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시장 입구 과일 어묵 골목시장 때부터 20년

오전 6시부터 나와 과일을 진열한다는 홍남용 원당시장 노점상인회 회장. 아내와 함께 하는 어묵노점 앞에서. 자신의 인기를 자랑하며 수줍게 웃는다.
원당시장 입구 과일 어묵
골목시장 때부터 20년
노점상인회 회장 6년째
“상인회와 상생 원해”

원당시장 입구 과일 어묵골목시장 때부터 20년 노점상인회 회장 6년째“상인회와 상생 원해”

 

“20년 전에 원당시장에 왔지요. 서대문 홍제시장에서 장사했는데 개발되면서 시장이 다 엎어졌지. 과일장사는 30년 됐어요.”
원당재래시장 입구 오른쪽에 자리한 과일노점상. 이곳의 홍남용(57세)씨는 원당시장 노점상인회 회장이다. 과일장사만 30년, 원당시장에서 노점장사만 20년이다. 옛 삼송리에 살고 있던 홍 회장은 홍제시장이 없어지면서 원당시장으로 옮겨왔다.

“그때는 여기가 시장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요. 그냥 단독주택가 지나가는 거리였죠. 거기에 좌판 몇 개 놓고 장사했지요. 처음에는 밥먹고 살기도 힘들었어요.”
원당시장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노점상들도 별도의 상인회를 꾸리고, 한 목소리를 내게 됐다. “우리 노점상인회는 ‘모여라’ 말 한마디만 하면 금방 다 모여요. 안모이면 안되고. 노점상인회 없으면 안된다는 걸 다들 아니까요.”

홍남용 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노점상인회 회장만 6년째. 호떡, 만두, 어묵, 죽집처럼 한사람이 겨우 앉을만한 크기의 한 칸 매대부터 과일, 반찬처럼 비교적 나은 형편의 상가들까지 노점의 사정은 각양각색. 그러나 일반 상가들과 달리 노점상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덕분에 원당시장 노점상인회는 결속이 탄탄하다. 정기 모임이나 비정기 모임에 30명의 노점상 대부분이 참석한다.

“노점하시는 분들 대부분 사연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서로 굳이 캐묻지도 않고, 통하는게 있어요.” 원당시장 입구 쪽 노점들은 줄지어 붙어있다보니 더 친해보인다. 취재 동안에도 농담을 던지며, 사진 포즈도 잡아준다. 고된 일상에 매일 보는 이웃 상인들은 의지와 위로가 된다.

지금은 시청, 구청에서 ‘암묵적인 인정’을 하고 있지만 원당시장 노점상들은 여러번 위기를 겪었다. 2010년에는 상인회와 노점상인회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덕양구청에서 불법노점상과 상인들의 불법 매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불법노점상 28개소와 일반상인 66개소가 계고장을 받았다. 철거를 둘러싸고 위기가 고조됐던 당시 상황은 원당시장 상인회, 노점상인회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일단락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상인회간 앙금은 아직도 남아있다.

“우리 노점들은 우리 돈으로 매대를 다 크기 줄여서 지금처럼 깔끔하게 만들었어요. 시청 담당자와 협의해서 노란 선 안으로 다 같이 들어가기로 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만 지키면 뭔 소용이 있습니까.”
서로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하다. 그래도 원당시장 상인회가 4일 신임 홍진영(경진떡집)씨를 선출하고 새로 임원진을 꾸린다니 기대는 없지 않다.

“제가 여기 진짜 오래 됐잖아요. 상인회랑 어쩌고 해도, 저 인기 많아요. 시장 걸어다니면 다들 불러 커피 사주고, 소식 좀 전해 달라 해요.” 홍남용 회장이 자신의 인기를 자랑한다.
“우리 노점상들은 상인회와 잘 지내고 싶어요. 필요하면 회비도 낼 수 있어요. 시장이 살아아 다들 돈 많이 벌고, 잘사는 거 아닙니까.”

원당시장 입구, 약국 바로 앞 과일가게와 어묵노점. 오전 6시부터 늦은 11시까지 모자를 푹 눌러쓴 홍남용 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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