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동 성추행·학대 진술 불구
경기지방청 불기소 검찰송치 예정
CCTV 21개 중 14개만 조사
피해부모 “검찰 재조사 진행”요구


일산 Y유치원 아동성추행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하지만 피해부모측은 담당 수사관의 부실·축소수사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 재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양의 녹취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10월까지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지속적인 성추행·학대를 당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녹취내용에서 A양은 “잠자는 방에 어른남자가 들어왔다. 무릎이랑 엉덩이 여기저기를 만졌다. 사탕과 젤리, 스티커를 사주며 엄마아빠에겐 비밀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또한 “아저씨가 특정부위를 만지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지난 4일과 14일, 경기북서부 해바라기센터에서 진행된 경찰조사 속기록 내용에 따르면 A양은 “잠자는 방에 가두었고 그때도 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괴롭혔다. 스프를 먹다 흘렸다고 혀로 핥아 먹게 하고 휴지를 쓰지 못하도록 감추기도 하고. 종일반 선생님이 안 핥아먹으면 자는 방에 가둔다고 해서 그냥 핥아먹었다”고 진술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A양 어머니는 “작년 4월부터 종일반에 아이를 맡겼는데 스타킹이 찢어졌거나 멍이 들고 뺨이 부어서 오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는 작년 10월 Y유치원 아동성추행 사건에 대한 피해부모의 고소를 접수받고 5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해당사건에 대해 특정 운전기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축소수사를 진행한 채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관은 “압수한 CCTV에서 증거자료를 발견하지 못했고 아이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지난 22일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기사 B씨에게 무혐의 통보를 내렸다"며 “이번 주 내에 검찰에 불기소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사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아동학대혐의에 대해서는 재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무혐의 통보를 받은 운전자 B씨는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며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나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이 극심한 불행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피의자 진술 위주의 기사가 온라인상으로 번져가면서 고통은 더욱 커졌다〃며 〃모든 오해와 누명이 하루빨리 끝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유치원측은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일축하고 "경찰수사가 마무리되는데로 공식입장을 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현재 유치원은 신문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사과문 게재를 요구하는 법적대응을 진행중인 상태다.

 

하지만 피해부모는 "경찰수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수사의지 없이 5개월가량 사건을 질질 끌어왔다는 것. A양의 아버지는 "경찰 측은 CCTV 분석결과 증거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전체 27개 CCTV중 14개만을 조사했을 뿐"이라며 "불리한 CCTV는 주지 않았거나 확인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담당 수사관은 "당시 유치원에 설치된 CCTV는 21개 뿐이었으며 그중 필요하다고 판단된 14개만 조사했다.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코알라반과 잠자는 방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7일 교육청 민원회신에 따르면 ‘유치원에 27개 CCTV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되어있어 CCTV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게다가 피해자 어머니는 “작년 10월 아이가 체벌방이라고 이야기하는 잠자는 방으로 데려갔을 때 CCTV가 있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한 조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Y유치원 차량기사를 조사 대상으로 명시했지만 경찰 측은 운전기사 B씨 외에 다른 6명의 운전기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관은 “추가 제출한 자료들에서 B씨를 가해자로 지목했기 때문에 B씨에 대해서만 집중 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A양 어머니는 “나중에 다른 기사들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양 아버지는 “경찰 측은 가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못 찾았다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는데 우리입장에서도 아이의 피해주장이 허위라는 어떠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성추행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결론내리는 것은 우리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양성폭력상담소 윤경회 상담사는 “속기록을 살펴본 결과 아이진술에 대한 수사에서도 부실한 부분이 엿보인다. 보통 아이들 진술은 먼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수준에 맞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수사관이 그 부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였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때쯤 갑자기 화제를 전환하는 듯한 부분도 눈에 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변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경찰이 증거물에 아버지 DNA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등  2차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류 변호사는 “아동성추행 사건에서 아이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음에도 경찰수사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차원의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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