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들 중 최고 터줏대감
제수용 머리달린 닭도 주문
초간단 닭발 묵 “진짜 별미야”

“누구 먹을거야?” “우리 애기 먹을 거에요.” “그럼 껍데기 벗겨야 되겠네.”

원당재래시장 중앙에 닭집 노점. 이기순(62세)씨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큼지막한 닭 한 마리의 껍질을 능숙하게 벗겼다. 큰 닭한마리 껍질이 순식간에 벗겨진다. 25년 경력답다.

“애기가 누구인 줄 알어? 새댁네 강아지야. 여기서 25년 하니까 손님들 얼굴만 봐도 다 알아. 누구네 애가 몇 명이고. 누가 먹는건지 다 아니까. 묻지 않아도 알아서 손질해주지.”

닭을 받아든 손님이 웃으며 맞장구를 쳐준다. 원당시장에서 닭집 노점만 25년된 이기순씨. 노점상 중에서도 가장 오래됐다고.

이씨는 닭집을 하기 전에는 전업주부였다. “애들 아빠가 사업이 망했어. 그러다가 갑자기 죽었지. 고등학교 다니는 애가 들이었는데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지.” 남편은 마니커, 페리카나 등 유명 브랜드의 닭 유통업을 했다. 그전까지는 지역에서 새마을어머니회 회장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갑자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기순씨를 딱하게 여긴 남편의 거래처에서 이씨를 도왔다.

“닭 다듬는 것도 배우고, 마니커 닭 유통도 도움을 받았죠. 다행히 장사는 처음부터 잘됐어. 그때는 원당시장에 송배식 회장님네 닭집하고 우리집 두 개밖에 없었지.”

큰 포장에 닭을 받아서 손질을 해서 팔면서 닭발, 모래집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30대였기에 오히려 힘들 줄 모르고 장사를 했다고.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지요. 나이드니까. 그래도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해요. 덕분에 애들 둘 다 키우고, 자리 잡았으니까.”

딸은 결혼하고 아들은 이씨의 장사를 돕고 있다. 그의 닭집에는 어르신들도 많이 오지만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엄마따라 손잡고 오다가 이제 어른이 돼서 오기도 하고, 자상한 손질을 해주니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좋다.

젊은 주부가 삼계탕을 한 마리 샀다. 손질을 해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하다가 황기 등 부재료를 큰 것으로 집어드니 한마디 한다. “그건 너무 커. 저기 작은 걸로 가져와.”

또다른 주부가 남편과 와서 닭발과 모래집을 한봉지 가득히 사간다. 푸짐한 양인데도 다 합해 1만원. 내친 김에 닭발 요리법도 두가지 일러준다.

“닭발을 된장 넣고 삶아요. 그리고 그 물을 버려. 그 다음에 닭볶음탕 양념있지. 그거 넣고 달달 볶으면 닭발볶음 되는거지. 아주 맛있어. 닭발로 묵을 만들어도 별미야. 내가 개발했어. 된장 넣고 삶아낸 닭발을 마늘 대추넣고 다시 한참 고아. 흐물흐물해 질 때까지. 장갑끼고 주물러서 뼈를 발라낸 다음에 뼈를 믹서에 곱게 갈아. 닭발뼈는 잘 갈려. 그걸 다시 끓여서 냉장고에 넣으면 묵이 되는거지. 겨자넣은 간장 소스 얹어 먹으면 아주 별미야.”

이기순씨는 최근 포장육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벌금 40만원을 물게 됐단다. 닭을 개별포장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씨는 불만이 많다.

“닭을 한 마리씩 포장하면 아무리 위생적으로 해도 물이 생기고, 피가 고여 비린내가 나. 그런 걸 윗 사람들은 잘 몰라. 벌크 포장해서 가져와 손질하는 닭이 훨씬 싱싱하고 냄새도 안나는데. 나는 벌금 물어도 그냥 이대로 할거야.”

노점상 25년이니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많았을 터. 38살 젊은 주부에서 이제는 원당시장 터줏대감이 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원당시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이기순씨. “원당시장 상인회와 노점상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시장 이렇게 좋게 만들어줬으니까 50년은 더 장사 잘해야지.”

원당시장 닭집. 토종 육계, 삼계, 닭발, 오리에 제수용 머리달린 통마리 닭도 취급한다. 듬직한 아들덕분에 배달도 가능하다고. 965-9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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