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업에서 두부장인으로 변신

자동차사업에서 두부장인으로 변신
성사동 토박이 윤여훈 사장 부부
두부·청국장·된장·식혜·콩국까지
제대로 된 먹을거리 연구 또 연구

원당재래시장에서 원당성당쪽에 자리한 원당즉석두부(965-1596). 근처에서부터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인터뷰를 하느라 서성이는데 남편 윤여훈(41세)씨는 연신 콩을 붓고 두부를 써느라 바쁘고, 동갑내기 아내 박영미씨는 두부를 파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에 콩 5가마로 두부를 만들어 다 팔아요. 여름엔 콩물만 200병이 나가구요. 두 사람이 정신이 없어요.”
진열대에 선 아내는 남편에게 “촌두부 안 나와요?” “간수 부었어?”하며 재촉을 한다. 기자가 서 있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쉴새없이 밀려든다. 원당시장에 두부집이 이곳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문 쪽에서 따지자면 위치가 좋지도 않다. 원당즉석두부의 인기비결은 뭘까?


“연구를 많이 했어요. 돈을 많이 벌자고 하기보다는 노동력을 많이 들여서 제대로 해보자 했죠. 요즘엔 그렇게까지 못하지만 첨에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어요. 그러면서 간수도 좋은 걸 알아보게 됐고, 수돗물 대신 정수기 물이 더 맛있다는 걸 알게 됐죠.”


윤여훈 사장은 7년 전부터 두부를 만들었다. 그전에는 상계동 시장에서 장사를 했고, 원당시장에는 4년 전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성사동 토박이인 그는 지금의 원당두부 상가가 어린 시절부터 살던 곳이다. 윤 사장의 아버지는 8년 전 고양시청에서 퇴직한 윤성윤 전 풍산동장.


“제가 어렸을 때는 여기가 빌라단지였어요. 긴 골목길에서 뛰어놀았는데. 원당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갔죠.”
서울에서 자동차 사업을 크게 하던 윤여훈 사장은 젊은 나이에 실패를 맛보았다. 10억대 빚을 지고 위기를 맞게 된 것.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죠. 각오를 하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잠안자고 남보다 더 많이 일했습니다.”


정도를 지키는 전략은 주효했다. 원당시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누구는 원당시장 ‘3대 명물’로 꼽는다. 남과 다른 전략으로 배달을 해준 것도 단골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 유치원, 식당 등 고정 단골을 늘릴 수 있었다. 두부 모도 다른 집보다 조금더 크게 썰고, 신선도와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까지. 윤여훈·박영미 부부는 짧은 시간 많은 빚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부에 대한 노하우를 제대로 익히고, 삶에 자신을 얻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일본에서는 장인들을 인정해주는데 우리는 이런 일을 좀 천대하잖아요. 잘못된 것 같아요. 기술도 제대로 전수해주지 않고. 언제부터인가 나이드신 분들도 장 담는 방법을 몰라서 저희 집에 사러 오세요. 안타깝죠.”
윤여훈 사장은 두부 말고도 된장, 청국장, 식혜 등을 철따라 담는다. 메주도 직접 만들 줄 알게 됐다. 빚 갚겠다고 시작한 두부사업이지만 이제는 장인이 다 됐다. “먹는 장사, 양심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좀 덜 남기고, 몸 더 많이 움직이면 사람들이 먼저 알아요.”


젊은 나이에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 일하는 즐거움, 사람사는 맛까지 다 알아버린 윤 사장. 두 아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엄마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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