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18년, 원당시장 떡집 20년

“노점상과 상인들이 서로 힘을 합치고 소통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원당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홍인영 대표
중국집 18년, 원당시장 떡집 20년
인절미 송편 잔치떡에 반찬 그득해
노점과 상인회 “함께 품어안을 것”
시에 공공 화장실, 주차권 지원 요구

중국집 18년, 원당시장 떡집 20년인절미 송편 잔치떡에 반찬 그득해 노점과 상인회 “함께 품어안을 것”시에 공공 화장실, 주차권 지원 요구

 

“남자들이 잘 못풀더라구. 아무래도 여자니까 실마리 술술 잘 풀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그래요. 노점상들하고 잘 지내고 싶어요. 세상사는 게 같이 살아야지 혼자 살 수 있나요. 회장 되자 마자 노점상 회장한테 가서 그랬지. 당신도 홍씨고, 나도 홍씨인데 우리 같이 대화 잘 해보자고.”

원당상인회에 새 회장이 선출됐다. 경진떡집 홍인영(57세) 회장. 원당시장 최초의 여성 회장이다. 누구라도 한품에 안을만큼 편한 인상의 홍 회장. 말투도 시원해서 그의 말대로 상인회와 노점상을 충분히 품어 안을 수 있는 여장부 스타일이다.
전임 김광석 회장이 장사를 그만 두게 되면서 원당상인회는 6월 4일 보궐선거를 통해 신임 회장을 선출했다. 67명 상인 중 59명이 참석했다. 59명 중 49명이 투표에 참여해 홍인영 회장은 29명의 지지를 받았다.
“따로 공약을 내걸지 않았어요.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 약속했다가 못 지키면 어떻게 해. 경진떡집에서 회장한다니까 총회에 다들 나오셨더라구.”

홍인영 회장은 우선 노점상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 홍남용 노점상인회 회장을 만났다. 아직은 속시원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첫 만남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몇년전 노점상들에게 전기를 공급해주기로 했는데 잘 안됐어요. 그 이유는 전기공급을 위해서는 등록 주소가 필요했는데 노점상들이라 그게 없었던 거죠. 상인들이 반대해서 그런 게 아니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니까 하나씩 오해가 풀리겠지.”

홍인영 회장은 우선 노점상인회에 보행로 확보를 위해 매대를 조금만 줄여줄 것과 위생에 신경을 써달라는 요구를 했다. 대화가 시작됐으니 변화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홍인영 회장은 20년 전 원당시장으로 옮겨왔다. 그전에는 서울 논현동에서 중국집을 18년 했다. 장사는 잘 됐지만 배달원들을 여럿 두고 하는 중국집이 너무 힘들어 떡으로 종목을 바꾸고 원당시장의 지금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 참 행복한 거에요. 상가마다 파라솔을 치고 장사하는데 바람불면 날라가고, 비오면 비닐로 매대를 꽁꽁 싸매느라 이리 저리 뛰고. 시장이라고 할만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래도 그때가 더 좋았어요.”
인절미, 송편, 증편, 약식, 계피떡, 감떡, 고사떡, 돌떡, 회갑떡. 종류도 다양한 떡을 남편과 둘이 직접 만들어낸다. 경진떡집(962-6401)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이 먹음직스럽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반찬가게도 겸하고 있다. 홍인영 회장이 직접 만드는 배추김치, 물김치, 열무김치에 각종 반찬이 매대에 그득하다.
“열무김치 좀 익으면 밥 비벼먹어봐. 미역무침은 좀 있다가 나와. 우리 집은 전부 직접 만드니까 차례차례 기다려야돼.”

김치 3종류를 봉지 가득히 샀는데도 2만원이 넘지 않는다. 요리법에 덤까지 푸짐한 것이 재래시장만의 맛이다. 묵묵히 서서 떡을 만드는 남편은 아직도 아내가 상인 회장을 맡는 걸 찬성하지 않는다고. 그래도 20년 원당시장에서 일했는데 그 정도 봉사는 해야되지 않겠냐고 설득 중이다.
“내가 회장 됐다니까 주변에서 한달에 한번 같이 노는 날 만들자고 해요. 같이 모여 막걸리 한잔이라도 마시면 오해도 풀고, 화합도 되고. 원당시장 상인회가 똘똘 뭉치면 뭣이든 못하겠어요.”
새 임원진과 홍 회장은 원당시장에 공용 화장실을 유치하는 것과 주차권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하루 1만여명이 다니는 원당시장에 아직도 화장실이 없다.

“회장 되고 나서 시청에 들어가서 그랬어요. 손님들 이용하실 화장실 하나 지어달라고. 그리고 1시간 주차권을 손님들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다들 저를 믿어주시니 하나씩 해나가야죠. 여자가 회장 맡아서 시장이 더 깨끗해지고, 화합하게 됐다는 소리 듣고 싶어요.”
홍인영 회장의 웃음 덕분인지 원당시장이 더 환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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