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토박이, 7년전 죽집 열어

원당죽집 방성애 사장. 큰 국자에 인심을 가득 담아 호박죽, 단팥죽을 담아준다.
20년 토박이, 7년전 죽집 열어
남은 죽은 어려운 이웃과 나눠

“우리 죽집 고양신문에 여러번 나갔어요. 자리가 작아서 죽 두가지만 놓아도 꽉 차요.”
원당재래시장 초입에 있는 원당죽집 방성애(57세) 사장이 수줍게 웃는다. 호박죽과 단팥죽 딱 두가지만 판다. 노점이라 자리가 좁기도 하지만 혼자 하는 장사라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래도 이곳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법 소문이 났다.


방성애 사장은 원당시장에 온지 20년이 됐다. 처음에는 지금의 독도수산 자리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했다. 재래시장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상가 자리를 내어놓고 지금의 죽집으로 옮겨왔다.
“어릴 때 수수죽, 콩죽, 옥수수죽 등 죽들을 많이 먹어요. 어른도 좋아하고, 전날 술먹은 남자들도 많이 사가요. 속이 편하니까.”


하루에 보통 50인분 정도 준비한다. 죽에 들어가는 재료에 비법은 “특별한 건 없고, 찹쌀을 더 넣는 정도”란다. 준비한 죽은 대부분 다 팔리지만 남으면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다. 성사동 요양원, 늘푸른 요양원에 일부 보내고 인근 소망교회에도 나눠준다. 죽을 먹으러 온 소망교회 담임목사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해서 인연이 됐다고.


“목사님과 사모님이 오셔서 조심스럽게 물어요. 혹시 죽 남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래서 이웃들 나눠준다니까 교회의 어려운 사람들 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죽 남으면 교회, 요양원에 연락드리면 와서 가져가세요. 큰 건 아니지만 나눠먹으면 마음도 편하고 장사도 잘 된다니까요. 진짜 장사 안되는 날에는 지나가는 어르신이나 손님에게 한그릇 넘치게 퍼드려요. 그냥. 그러고 나면 손님이 몰려 오더라구요.”


작은 그릇은 3000원, 큰 그릇은 5000원. 국자도 크지만 퍼 담는 인심도 후하다. 신발가게를 오래 하다가 죽장사를, 그것도 노점으로 시작할 때는 고민도 많았다. 나름 시장조사도 다녔다. 부천, 도봉구, 인천 구월동 등 잘된다는 곳을 다니며 나름의 노하우를 익힌 덕분에 작은 죽집이지만 금새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시장 자체가 사람이 없어요. 옆에 튀김 집도 장사 잘됐는데 요즘엔 이렇게 한가하잖아요.”


옆의 노점을 가리키며 원당시장 걱정도 얹는다. 저녁 장사가 끝나면 옆으로 매대를 옮겨주어야 한다. 소방도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도가 불편하다. 수도를 연결해달라며 의견을 모으기도 했지만 파는 물건에 따라 의견이 달라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고. 상가이든 노점이든 원당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지만 뜻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죽은 점심 장사라 오전에 나와 4~5시에 들어가요. 집에 가 팥 삶고 재료 준비하면 하루가 가죠.”
두 자녀와 남편과 4식구가 성사동 초원빌라에 살고 있다. 26살이 된 딸은 시장에서 자라다시피 했다. 20여년을 원당시장에서 보낸 방 사장은 죽과 반찬을 같이 취급하는 가게를 마련할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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