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전 한 살된 아들과 함께 원당으로

민속떡집 오미경 대표는 의정부에서 그릇장사를 하다 24년 전 원당시장으로 왔다. 새벽 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남편과 아들이 떡을 만들고,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오 대표가 떡을 판매한다.
24년전 한 살된 아들과 함께 원당으로
4명의 떡기술자, 새벽 2시부터 일시작
한팩에 2천원, 푸짐한 맛보기 떡 인기
이바지 돌떡 잔치떡 ‘배달이 바빠요’

“저기 우리 아들이 24살이니까. 24년 됐네. 우리 아들 한 살때 여기 왔거든.”
원당재래시장 초입에서 조금 더 가면 아담한 규모의 떡집이 있다. 이바지, 회갑, 돌떡 등 잔치떡은 자신있다는 민속떡집(031-965-5357).

오미경(51세) 대표는 의정부에서 그릇장사를 오래 하다가 24년 전 원당시장으로 왔다. 13년은 어묵, 떡볶이 등 분식을 팔았고 11년 전 떡으로 종목을 바꿨다.
“우리 아저씨가 떡 기술자거든. 형제들이 다 시장에서 떡집을 해. 큰 형님은 서울 등촌시장에서 번영회장까지 하고, 그 밑에 형님은 광주시장에서 떡집을 하지.” 오 대표의 여동생이 원당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있어 둥지를 바로 옮길 수 있었다. 온 가족이 떡기술자, 떡전문가들인 셈이다.

민속떡집에서는 4명의 떡기술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새벽 2시부터 남편과 아들, 직원들이 나와 쌀을 담그고 떡을 만든다. 그날 만든 떡을 팔기 위해서다. 오후 1~2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한다. 오 대표는 오전 9시에 나와 오후 9시까지 판매를 한다. 모두 12시간 노동. 참 고된 일이다.
“다들 힘들지. 잠 못자고. 그래도 밥은 먹고 사니까. 그게 좋은 거지.”

오 대표를 닮아 호남형의 24살 아들에게 이런 생활은 쉽지 않을 것같다. 친구들도 못만나고, 휴일도 없으니 쉬지도 못하고. 가끔 불만을 터트리긴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일해주어 고맙다. 열심히 일하는 아들에게 따로 가게를 내어주는 꿈을 꾸는 것도 오 대표와 남편의 기쁨이다.
민속떡집 진열대에는 인절미, 찹쌀떡, 쑥떡, 모시떡, 가래떡, 백설기 등 20여가지의 색색가지 떡이 손님을 맞는다. 어떤 떡이나 2000원. 3개 5000원이다. 푸짐히 담은 한팩에 2000원이면 저렴해 보인다.
“재료값이 너무 올라서 이렇게 낱개로 파는 건 안남아. 손해나는 것도 있지. 여기서 먹어보고 단체 주문하라고 하는 거지. 서비스야.”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능곡, 행신 등에서 주문전화가 이어진다. 서울근교까지도 주문이 온다. 반말 이상만 주문하면 배달도 가능하다.
떡을 사가는 이들 중에는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많다. 떡을 만져보고 ‘따뜻하네’하며 봉지에 담는다. 어르신들에게 말랑한 떡만큼 좋은 먹을거리가 있을까.

“시장에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데 중간에 쉴 데가 없어. 다른 시장가보니까 휴게실도 있던데. 어르신들은 시장통 다 걸어가다가 좀 쉬고 싶어 하시는데. 떡 사면서 먹을 곳이 없냐고 물어보시는데 여기는 좁아서.”
원당시장에 바라는 걸 물으니 휴게실과 공용화장실, 주차장을 꼽는다. 앞에서 떡을 고르던 어르신도 맞장구를 친다. “그래 앉아서 좀 쉬었다 가면 좋겠는데.”

화장실도 문제다. 민속떡집은 그래도 2층에 직원휴게실과 화장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가들은 상가 안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20여년 역사를 갖고 있는 재래시장에 공용화장실이 없어 영플라자나 인근 빌딩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바라는 건 크게 없어. 이대로 장사 계속 했으면 하지. 시장 이야기 다 말로 할 수는 없어. 그래도 다들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거지.”

장사를 돕는 아들과 군대 간 아들, 대학생인 두 딸을 둔 오 대표. 직원과 아이들 4명을 보살피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고 하니 ‘맞다’며 웃는다. 민속떡집 사람들의 소박한 꿈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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