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희 작가 첫 개인전

조진희 作 '비오는 날의 수채화'

그림을 그린 지 40여 년,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년. 작가는 참 오랜 시간 동안 그림과 마주했다. 그런 그가 첫 전시회를 연다. 얼마나 설레고 또 두려울까. 작가는 의외로 용감하다. 그냥 혼자만의 방에 놓여있던 그림을 여럿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단다. 한 가지 바람은 그림으로 따뜻해지고, 위로받는 사람이 몇몇 있었으면 하는 것. 큰 욕심은 없다.
“혼자만의 작업 시간을 넘어 이젠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쾌히 제 그림을 밖에 걸기로 했고요.”
조진희 작가는 ‘그림은 애초부터 누군가를 위해 태어난다’고 말한다. 작가의 감성과 영혼을 표현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누군가와의 소통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누군가와 만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되는 그림. 작가의 그림은 소통을 갈망하며 오랫동안 작가의 방에 걸려있었다. 


조진희 작가는 그림에 대한 열망이 높았지만, 대학에서는 공예를 선택했다. 그림보다는 공예가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어머니의 권유가 영향을 미쳤다. 공예를 하면서도 늘 그림을 그리워했던 작가는 아이를 키우며 그림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했다. 내 아이와 또 다른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한동안 행복했다.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이 재밌어서 그림 작업에 대한 갈망을 잠시 놓았죠. 아이들이 크고, 잠시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그림을 시작했고요. 그리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보여주는 것도, 그림이라면 다 행복해요.”
첫 전시회는 아이 키우는 일에 푹 빠져있던 엄마에서 작가로 다시 태어나는 신고식과 같다. 신고식을 앞둔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설렐까. 덩달아 설렌다. 작가의 그림은 참으로 따뜻하다. 가파르고 허름하지만 따뜻한 골목길, 꽃과 나무, 산과 강, 일상에서 마주하는 생명체들의 삶이 수채화로 숨김없이 투영된다. 작가의 그림이 수채화가 아니었더라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40여 년 동안 품어왔던 그림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첫 전시회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거침없고 투명한 작가의 도전이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뚜벅뚜벅 평생 이어지길 고대한다.

조진희 개인전
기간
: 11월13일 ~ 11월18일
장소 : 호수 갤러리(호수공원 내)
전시작품 : 수채화 40여점
문의 : 031-906-8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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