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도서출판 한자북스

한자를 보면 울렁증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40대들에게 심하다. 50대는 그래도 조금 한자교육을 받았고, 30대는 한자를 별로 안 배워 아직 나이가 좀 어리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40대는 애매하다. 배우긴 배웠는데. 읽는 것은 어찌어찌 흉내 내다보면 반타작은 하는 것 같은데 한자를 쓰라고 하면 손이 떨리고 황망해진다. 그렇다고 한자를 포기할 수도 없다. 한자를 포기했다가는 책 『백범일지』의 ‘일지’를 ‘日誌’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범일지의 일지는 ‘逸志’로 써야하는데도 말이다. 車馬도 거마라고 읽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차마라고 읽기 쉽다. 괴리라는 한자 乖離도 자칫하면 승리라고 읽을 수 있다. 사소한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실수가 때로 큰일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한자를 적극적으로 배워야 하는 특별한 이유도 있다. 도서출판 한자북스의 현재진 대표<사진>는 “뜻글자인 한자에는 철학과 문화가 응축되어 있고, 단어와 고사성어에는 깊이 새겨둘만한 이야기와 교훈이 담겨 있다”며, “한자공부를 하게 되면 사춘기가 극에 달하는 청소년 시기에 한자의 뜻을 심사숙고하는 습관을 갖게 되어 심성의 변화도 얻을 수 있고, 삶도 풍성하고 깊이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모두 한자 문화권이고 중국과 일본이 쓰기 편리한 간편 한자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한자를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연구를 도외시하면서 한자에 대한 주도권을 중국과 일본에 빼앗기고 있다.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고, 풍산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일산동구 마두동 백마마을에서 한자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초등학교 학생부터 성인 그리고 법대, 한의대를 다니는 대학생들도 찾아와 한자를 배운다. 현 대표는 “요즈음 한자의 필요성이 공감되면서 청소년들에게 한자교육을 중시하고 있는 추세지만 기본이 안된 상황에서 한자교육 강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고등학교 한자 교과서만 보더라도 기본 한자 실력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내용이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 대표는 “기초 한자 실력도 없이 문장공부로 나가는 것은 한자에 대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일상생활이나 각 교과서의 어휘를 이용해 한자를 충분히 익힌 후에 문장과 문법을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중·고등학교 한자 교과서는 걷지도 못하는 학생들을 뛰게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 한자급수도 땄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한문공부가 어려운지 모르겠다”는 어느 고등학교 학생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한자·한문 교육은 “마이너스 100점!”인 것 같다. “한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도 맞고,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글자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한자를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하는 현 대표는 지난 10여 년 간 한자를 연구해온 성과를 토대로 한자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16일 만에 끝나는 정말이지 쉬운 한자 6급』부터 『61일 만에 끝나는 정말이지 쉬운 한자 2급』까지 출간했다. 이 책으로 공부하면 5급은 23일, 4급은 33일, 3급은 47일 만에 끝낼 수 있다.   

 

 
책의 핵심 포인트는 각 글자를 기초부수와 어원으로 분해한 뒤 우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뜻을 풀어놓은 것이다. 한자는 제 부수로 이뤄진 것도 있지만 한 글자에 몇 개의 한자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한 글자 안에 모여 있는 각각의 한자를 낱낱이 쪼개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을 붙였다.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이 글자가 이래서 이런 뜻이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36일에 끝나는 정말이지 쉬운 한자 1급』과 초·중·고등학생이 꼭 알아야 국어 어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던 현 대표가 1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부전공을 한자로 했을 만큼 한자에 대한 관심과 한자를 무작정 통 글자로 외우며 힘겹게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였다. 그는 “앞으로 연구소를 통해 한자보급에 앞장서고,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쉬운 한자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문의 031-903-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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