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공공미술 진단

일본의 ‘파레트 다치가와시(市) 미술품의 숲’에선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조각품 사이를 넘나든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시냇물에 있는 야생마 조각품 사이로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논다.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면 불경스런(?) 일일 테지만 공공미술의 관점에서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양시에도 많은 공공미술 작품들이 있고 97년부터 2000년까지 고양시는 모두 80기의 작품을 사들였다. 이는 ‘건축물 연면적 1만㎡ 이상인 경우 특정한 장소에 미술장식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법령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일까? 백석고의 한 학생은 “조작품을 보면 아무 느낌이 없어요. 나와 아무 관련이 없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공공미술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휴식과 미적 의식을 향상시키는데 전혀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은 대체로 준공검사를 받는 조건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몇몇 작품들은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곳도 있다.
주엽1동 H빌딩 앞에 설치된 화강암 조각물은 자전거 거치대가 작품에 맞닿아 있으며 작품 사이의 틈에는 주변 상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천막이 박힌 채 방치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양시청 예술진흥담당 최진호씨는 “시는 관리책임을 물어 시정 조치를 내려야 하지만 건축주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계 법령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양현미 책임연구원은 “호수공원의 조각공원은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조각공원이다. 또 일산구청이나 암센터, 덕양구청 등의 장식품은 사람들의 접근성이나 건축물과의 어울림, 주변환경과의 조화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테너샘에서는 자연스럽게 배치된 바위 위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거나 잠을 잔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이 바위처럼 보이는 작품이 ‘인공물’이라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파레트 다치가와에서는 아이들이 재미있는 오브제 사이를 뛰어다니며 생생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
미술작품과 함께 놀기. 이는 어려운 일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만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고양시민을 위해 고양시가 안아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일 뿐이다.

□ 공공미술이란?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 전시되는 작품’을 지칭하는 일반적 개념이다. 공공미술에서 공공의 개념을 장소적 개념보다는 대중과 환경, 공간의 대중화로 본다. 공공미술이 이전까지 작가 중심, 설치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보는 사람, 공간, 환경 등 수용자 중심으로 그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 외국의 공공미술 사례
◆ 일본 : 파레트 다치가와-미술품의 숲
파레트 다치가와(Faret Tachikawa)시는 1994년 10월에 완공된 개발도시이다. 그곳에는 36개국 92명의 작가들이 제작한 109점의 작품이 11개의 건물 사이사이에 분산되어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작품사이를 뛰어 넘으면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가까이하기 쉽고, 재미있는 주제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조각품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파레트 다치가와시는 신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정체성 결여를 미술의 숲으로 잘 극복한 좋은 예이다.

◆ 미국 : 텍사스 윌리암스 스퀘어
복합층의 건물이 3면을 둘러싸고 있다. 건물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광장을 텍사스의 작은 야생마들이 가로지르고 있다. 야생마들은 광장에 조성된 시냇물로 뛰어 들어 물장구를 친다. 이 야생마들은 실제는 조각품으로 텍사스의 특성을 살리고자 계획되고 만들어 진 것. 분수를 통해 야생마들의 발 움직임이 실제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야생마 주변에서 뛰어 놀고.
공공미술이 그 지방의 특성을 드러내야 하며 지역 주민과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 미국 : 하버드대학 캠퍼스-태너 샘
태너 샘(Tanner Fountain)은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 있는 주요 보행로 교차지점에 조성된 화강암 조각 연못이다. 많은 어린이들과 가족들, 그리고 학생들은 이곳에서 여가를 즐긴다. 이용자들이 일상적인 움직임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그곳의 독자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곳의 특징은 이것이 인공물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제공:가나아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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