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시장 사람들 부성침구

<고양신문에서는 일산시장 능곡시장과 함께 고양시 3대 재래시장인 원당시장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양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원당시장 사람들. 펄떡펄떡 뛰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지면을 통해 전합니다.>

 

1. 하얀 리본달린 워싱면 이불. 연두, 분홍, 하늘색 3가지. 7만원

2. 리본 없이 조금 더 두꺼운 워싱면 이불. 역시 3가지 7만원.

3. 깔고 덮고 다 가능한 워싱면 얇은 이불. 4만원

4. 안 밀리는 고무달린 소파 깔개. 3인용 2만원, 4인용 3만원.

 

요즘 유행한다는 워싱면 이불을 추천하는 염순숙 사장.

“1인용은 2만원 드릴게요. 이거 안밀리고 좋아요. 보푸라기 안나고. 요즘은 면 워싱이 유행이야.”

원당재래시장 초입쯤에 위치한 부성침구. 염순숙(55세) 사장의 손님 맞이가 부산하다. 25년 원당시장 토박이인 염 사장은 이번에 원당시장 상인회 부회장도 맡았다. 우선 가을맞이 인기 침구류부터 추천받았다. 요즘에는 한번 세탁을 해서 몸에 나쁜 화학약품도 제거하고, 천도 부드럽게 해주는 ‘워싱면’이 유행이다. 봄 여름에는 연한 파스텔톤이 인기, 가을, 겨울에는 짙은 색을 선호한다고.

 

얇은 워싱면 이불은 여름 인기 품목.
염순숙 사장이 추천하는 4가지 품목들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계속 찾는 이들이 이어졌고, 판매가 되기도 했다. 손님들은 염 사장의 추천에 두말없이 물건을 선택했다.

“우리는 단골 없으면 문닫아야죠. 25년 했으니까. 단골 관리 비법? 꾸준하게, 똑같이. 여기서 오래 하니까 거기에 대한 신뢰가 있고, 많이 사나, 조금 사거나 똑같이 대해주는 거지. 처음에 와서는 깍으려고 들던 손님들도 두 번 세 번째부터는 안 그럽니다.”

부천에서 신포우리만두라는 체인점 만두집을 운영하던 염 사장.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일이 너무 힘들이 품목도 바꾸고, 동네도 옮겨왔다.

“아는 이불가게 가서 이불 골라주고, 진열해주니까 나보고 센스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나는 잘 한거 같아. 이 일이 맘에 들어요.”

일대일로 고객을 대하고, 설명하는 일이 염 사장의 적성에 맞았다고. 25년전에는 원당시장이 제대로 정비되어있지 않아 바닥도 지저분하고, 비가 오면 물이 새기도 했다. 그래도 부성침구는 일찍 자리를 잡았다. 대구의 이불공장에서 싸게 물건을 가져오고, 단골 관리를 잘했기 때문. 모텔이나 요양원 등 대량 판매가 많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 앞집 건강원 양철용 사장이 달려온다. “여기 사장님이 좋은 일을 엄청 해요. 고양신문사가 착한 상가 상 좀 줘요.”

면으로 된 쇼파 깔개도 인기라고.
염 사장이 철이 지난 침구류는 요양원들에 전달해오고 있다고.

“뭐 크게 하는 건 아니고. 철이 지난 침구류는 많이 보관하면 오히려 잘못해서 오염이 되기도 하니까. 그냥 침구 없다는 요양원들에 몇채 더 보내주고 그러지.”

그러고보니 부성침구에는 오고 가며 들리고, 잠시 의자에서 쉬다 가는 어르신들이 많다. 인터뷰 중에도 말을 거는 이들에게 염 사장은 귀찮은 내색없이 답을 해준다.

상인회 일은 이번에 부회장을 맡으면서 처음 참여하게 됐다. “화장실을 저기 옆에 영플라자 2층을 이용하죠. 생각하면 참 고마워요.” 25년을 화장실도 없이 장사를 해온 셈이다. 상인회와 상인들이 힘을 모아 화장실, 주차장을 만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신원당에 사는 염 사장은 두 자녀가 모두 결혼해 독립했다. 부성침구는 둘째딸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25년 한결같이 일하고도 여전히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일한다. 휴일, 휴가도 따로 없다.

염 사장은 “이 일이 좋다”며 “앞으로 15년만 더, 70살까지 하겠다”며 자주 놀러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