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미술대학 5개 동시합격한 류혜린씨


리즈디, 파슨스, 마이카, 사익, 에스브이에이…
포트폴리오, 에세이도 직접 준비

중학교 3학년 때 미국 유학을 선택했던 류혜린씨는 지난 입시에서 미국의 유명 미술대학 5개 학교로부터 동시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리즈디, 파슨스, 마이카, 사익, 에스브이에이 등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최상위권 미술대학들이다. 자국민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는 리즈디를 제외한 모든 학교로 부터  장학금 지원도 제안 받았다.  마이카로의 입학을 결정한 혜린씨는 재학기간 중 총 9만 달러의 장학금을 받게 된다.

주목할 점은 혜린씨가 유학전문 미술학원이나 전문가의 도움에만 의지하지 않고 그녀 스스로 준비한 포트폴리오와 에세이로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혜린<사진>씨의 선택 또한 흥미롭다. 5개의 쟁쟁한 대학 중 마이카를 선택했다. 미국내 미술대학 1위로 꼽히는 리즈디가 아니었다. 엄마는 아직도 리즈디를 아쉬워하지만 혜린씨는 당당하다. 리즈디의 교육 환경보다 마이카의 교육환경이 자신에게 더 맞는단다. 마이카에서 자신이 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단다. 왜 남의 눈을 의식하며, 남들이 좋다는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지, 자신은 자신의 선택을 밀고 가겠다는 당당함에 반했다. 혜린씨의 치열한 유학생활과 미술대학 입시정보를 동시에 보도한다.

미국 유학을 선택한 계기는.

아빠가 사업을 하셔서 일본에서 태어났다.  초등시기에는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떠나 외국생활을  많이 했다.  귀국 후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은 다소 경직된 분위기에 공부할 게 너무 많았다. 더우기 좋아하는 미술,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다. 그래서 중학교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의 그림을 놓고 똑같이 그리라고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내가 원했던 미술이 아니었다. 친구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엄마에게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학생활은 어땠는지, 5개 명문대학에 동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중학교 3학년 때 유학을 간 후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미술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한데, 미술을 집중적으로 배울 기회가 적어서 답답했다. 마침 파슨스에서 11학년 12학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했다. 패션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는데, 오히려 그동안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는 계기가 됐다. 나만의 특별한 개성이 없다면 다른 디자이너 작품을 바느질하는 데 그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패션에 대한 꿈을 포기한 후 고민이 더 깊어질 무렵, 우연히 옥스보우스쿨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학교에서 4개월 단기과정을 수강할 학생 3명을 선발한다는 정보를 들었다.
고민 없이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3달에 걸쳐 자화상을 준비했지만, 떨어졌다. 하루 잠깐 준비한 친구들도 붙었는데, 내가 떨어진 것이 너무나도 억울해서 학교에 항의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동양인을 배제한다는 소문을 듣고, ‘내가 동양인이라 떨어진 거냐’고 당돌하게 물었다. 편지도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 학교에서 꼭 공부하고 싶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학교는 절실한 나의 진심을 수용했다. 
옥스보우스쿨 입학 후 ‘나는 왜 사는가’부터 시작해 생각지도 못한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고 예술가들과 공동작업도 진행했다. 행운 같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좋은 환경에서 열정을 가지고 배울 수 있었던 모든 과정이 나의 경쟁력으로 쌓였다.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면 예술고등학교로 바로 유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인 것 같다.
이 학교에서 배운 4개월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 같다. 이게 바로 교육의 힘이구나, 매일매일 감동하며 배웠다. 프로그램을 마칠 때쯤, 교장선생님이 일반학교로 돌아가지 말고 예술고로 진학하라고 권한 후 추천서까지 써주셨다. 미국의 3대 예술학교인 아이들와일드라는 학교였는데, 이 학교에서 진행한 모든 작업이 대학 포트폴리오였다.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준비했나.

통일감 있는 주제의 작품 시리즈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미술학원의 조언을 참조하면서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참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아마 고등학교 내내 집착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나만의 독창적이고 참신한 작품들은 포트폴리오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자율적인 준비과정을 통한 창의적인 포트폴리오가  성공적인 입시결과의 원인이었다는 생각이다.

 내가 선택한 주제는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얼핏 보기에는 연약하지만 강렬한 속성을 갖고 있다. 나도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아빠가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몇 년씩 외국 생활을 했고, 환경이 바뀔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여러 상황 안에 갇히게 된 내가 바로 어항 속 물고기 같다는 동질감을 느꼈다. 주제가 정해지자 이후 작품 활동이 수월해졌고,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었다.

 

미대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는 일이었다. 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했고, 난 어떤 점이 특별한지 깨달아야 했다.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았고, 많은 시간을 집중했던 것 같다. 난 아직도 미래를 정하지 않았다. 그저 미술 분야를 선택했을 뿐, 디자인인지 패션인지 그림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내가 다니던 예술고등학교(아이딜와이드)에는 매력적인  재료들이 너무 많았다. 벌써 한 가지를 선택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고 아쉬운 일이다. 마이카에서 여러 분야를 배우고 경험하면서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을 계획이다. 리즈디는 디자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 확실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는 부족한 학교다. 내가 마이카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학과 관련해 부모님에게 끌려가다 잘못되면 나중에 부모님 탓만 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면 내 탓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마음도 편하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라. 남들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꼭 찾아내야 한다. 이것만 선택하면 다른 일은 술술 풀리는 것 같다. 스스로 선택했다면, 자신감을 갖고 밀고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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