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무리한 개발 탈피해… ‘두꺼비하우징’ 사업 성공
성북구, 인권전담 TF팀 신설·조례 제정해 주민공감 얻어

지난주 일산서구 현안 주제를 마지막으로 10회 연속으로 연재한 ‘6·4 고양선거 시민과 함께 정책선거로-유권자 100명에게 듣는다’ 기획이 마무리됐다. 이번 주에는 유권자 100명으로부터 전해들은 원하는 공약 혹은 정책 가운데 타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좋은 정책사례를 소개해 본다. 이번 호에 소개할 타지역 정책 성공사례는 서울 은평구 마을만들기 사업과 성북구 인권증진조례 사례다. 6·4 고양선거 출마자들이 ‘이러한 정책 성공사례를 참조해 고양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기획을 싣는다.

저소득 집수리, 마을공동체사업
재개발, 뉴타운 등 급속한 개발에 따라 서울시의 옛 주택가들은 빠르게 아파트숲으로 변해갔다.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은 아파트 단지 안과 밖으로 구분되고, 동네의 작은 가게들은 사라졌다. 그렇게 개발이 진행된 아파트숲은 바로 뒤편 허름한 구도심 마을을 가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개발과 멈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구도심 지역들. 발전하는 도시의 버려진 동네들. 은평구, 성북구 등 서울시의 몇몇 자치구가 도시재생과 공동체라는 카드를 들고 해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먼저 출발한 은평구청(구청장 김우영)의 두꺼비하우징사업. 전국 최초로 주거환경개선 및 마을공동체 형성을 주민참여형으로 시도해낸 사례다. 두꺼비하우징의 대표적 사업인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에는 고양시에서도 여러차례 견학을 가기도 했다. 두꺼비하우징 시범사업 산새마을 만들기는 2013년 제3회 대한민국 경관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경관 대상은 우수 경관 사례를 발굴·홍보하고 지역의 경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너무 춥고 여기저기 자꾸 고장 나서 살기 불편한 오래된 주택을 잘 고치고 관리해 따뜻하게, 그리고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계획을 기반으로 동네를 안전하면서 편안하고, 아름답게 꾸미려고 합니다. 더불어 오래오래 살 수 있는 마을을 함께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은평구청이 만든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 이주원 대표의 설명이다.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는 전면철거식 도시개발 ▲이로 인한 아파트 중심으로 주거유형 획일화 ▲도시경관 훼손▲원주민 정주권 상실 ▲주민 갈등 심화 ▲지역 공동체 와해 ▲대형건설사 중심의 개발로 지역 소상공인 위축 ▲지역경제 침체 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은평구 두꺼비하우징. 물론 정부와 전문가 차원에서 기존 주거지 정비, 보존,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마을공동체,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구청장 공약, 도시재생 활성화
2010년 6·2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취임 직후 민·관 협력에 의한 ‘두꺼비하우징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2010년 12월 23일 은평구청과 (사)나눔과미래, (사)녹색연합, (사)환경정의가 두꺼비하우징 사업 공동 추진 및 출자 지분 등을 위해 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12월 31일에는 민간주도의 사회적기업 (주)두꺼비하우징이 설립된다. 두꺼비하우징 사업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며 2011년 10월에는 한국주택금용공사, 우리은행이 함께 두꺼비하우징 주택개량자금 융자상품을 개발하기로 한다.

두꺼비하우징에서 가장 주력해온 사업은 저소득층 무상집수리사업. 시범사업으로 성과를 인정받은 산새마을. 신사동 237번지 일대 총면적 1만5600㎡에는 주택 106동, 세대수 234세대가 살고 있었다. 주택 노후율 72.6%. 자기 집 소유 비율이 39.7%.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을 희망했으나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무산됐다. 
두꺼비하우징은 은평구와 함께 마을조사사업, 마을학교를 시작으로 낡은 집 수리, 쓰레기 처리, 주차공간, 주민편의시설 개선 등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함께 해나가기 시작했다. 

▲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사업인 두꺼비하우징 시범사업지역의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 이 곳은 아파트 위주의 획일적인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은평구청은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던 봉산주변을 매입해 지하주차장과 공원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공터를 일구고 텃밭을 만들었다. 

“이제는 아파트 위주의 획일적이고 무리한 주택개발 정책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은평구에서 주민들이 강제로 떠밀려 쫓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공약과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이다. 이 내용을 지키기 위해 은평구청과 지역 민간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4년 만에 은평구는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경관사업 시범 지역으로 불리고 있다.

전국 최초 지자체 인권영향평가
“주인이 주인다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화했습니다. 아동을 포함한 주민들의 참여권 인권 말입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인권도시 성북’을 민선5기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는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인 인권을 지자체에서부터 실현해 나가자는 게 ‘인권도시’의 주요 목표였다. 이를 위해 2011년 감사담당관 내 인권전담 T/F팀을 신설했으며 뒤이어 마련된 조례 추진위원회에는 서울시인권조례 제정에 참여했던 강현수 교수,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정종운 변호사 등 인권전문인사와 성북구 인권활동단체인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배미영 사무국장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의원, 공무원, 전문가, 시민이 함께 모여 수많은 논의를 거친 결과 2012년 6월 마침내 ‘인권증진기본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른다.

인권증진기본조례는 주민이 생활 속에서 누려야 할 인권을 행정에서 보장하는 장치로서 활용된다. 인권도시 정착을 위해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을 의무화한 것. 행정과 제도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인권영향평가 도입은 전국 지자체 중 첫 사례다.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투표소나 샛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물론 새로 짓는 공공시설에 대해서도 차별 안전 환경 등 인권요소를 평가해 주민에 최적화했다. 지난 연말 성북 주민인권선언문 제정으로 제도는 완결성을 갖추게 됐고 인권이 주민들 생활에 파고들 수 있도록 복지시설 종사자나 사회적 경제 주체들에 대한 인권교육과 일반 주민과 아동 청소년에 대한 인권교육을 정례화했다.

성북구 인권영향평가의 평가방식은 먼저 사업 담당부서가 행정용어의 인권침해 가능성, 사업관련 정보의 공개여부, 주민의 참여여부, 권리 침해시 이에 대한 해소 방안 등 7개 항목을 토대로 자가진단을 내린다. 이 결과에 대해 감사담당관 인권팀이 인권영향요인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평가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의 엄청난 행정 전반을 간단하게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은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이다.


이 같은 성북구의 인권도시 만들기에 주민들도 함께 했다. 작년 말 성북구에서는 주민참여단 130여명이 1년여의 논의·토론을 거쳐 역사적인 ‘성북 주민인권선언문’을 발표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지자체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약속이다. 제정 취지를 담은 전문에는 모든 사람들이 선언문에 규정된 권리를 누리고,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2020 고양평화통일특별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양시 또한 이러한 인권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왕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운영위원장은 “국제적인 평화인권도시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100만 고양시민의 기본권리가 담긴 ‘고양시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는 아직까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북구 사례처럼 주민참여를 통한 인권기본조례 개정을 통해 고양시민인권헌장 제정, 인권영향평가 실시, 인권센터 설립 등 인권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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