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향토사 보존운동에 열심인 한 인사를 만났다. 고양6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 인사는 한나라당 관계자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비난의 내용은 “최성 시장이 내년 선거를 위해 활용하는 600년 기념사업에 왜 당신이 앞장 서냐”는 것이었다. 고양에 대한 애정과 향토문화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그 인사는 자신을 비난한 그의 면전에 쏘아 붙였다고 한다.

“시장이 누구건, 선거에 유리하고 불리한 게 무슨 상관이냐. 정치는 당신이 하는 거고, 난 고양의 역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양 600년, 그냥 넘겨버려도 그만인데, 오히려 얼마나 고맙냐. 내 역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600년의 기회를 잘 살리고, 그동안 쌓아 둔 향토사의 숙제를 푸는 것이다. 지금 시작이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묻혀 버릴 역사유산들이 한 두 가지인가. 이 막중한 일을 놓고, 당신 같은 정치꾼의 눈까지 신경 쓰고 싶진 않다.”

상기된 얼굴로 당시의 답답함을 그대로 전한 그는 고양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600년 사업의 근간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양신문 역시 600년 사업에 대한 보도방향을 두고 적잖은 고민을 했다. 기본 골격이 마땅치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비판만하는 방관자적 입장을 견지하다간 큰 것을 놓치겠다는 판단이 앞섰다. 좀 늦었지만, 고양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따뜻한 열정을 가진 인사들의 의견을 잘 듣고 600년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다. 안타까운 점은 600년 사업의 골격이 많이 세워졌다는 것이고, 다행인 점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백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밖에서 비판하는 것보다는 안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600년 사업의 새로운 물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600년 사업을 들여다보면, 예산이 그리 많지 않다. 매년 해오던 기존의 사업에 600년 이라는 의미를 덧붙인 경우가 더 많다. 고양시 600년 사업 추진 담당자는 5월2일 기념식 예산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시의회가 정치적인 목적을 겨냥한 사업이라 판단해 예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정치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고양의 소중한 역사를 담을 수만 있다면. 진정 고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을 향해 600년 사업의 문이 활짝 열려야 한다.

발행인 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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