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 직원에서 동네 서점 사장으로

 
1인출판사 운영했던 마케팅 전문가

대형서점 직원에서 동네 서점 사장으로


동네 골목을 돌아돌아 큰길로 나오는 모퉁이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을 법한 책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슬쩍 흘려보면 카페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책방이다. 책방과 주인장은 이름이 같다. 바로 ‘미스터 버티고’.

주인장 신현훈(44세)씨가  ‘미스터 버티고’로 불리게 된 것은 소설가 ‘폴 오스터’의 작품 『미스터 버티고』를 만나고서 부터다. 원래 좋아했던 작가인데다 어지럼증을 뜻하는 버티고가 자신의 이름 현훈(현훈증=어지럼증)과 뜻이 같아 재미있었기 때문. 그때부터 그의 인터넷 필명은 미스터 버티고다.

▲ 동네 책방 ‘미스터 버티고’는 주인장 신현훈씨가 스스로 붙인 본인의 별명이자 한때는 신씨가 운영했던 1인출판사의 이름이기도하다. ‘미스터 버티고’는 미국작가 ‘폴 오스터’의 책 제목에서 그대로 따왔다.

그가 백석동에 책방을 연 것은 올해 2월 말쯤이다. “대형서점 온라인팀에서 일하면서 책과 인연을 맺었죠. 그곳이 제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에요. 사실 중간에 퇴사하고 ‘버티고’란 이름으로 1인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몇 권 냈어요. 그 후 회사가 불러 일을 몇 년 더 했고 작년에 책방을 열겠다고 결국 직장을 다시 나왔죠.”

미스터 버티고는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생맥주를 판다. 커피와 음료는 기본이다. 맥주를 팔기로 한 이유는 단순했다. 주인이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아요. 그냥 홀짝거리는 정도로 자주 마시는 편이죠. 맥주는 아이스커피잔에 2500원에 팔아요.” 아메리카노가 3000원이니 500원이나 싼 맥주가 더 끌릴 만도 하겠다.

책방은 15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7000여 권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책은 국가별, 작가별로 한데 모여 있어 책을 찾기는 쉽다. 버티고만의 베스트셀러를 모아놓은 코너도 있고, 특색있는 섹션도 운영해 대형서점에서 일했던 센스를 나름 발휘하기도 했다.

신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책방은 특정 작가의 작품을 한 개도 빼지 않고 모두 모아놓은 서점이다. 한 예로 15평의 이 작은 책방에는 일본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모두 보유하고 있다. 신 씨는 “작가 수는 적더라도 책방이 선택한 작가는 모든 작품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방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면  500여 권의 중고 서적이다. 모두 신씨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책이다. 새 책은 구매 후 읽는 것이 원칙이지만 중고책은 그냥 읽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니, 330cc 맥주 한잔과 함께 주인장이 언젠가 읽었을 책을 쭉 읽고 책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도 가능하겠다.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서 영감을 얻어 책방을 열기로 결심했다는 신씨는 작년에 아내와 함께 유럽의 서점을 둘러보고 왔다. 작은 책방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홀로 거꾸로 가는 이 남자의 꿈이 궁금하다.

“우리 같은 동네 책방에서 독서토론도 하고 글도 쓰고 하면 참 좋잖아요. 작고도 큰 소망이 있다면 무명작가가 버티고에서 글을 쓰고 나중에 유명해지는 거죠. 그럼 버티고도 덩달아 유명해질 테니까요.(웃음) 그때까지 ‘버티고’가 망하지 않고 잘 ‘버티는 것’. 그게 진짜 꿈이에요.”
일산동구 백석동 1246-4, 문의031-902-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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