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한창이다. 다시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오고 세상엔 꽃들이 활짝 피었다. 고양시는 꽃과 나무의 도시다. 도시가 생긴 이래로 나무들도 자릴 잡아서 나무도 울창하고 꽃도 많다.

지금부터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새롭게 피어나는 꽃을 보게 될 것이다. 참 좋다. 시인들이 그토록 찬양해 마지않던 봄날을 이제 좀 더 진하게 느끼게 된다.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커다란 메타세쿼이아에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어린잎이 나와 있다.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하고 놀랍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낸 매화 향은 또 얼마나 감동적인지. 눈처럼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노라면 이곳이 어디인가 잠시 발길을 멈추게 된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가끔씩 이렇게 좋은 날을 맞이하는 즐거움이 있어 인생은 또 살만하다고 하는 게 아닌가싶다.

예전에 지인이 선물해주셨던 매화분에 꽃이 피었을 때 그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데 요즘은 매화 향에 취해 살고 있다. 처음엔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게 그렇게 앙상하던 나뭇가지에서 꽃이 나고 또 향이 퍼져 산책을 나설 때마다 가는 봄이 아쉽기만 하다. 주인들이 무슨 생각으로 매화를 심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개발 예정지에 농사를 짓지 않고 그냥 땅을 놀릴 수는 없으니 고육지책으로 나무를 심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는 수고도 하지 않고 즐길 수 있으니 이만하면 복 받은 인생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믿으며 나름 빡빡한 삶을 살던 내게도 이런 행운이 오는 걸 보면 그래도 살만한 게 아닌가 싶다. 다들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얼마 전 내가 아는 젊은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겉으로 보기엔 항상 열정적으로 모든 일에 열심인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세상을 등지는 것을 보고 남에게는 말 못한 고통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만만치 않고 녹록치 않은 삶을 살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버티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삶은 시련이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해도 어느 순간 그 시간이 흐르고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올 겨울처럼 춥고 길어도 꼭 봄은 다시 오는 것처럼 그렇게 시련도 끝이 날거라고 믿고 굳센 의지로 삶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이를 먹으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측은하다. 나와는 생전에 인연이 없을 걸로 알았던 고양이 두 마리가 세상 보는 눈을 달리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전엔 쳐다보지도 않았던 고양이를 쓰다듬고 안고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건 순전히 녀석들이지만 시절 인연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세상도 사람도 다 변한다. 지금 순간이 미치도록 괴롭다고 해도 그 위기를 넘기면 좋은 날도 온다. 다들 그렇게 믿고 살아가보자.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을 다시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인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도 한 순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버리는 마당이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문득 문득 지옥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이렇게 꽃피는 봄날을 다시 맞고 보니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인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이 봄의 향기를 전하고 싶다. 용기 내어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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