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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사람을 키우는 곳”중산마을 사는 이정모 관장이 들려주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 김진이 편집장
  • 승인 2013.03.14 10:05
  • 호수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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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민이 이용률 1위, 시설을 이끄는 관장은 “고양시가 너무 좋아 떠날 생각 한번도 해번 적이 없다”는 고양시민. 이곳은 어디일까. 교육 프로그램 전국 1위,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까지 전 세대와 생명, 자원 등 자연과학 전반을 다루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다.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이곳은 고양시에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도 가능해 가족, 어린이와 단체 관람이 이어진다. 턱수염이 멋진 이정모 관장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머리뼈와 티라노사우르스 뼈 모형이 있는 그의 방에서 만났다. 열정적인 이 관장의 자연사, 과학 이야기에 잠시 타임머신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어린이 청소년 도슨트는 이곳의 자랑이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직접 박물관을 설명해주는 자원봉사인데 듣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성인 도슨트 제도도 운영 중인데 전체 25명 중에서 대다수가 9년 정도의 경력이라 웬만한 과학자 못지않게 수준높은 설명을 한다고. 이정모 관장의 방에는 자원봉사를 하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단골 손님’들도 허물없이 방문한다. 관장실의 뼈 모형들도 설명을 위해 가져다놓았다.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1층에 놓인 아크로칸토사우루스뼈 앞에 선 이정모 관장. 티라노사우르스와 비슷한 공룡으로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공룡이다.
“생명이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그냥 유지 관리하겠다고 하면 할 일이 없다. 박물관을 통해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게 할 사람을 만들고, 찾아내려 하다보니 일이 많은 것이다.”

박물관이 보존하고, 쌓아두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라는 이정모 관장. 안양대 교수였던 이 관장은 2011년 관장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해 9월부터 박물관을 이끌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10년 전 처음 만들 때 왔었다. 이후 계절마다 가족들과 찾아와 놀았다. 공모 소식 듣고 5초 만에 결심했다. 다른 고민이 필요 없었다.”

이정모 관장은 독일에서 학위를 하면서 우연히 큰 창고형 자연사박물관을 보게 됐다. 코끼리 10마리, 영양 수십마리의 뼈가 있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뛰어놀았다고. 그때 박물관은 만지고, 느끼고, 뛰어노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물관에서는 보관과 전시도 중요한 기능이다. 보통 소장품의 15%만 전시한다. 그런데 아무리 잘 보관해도 몇십년 지나면 다 부셔진다. 창고에서 부서지는 것보다 수천명이 보고 부서지는 것이 낫다고 설득하고 될 수 있으면 끄집어냈다.”

이정모 관장은 먼지쌓인 화석, 전시품을 꺼냈다. 수시로 전시를 바꾸며 변화를 줬다. 그의 거침없고 열린 업무방식 덕분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관람객, 세상과 수시로 소통한다. 다른 박물관과도 업무협약을 통해 전시품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도 하고 있는 ‘마다가스카전’에는 공룡알보다 크다는 코끼리새알을 무료로 빌려줬다. 가격으로 따지면 수천만원 정도. 안면도 쥐라기 박물관과도 협약을 맺고 진품 공룡뼈 2개를 들여오기로 했다.

“티라노사우르스 뼈 진품은 150억 정도 된다. 전체 복제품은 2억원선. 사립인 안면도나 계룡산 박물관들은 수백억 들여 진품을 샀다. 가서보니 전시를 못하고 쌓여있었다. 10년동안 우리에게 빌려달라고 하고 대신 학문 자문을 제안했다.” 

이정모 관장은 분자생물학 전공이다. 곤충과 식물이 소통하는 방식, 동물과 식물이 같이 진화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자연스레 진화도 공부했다. 그는 꽤 이름있는 과학책 저자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과학 대중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는 문화현상에 과학을 붙이는 방식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를 설명할 때 과학의 원리를 붙이는 방식이다.  이정모 관장은 기초과학의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설명했다. “우리 때도 생물학자, 어류학자 어디다 쓸까 싶었다. 어류 양식은 어촌 마을 전체를 살린다. 곤충사업도 뜨고 있다. 벌이 없으면 농사도 못 짓기 때문이다.”

이정모 관장은 “이왕이면 재미있는 것 을 하면 좋겠다”며 환경, 생태에 관심있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단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앞으로 IT 전문가, 디자이너, 영어전공자, 장애인관련, 사회복지 전공자, 시각장애인 도슨트도 기획하고 있다. 

파주시가 고향인 이정모 관장은.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2002년 귀국하면서 고양시 중산마을로 오게 됐다. 고봉산이 보이는 지금의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이사가 생각은 전혀 없다. 동네 친구들과 농사도 짓고, 축구도 같이 한다. 문화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홍대 미대에서 판화를 전공하는 큰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아내와 딸의 생일에 화석 표본을 선물하며 시큰둥한 반응에 소심해지기도 하는 이정모 관장. 3월 1일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휴먼 책 라이브러리’행사에서도 그를 만나볼 수 있다.


 

김진이 편집장  kjini@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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