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전문 도소매업 25년

젓갈 전문 도소매업 25년              
모래내시장서 10년전 옮겨와
목포수협 새우젓 100%국산        
낙지·조개·벤댕이젓갈 인기

 

제일젓갈의 김경화 사장이 손님에게 나갈 새우젓을 담고 있다. 이곳 젓갈들은 목포수협에서 경매를 통해 대량으로 가져온다.
“새우젓도 육젓, 오젓, 추젓에 멸치젓, 갈치속젓, 곤쟁이젓, 밴댕이젓, 황석어젓이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이지. 찬으로는 낙지, 창란, 조개, 오징어젓갈이 인기고. 요즘에는 상추쌈 싸서 먹는 갈치속젓이 쌈장 젓갈로 좋지.”
젓갈 이름만 듣는데도 입에 침이 고인다. 붉은 빛깔 도는 갖가지 반찬 젓갈에 구수한 짠내가 풍겨나오는 새우젓갈이 드럼으로 놓여있다. 원당재래시장 끝에 위치한 제일젓갈. 남편 이기혁(52세) 사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여사장인 김경화(50세)씨가 장사를 하고 있다.

 서울 남가좌동에 유명한 재래시장이었던 모래내시장에서 젓갈장사를 배운 부부는 10년 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기혁 사장이 20대 후반부터 젓갈 장사를 시작했으니 20여년이 훌쩍 넘었단다.
“나는 애 셋 키우느라 그전에는 옆에서 돕기만 했지. 지금은 둘이서 번갈아 하지. 젓갈장사는 노하우 없이 못해. 워낙 종류도 많지만 젓갈을 경매해서 사오는 일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제일젓갈의 젓갈들은 목포수협에서 경매를 통해 대량으로 가져온다. 도매업을 주로 하고, 시장에서만 소매를 하기 때문에 새우젓은 드럼으로 수십통을 실어온다. 현장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잡아온 배의 호수까지 적어오기 때문에 단골 식당이나 소매점들의 신뢰가 높다고.

직장을 다니던 남편에게 젓갈사업을 배우게 한 것은 아내 김경화씨였다. 언니 내외가 모래내에서 젓갈장사를 오래 했는데 결혼 전 옆에서 먼저 일을 도왔기 때문이다.
“원당시장 처음 와서는 하루에 3만원 팔기도 했어. 울기도 많이 울고. 그래도 세월이 지나가니 단골도 생겼지. 다른 집보다 싱싱하고 통통한 새우젓, 좋은 물건 가져다 파니까 알아주더라고.”
일은 힘들었지만 젓갈장사를 하며 크게 돈 걱정 하지 않고 아이들 셋을 대학까지 다 키웠다. 가녀린 몸매의 김경화씨는 무거운 된장, 젓갈통을 양손에 하나씩 번쩍번쩍 들었다. 놀라서 쳐다보니 ‘남자 일, 여자 일 따로 없다’며 웃는다. 가장 바쁜 가을 김장철에는 아이들까지 다 동원됐다. 쉬는 날 없이 ‘꽃놀이 한번 못가보고’ 장사하며 딸 둘, 아들 하나를 키웠다. 학자금 대출한번 안받고 세 아이 모두 4년제 대학을 보낸 것이 스스로도 자랑스럽다. 큰 아들은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고, 큰 딸은 동양생명, 작은 딸은 강남의 큰 기획사에 다니다가 11개국 배낭여행을 떠났다. 지난 어버이날 딸이 편지를 보냈다.

“엄마 아빠가 쉬는 날도 없이 힘들게 일해서 자기들 키워줘서 너무 고맙다고 썼더라고요. 눈물 나지. 힘들었지만 애들이 다 커서 집 떠나니까 허전해.”
외국에 나간 작은 딸의 편지 이야기에 눈시울이 잠시 촉촉해지는 김경화씨. 이제는 노후대비 하면서 남편은 운동도 나가고, 김씨는 취미생활도 즐긴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니 잠시 망설이다가 방송댄스란다. 젊은 친구들과 섞여 아이돌 노래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면 청춘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그룹 엑소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김씨는 새로 이사 온 원당 레미안 단지내 방송댄스 수업이 수강신청이 저조해 없어져 너무 아쉽다.
제일젓갈은 변하는 세월에 맞추어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와 저장 반찬 등을 추가로 취급한다. 젊은 사람들은 젓갈 이름도 잘 몰라 먹는 법도 가르쳐준다. (전화 966-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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