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성당 입구 과일가게

 

조미순 사장이 흐뭇한 얼굴로 과일을 설명한다. 원당시장 ‘착한과일촌’은 원당시장 정문에서는 끝이고, 원당성당 후문에서 맨 첫 집이다. 그래서인지 성당 교인들이 많이 찾는다.

 

시흥 화곡동 시장 15년
원당성당 입구 과일가게
비 막아줄 아케이드 없어
고양에 집장만하는 게 꿈

“요즘 딸기가 제철이죠. 여기 흑토마토는 비타민이 보통 과일 3배에요.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요.”


착한과일촌(031-969-7798) 조미순(45세) 사장이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과일을 설명한다. 손님이나 오가며 길을 묻는 행인, 무뚝뚝한 남편에게 보여주는 웃음이 같다. 과일장사 15년. 시흥과 서울에서 아파트 알뜰장도 해보고, 재래시장 과일가게도 여러 해 운영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과일을 나르고 파는 일이 쉽지는 않을텐데.


“18, 22살 아들이 둘이에요. 그렇게 안보이죠? 젊은 비결이 사람들 비위 잘 맞추는 거에요. 젊은 사람들 만날 때는 젊은 이야기 하고, 어르신들 만나면 그 수준에 맞춰서 또 웃어주고. 사람들이 다 좋아해주니까 나도 좋고.”
원당시장 정문에서는 끝이고, 원당성당 후문에서면 맨 첫 집이다. 주말 성당 교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과일과 함께 김이나 감태, 뻥과자 등 소소한 노점 물품도 내어놓는다. 저렴한 먹을거리들을 팔다보니 기분좋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오가는 이들 누구에게나 ‘이 파는 어디서 샀냐’, ‘이게 뭐냐’ 는 말을 건넨다.


아내보다 무뚝뚝한 표정의 남편 박웅환(51세) 사장. 사실 박 사장은 원당시장의 은근 ‘마당발’이다. 이웃 상가들의 속사정을 훤히 살펴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한다. 아내 조미순 사장이 눈을 흘긴다.


“우리 남편이 좀 오지랖이 넓어요. 내가 그래서 속 좀 끓였지요. 나는 출근하면 저녁까지 우리 가게 안에서만 있지 절대 다른 데 안가요. 그런데 우리 남편은 안 그렇거든요.”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박 사장은 바로 옆 쌀집, 정육점을 오가며 이런 저런 소식들을 전해주었다.
“여기 시장 아케이드가 우리 과일가게 바로 앞에서 끊어져요. 비가 오면 우리집도 그렇고, 정육점, 옷가게까지 다 들이쳐요. 요 앞 전봇대 앞에까지만 이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비나 눈이 오면 진열된 과일을 치우고, 눈 비를 피하느라 바쁘다.
박웅환 조미순 사장은 원당시장에 온지 1년 남짓 됐다. 시흥, 화곡동 등에서 과일가게를 하다가 인근 시장 조사 끝에 원당시장으로 옮겨왔다.


“원당시장이 깨끗하고 상권도 잘 형성되어 있더라구요. 역시 와보니까 손님들도 점잖으시고, 장사도 잘 되는 편이에요. 여기는 좋은 물건을 제 값 받고 팔 수 있는 분위기라 좋아요.”


상인회에는 자주 나가지 않고 회비만 납부하고 있다. 상인회가 하나로 뭉치지 않는 것 같아 그 점이 조금 안타깝다. 아케이드도 새로 고치고, 노점 정리나 소소한 민원도 같이 해결해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은 인천에서 출퇴근을 한다. 오전 9시에 나와 저녁 10시까지 장사를 한다. 고양시로 이사 오고 싶지만 집값이 만만치 않아 조금 더 돈을 벌면 옮겨올 생각이다.


“원당시장 사람들 다 같이 장사 잘되면 좋겠어요. 통행로 좀 정비하고 주차장도 마련해서 편리하게 만들면 더 좋을 것 같긴 해요.”


고양시에 집도 장만하고, 원당시장에 사람들이 하루종일 북적대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오늘도 조미순 사장은 과일에 환한 웃음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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