계로 9시 40분에 서둘러 출발하였습니다. 저도 등록을 하고, 등번호를 받고, 나눠준 비옷을 입고 출발하였습니다.
후미에서 출발하였기에 정신없이 걷다보니 행주나루터 푯말이 보입니다. 한강나루터 중 마포나루 하류에서 제일 컸던 행주나루는 지금은 철조망과 식당에 갇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철조망과 식당이 없은들 별반 다르지 않겠지요.

행주대교를 지나자 군인들이 지키는 이중 철조망이 나타납니다. 평소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을 오늘 군인들이 열고 시민들을 안내합니다. 이곳은 휴전선에서 연결된 최전선의 일부로 그야말로 금단의 땅인 곳입니다. 100만 고양시민이 살고 있는 도심 코앞이 여전히 남북이 대치중인 최전선입니다. 올듯올듯하던 평화는 여전히 오지 않았나봅니다.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평화를 다시 한 번 기원해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앞서 출발한 많은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가족 단위로 나온 분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커다란 우산이 버거워 보이는 어린 아이는 고여 있는 빗물을 튀기며 장난을 칩니다. 웃음꽃이 그치지 않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습니다.

행주대교를 지난 강변은 넓은 파밭입니다. 그 너머 옅은 안개 속으로 한강은 유장하게 흘러갑니다. 순환고속도로가 지나는 김포대교를 지나면 강변으로 버드나무숲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막 새잎이 돋아나는 버드나무들은 참으로 싱그럽습니다.

조금 더 장항IC 쪽으로 가다보면 강변은 넓은 버드나무숲으로 변합니다. 검은 개흙에서 자라는 건강한 숲과 넓은 초지. 그 밑으로는 말똥게들이 오글거리며 살고 있겠지요.

곳곳으로 이어지는 갯골은 강의 민물과 바다의 짠물을 차례로 통과시켜 핏줄처럼 이 넓은 숲에 영양분을 공급하겠지요. 이곳이 세계적인 습지인 장항습지입니다. 겨우내 이곳의 주인노릇을 했던 겨울철새는 거의 다 날아갔지만, 이곳 숲의 또 다른 주인인 고라니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인간의 간섭이 없어 잘 보존된 장항습지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자연의 보고입니다. 누군가에겐 그냥 뭔가를 만들기 좋은 놀고 있는 넓은 땅으로 보이겠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꼭 물려줘야 할 귀중한 생태자원입니다. 비슷한 원인으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가 된 홍콩의 마이포습지처럼 잘 보존된 생태학습장으로 만든다면 우리 고양시민 뿐만 아니라 킨텍스를 찾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도 꼭 가보고 싶은 생태관광지가 될 것입니다.

장항IC를 지나 장항동 신평들로 접어들었습니다. 개울처럼 넓은 수로에는 요즘 보기 힘든 제비들이 낮게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호수공원에 들어오니 온통 벚꽃세상이었습니다. 심은 지 20년이 넘는 커다란 벚꽃나무들 가득 꽃들이 피어 하늘이 온통 벚꽃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였습니다. 벚꽃 말고도 선물이 또 남아 있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한 시청 녹지과에서 예쁜 미니장미 화분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한강변을 걷게 해 준 군인들, 행사진행을 맡아 준 자원봉사자 시민들, 공무원들 고생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행사 준비부터 시민들과 함께 한다면 좋은 걷기축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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