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일상, 문화적 삶에서 인권을 느끼는 광주광역시

한국에서 인권도시 개념은 2000년대 중반 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던 경상도 진주의 인권단체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인권도시를 행정에 최초로 도입한 지자체는 바로 광주광역시다. 2007년 인권도시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한 광주광역시는 이후 2010년 민선 5기의 주요 시정목표로 인권도시를 설정하고 2011년부터 이를 주제로 국제회의까지 개최하면서 인권도시 개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광주광역시 인권도시 사례를 다루고자 한다.

인권도시운동 선도하는 광주시
광주시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과 역사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인권도시 운동을 전개해왔다. 광주시는 인권도시의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내에서 인권도시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인권도시 추진의 첫 시작은 2007년 국내 최초의 인권 기본조례인 ‘광주광역시 민주인권평화도시 육성조례’를 제정하면서부터다. 이후 이 조례는 인권도시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포괄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로 2012년 개정됐으며 2013년 4월 1일에는 인권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적근거 마련을 위해 일부 개정되었다.

이어 민선5기의 시작인 2010년부터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강운태 당시 시장은 선거공약에 따라 인권도시 구현을 주요 시정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으며 그 첫 번째 단계로 2010년 8월 전국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인권 전담부서인 ‘인권담당관실’을 설치했다.

현재 인권담당관실은 인권전담부서로서 광주시를 인권도시로 구현하는 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치선 인권정책 담당사무관은 “그전까지는 5·18민주화운동에 관련된 부서가 있었는데 그 규모를 확장시켜 인권전담조직을 신설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이 광주의 상징인데다가 지자체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타 지역과 달리 추진과정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인권지표 도입
이어 광주시는 2012년 5월 21일 광주시민의 날을 맞아 1년이 넘는 준비과정을 겨쳐 ‘광주 인권헌장’을 제정했다. 광주인권헌장은 국내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제정된 인권헌장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자유롭게 소통하고 참여하는 도시’,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도시’,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따뜻한 도시’,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도시’, ‘문화를 창조하고 연대하는 도시’등 5개 장과 이하 18개의 조항으로 구성(5·18정신을 상징한다)되어 있으며 인권도시의 기본이념과 실천사항 및 인권도시 광주의 미래 청사진을 담고 있다.

광주시는 2012년 5월 21일 광주시민의 날을 맞아 광주인권헌장을 발표했다


광주시는 광주인권헌장을 발표하면서 이를 실천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도구인 ‘광주인권지표’를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자문을 받아 확정한 광주인권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최초로 지자체 차원에서 개발된 인권지표다. 이치선 담당사무관은 “처음에는 인권지수개발을 목표로 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인권지수의 기준과 조건을 정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대신 광주시의 현재 인권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인권지표를 개발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인권지표는 광주인권헌장의 5대 영역 18대 실천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민관 세부 실천항목 100가지로 마련됐으며 광주시는 이를 기초로 정책개발, 평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지표별로 자체평가를 실시한 뒤 개선율이 낮은 지표에 대해서는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과제로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치선 담당사무관은 “인권지표를 통해 전년도 대비 광주시 인권상황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까지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6대 핵심지표를 추가 선정해 과제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치선 담당사무관은 “인권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제도화하고 행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인권행정을 넘어 지역사회 각 분야에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테마역사 유엔 모범사례로
한편 광주시는 2011년 6월 13일 광주인권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되는 중기계획으로서 광주시 인권정책의 마스터 플랜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5월 15일에는 인권 거버넌스의 허브 역할을 하는 ‘인권증진시민위원회’가 발족했으며 2013년부터는 인권의 관점에서 광주시의 행정을 감시 견제하고 인권침해 발생 시 이를 구제하는 역할을 하는 인권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마을공동체사업에 인권을 반영한 인권마을 만들기 운동을 통해 인권도시를 풀뿌리 차원에서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민인권교육, 마을인권실태조사 등을 통해 인권제도와 장치를 시민의 삶터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해내는 인권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이 사업의 주요 목표다. 총 8개 마을이 지정된 가운데 2016년부터는 모범사례를 전파해 민간시민운동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인권교육 또한 광주시 인권도시 추진에 있어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월 2회 수요일마다 시청 내에서 ‘수요인권강좌’를 실시하고 있으며 공무원 교육원에 별도로 인권교육을 위한 과정을 두고 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인권교육도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2012년 4월 19일 ‘인권교육지역협의체’를 출범했으며 2012년부터는 인권교육전문강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마륵역 인권테마역사 스크린도어에는 국문영문으로 작성된 세계인권선언문과 인권포스터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밖에 광주시는 인권도시를 행정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확산시키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와의 협력을 통해 광주 지하철 김대중컨벤션센터(마륵)역을 인권테마역사로 조성했다. 이치선 담당사무관은 “시민들의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해 테마역사를 열고 장애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인권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며 “유엔인권위원회도 방문해 모범사례로 평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인권포털 홈페이지(www.gjhr.go.kr)를 구축해 인권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시민과 공유하고 있다.

국제인권도시네트워크 결성
광주시는 인권도시 담론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2011년부터 광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인권도시포럼(WHRCF)이다. 세계인권도시포럼은 인권도시 경험을 국내외적으로 공유하고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외국사례를 배우고 적용하기 위해 5·18 민주화운동 주간에 연례포럼으로 개최하고 있다.

세계인권도시포럼 사무를 담당하는 전인근 인권평화교류 담당사무관은 “인권도시 광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인권도시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시작했으며 매년 100명 이상의 외국 인권도시 관계자 및 국제 기구, 인권도시 관련 NGO와 연구기관에서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시 인권평화교류팀이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으며 5·18평화재단, 한국인권재단, 광주국제교류센터 등이 공동주관 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2011년 ‘도시에서 시작하는 지구적 인권실현: 21세기 인권도시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1회 포럼에서는 인권도시 간의 국제적 연대강화를 약속하는 광주인권도시선언이 채택됐으며 이후 올해까지 5회에 걸쳐 포럼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세계인권도시포럼에는 서울시, 충청남도 등 국내 지자체와 독일 뉘른베르크, 오스트리아 비엔나, 브라질 꾸리찌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등 국외 도시들이 참여해 환경과 인권, 도시와 청소년, 사회적 경제 등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펼쳐졌다.

세계인권도시포럼은 국내외 인권도시 관계자, 활동가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우며 인권도시 관련 담론과 정책을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유럽과 북미, 그리고 남미의 도시권 논의를 국내에 소개하고 아시아에 인권도시 운동을 확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광주의 역사적 경험인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미래지향적인 인권도시 계획과 연결해 국제적으로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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