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구 행신동 ‘꿈틀꿈틀 품앗이 공공육아’

▲ 품앗이 공동육아로 한집에 모인 10명의 엄마와 아이들이 종이컵을 이용해 만들기 놀이를 진행하는 도중 한 아이가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환호하고 있다.

어린이집 끝나고 일주일 1번 모임
엄마들 돌아가며 일일교사 역할
아이의 사회성, 부모가 직접 확인

5명의 엄마와 5명의 아이들이 한집에 모였다. 덕양구 행신동에서는 부모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꿈틀꿈틀’이라는 이름의 품앗이 육아모임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5살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이집이 끝나고 오후 4시가 되면 일주일에 한번 이렇게 실내나 야외에 한데 모여 엄마들이 직접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 일주일에 한 번, 세 시간 정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지만 그 기쁨과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지난 17일, 이날은 샘터마을의 장유진씨 집에 아이들이 모이는 날이다. 모일 때마다 일일교사가 바뀌는데 이날은 장유진씨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주도적으로 놀이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엄마 앞에 자리를 잡고 거실에 둥글게 둘러앉았다. 장유진씨는 우크렐레를 직접 연주하며 아이들과 엄마들을 한명씩 소개해 놀이에 참여시켰다. 잠시 후 종이컵과 색종이를 이용해 만들기 놀이를 진행했고 이후에는 수많은 종이컵을 거실에 뿌리고 종이컵 쌓기, 종이컵 던지기 등 자유롭게 엄마들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엄마와 친구들을 오가며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해 나갔다.

품앗이 육아모임의 전다연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이미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엄마들이 직접 나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떻게 생활하는지 ‘사회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부모가 직접 교육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와 부모의 유대관계에 큰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전다연씨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이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서 엄마들은 꽤나 부담감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엄마들은 전문 육아교육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떤 놀이와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항상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책을 사서 직접 읽어보고 인터넷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따라해 본다. 문화센터 경험을 더듬어 강사를 흉내 내기도 했다. 이제는 숲체험, 요리, 미술, 체육놀이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놀이로 접목해 공동육아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체라는 테두리 안에서 육아정보를 공유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장유진씨는 “엄마에게 육아는 당연하고 쉬운 일처럼 느껴지지만, 핵가족화 되고 외동이들이 많은 요즘 육아는 낯설고 두려운 과정이 돼버렸다. 육아를 어린이집에만 의존하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잘 키우고 있나’ 불안해하는 엄마들도 많다. 이곳에서는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 아이의 특성을 엄마가 직접 파악할 수 있고 엄마들에게 서로의 육아고민을 털어 놓는 등 왠지 모를 든든함이 있다”고 말했다.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경제적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장유진씨는 강조했다. 장씨는 “우리 모임은 회비가 일체 없다. 단지 일일교사일 경우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들도 대부분 페트병, 신문지, 밀가루 등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매우 싼 재료들만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품앗이 공동육아 모임은 인터넷카페를 통해 지난해 7월에 결성됐다. 나이가 어릴수록 한 살 차이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공동 놀이를 위해서 모두 동갑내기로 구성했다. 또한 한 동네에서 쉽게 모일 수 있도록 차로 5분 거리인 가까운 지역 사람들만 모집했다.

지난 가을에는 강매산을 아이들과 함께 올라 정상에서 생일 파티를 했다. 크리스마스날엔 엄마, 아이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

전다연씨는 “올해 시차원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등 보육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원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품앗이 공동육아가 점차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품앗이 육아모임은 보통은 ‘일산아지매’와 같은 인터넷카페에 모집글을 올리면서 시작된다.

품앗이 공동육아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준비해야 할까?

  품앗이 공동육아 십계명 

1> 가까운 지역 부모들만 모여라. - 일주일에 한 번의 모임이라도 큰 부담이다. 모임장소가 가깝다면 마음도 가까워진다.

2> 아이들은 동갑으로, 5명 내외가 적당하다. - 아이들에게 한 살 차이는 크다. 수가 많으면 집중이 안 되고 너무 적으면 빠진 자리가 커 보인다.

3> 공동의 모임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각자의 집에서 돌아가면서 한다. - 야외 놀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각자 집에서 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집을 가장 친근해 할 뿐만 아니라 놀이 재료를 구하기도 싶다.

4> 일일교사 형식으로 부모가 돌아가며 놀이(교육)을 진행한다. - 부모 스스로의 교육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성취감과 자기계발 등 부수적인 이득이 생각보다 많다.

5> 회비는 걷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한다. - 경제적 부담은 모임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6> 아이들의 능력을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건 금물. - 비교과 경쟁은 엄마와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조바심을 갖게 한다.

8> 교육관이 비슷한 엄마들이 모이면 금상첨화. - 어떤 부모는 학습적인 것을 강조하기도, 어떤 부모는 자연체험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들을 잘 섞어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9> 일일교사 부모에게 수업부담을 주지 않는다. - 부모들은 육아 전문가가 아니다. 서로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서툴러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10> 부모들 끼리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 일주일 한 번씩 부모들끼리 따로 모임을 갖고 친해지는 것도 좋다. 친해지면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는 법. 서로를 더 알아가고 놀이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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