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스터 사례 도입, 21개 마을넷 60개 마을

“마을은 오래된 개념이죠. 일제시대에도 있었고, 70년대 상계동 철거하면서 주민운동이 시작된 것도 마을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죠. 새마을운동이 마을을 파괴하는 운동이었다면 90년대 마을운동은 마을과 공동체를 복원하는 운동이죠. 마을만들기요? 그건 관에서 가져가면서 만든 말인데 이미 있는 마을을 어떻게 만든다는 겁니까.”

최근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마을만들기 사업에 ‘올인’을 선언하고, 행안부는 물론이고 국토부 등 정부부처까지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주거재생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유창복 성미산마을극장 대표는 바빠졌다.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을 위해 시는 최소 1과로만 운영하고 대신 민간조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 마을지원센터에서 각 과의 담당자와 논의하고 마을 관련사업들을 통합 검토하고 있다. 시의 사업을 민간과 의논하는데 공무원들의 반발은 없을까?

“작년에 계획된 마을관련 예산이 1300억원이더군요. 상반기 절차에 대한 고민을 부서, 풀뿌리 활동가들과 함께 꾸준히 했습니다. 결국 700억원으로 예산을 줄이기로 했죠. 나머지 예산은 불용처리하라고 했습니다. 불용도 혁신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공무원들 처음엔 어리둥절해하죠. 제가 민간 활동가들과 공무원들 만나 일하지 말고 놀라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만난 남녀가 연애를 하듯이 그렇게 공무원들과 민간 활동가들이 술한잔 하며 부딪히고 눈높이를 낮추라는 요구였다.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을 위해 올해 상반기 민과 관은 그렇게 물밑에서 부지런히 만남을 가졌다. 두가지 사업이 합의됐다. 절반 이상 예산을 줄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갖고 진행하기로 한 기존의 마을공동체 사업.

새롭게 마을지원센터와 박원순 시장이 제안한 우리마을 프로젝트. 우리마을 프로젝트는 미국 로체스터의 사례를 도입했다. 21개의 ‘마을넷’을 만들었다. 로체스터의 섹터개념을 바꾼 것. 마을넷 단위로 지역 자산과 현안을 조사하니 크고작은 마을단위가 60여개 나왔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기본계획을 잡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마을지원센터에서는 제출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멘토링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미리 확보해놓은 민간활동가들이 여기에 참여하게 된다.

아직도 마을만들기, 지역공동체에 대해 진보 혹은 특정 그룹들만이 참여한다는 오해에 대해 유 대표는 “지역의 복지단체 자원봉사센터 등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들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복지와 나눔을 통해 경계적 위치에 있는 조직들이 조정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 그리고 마을을 주제로 공론의 장은 펴되 “계급장 떼고 누구나 개인 자격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하라”고 강조했다. 단체장, 공무원, 어디 대표 그런 직함 말고 누구나 한 사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마을공동체 사업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가는 성미산마을과 서울시 사례는 주목해볼만한 것들이 많다. 한편으로 강릉마을사례는 마을사업에서 사람의 힘이 기본이라는 사실을 새삼 가르쳐주고 있었다.

마을공동체 원조 성미산마을

이제는 마을공동체의 중요한 모델로 이야기되는 성미산 마을은 1994년 ‘내 아이를 잘 키워보자’며 20여가구가 만든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출발했다. 마포구 성산동·망원동·합정동 등에 걸쳐 있다.

어린이집을 만든 부모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생활협동조합을 만들고, 초등 중등 대안학교를 준비했다. 성미산학교가 문을 열고, 생협, 재활용가게, 유기농 카페·식당 등을 차렸다.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유기농 반찬가게 ‘동네부엌’도 만들었다. 자동차 정비소 ‘성미산 차병원’ 자동차를 함께 빌려타는 ‘성미산자동차 두레’, 반경 2㎞ 내에서 들을 수 있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 ‘마포 FM’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서울시가 성미산을 개발하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은 하나로 뭉쳐 싸웠고, 결국 시가 개발을 보류하기로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곳저곳에서 이사온 주민들이 하나가 됐다. 유창복 단장도 처음 이사 온 1세대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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