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고양에서 사는 사람들을 참담하게 만든 뉴스가 있었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방치된 세 자매의 이야기였다. 세 자매는 지난 2년 동안 영양실조에, 장애까지 앓을 정도로 처참한 생활을 해왔다. 학업은 모두 중단했고, 인간적인 삶 그 이하에서 발버둥 치지도 못하고 생명만 간신히 이어왔다고 한다. 세 자매의 이야기도 슬펐지만, 세 자매의 이웃으로 살았던 나 혹은 우리의 무심함이 더욱 참담한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절대 빈곤을 넘어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조차 주장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겐 가난보다 무서운 ‘방치’가 도사리고 있다. ‘방치’는 안타깝게도 부모, 자식, 혹은 친구 등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더욱 잔혹하게 나타난다. 특히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방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동반한다. 차라리 부모가 없었으면, 소년소녀 가장으로 조사돼 도움을 받았을 텐데, 부모의 존재는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버리곤 한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책이 과감하게 시행되고, 저소득층 복지 예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웃의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허술하면 모두 그림의 떡이다. 지역에서는 사회복지관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지역아동센터나 민간복지시설, 그룹홈 등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들도 마지막 단계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는데 참 열심이다. 학교도 있고, 주민자치센터도 있다. 그러나 세 자매의 경우 어느 단계에서도 체크되지 않은 이웃이었다.

보다 촘촘한 복지 네트워크가 절실하다. 세 자매가 살고 있던 덕양구 행신동, 토당동 일대는 복지관 하나 없다. 부모가 방치한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로 머물러 있다. 당장 복지관이 들어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복지 거점센터라도 만들어져야 한다. 누군가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찾아들어가 위험에 빠진 이웃을 찾아내야 한다.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부는 이제 좀 나누어도 될 정도로 축적됐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갈급한 이웃들이 먼저 촘촘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챙겨야 한다. 학교와 마을과 복지관이 긴밀하게 손잡고 세 자매와 같은 처참한 삶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안전망을 만들어 보자. 어딘가 가까운 곳에 또 다른 세 자매가 있을까, 마음이 급하다.

이영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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