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임창열 킨텍스 대표이사에게 듣는다

팽팽했다. 정신도 몸도 열정도 모두 그랬다. ‘부총리와 경기도지사를 지낸 원로 정치인’ 이란 틀을 끼워 맞출 틈이 없었다. 다른 판단은 뒤로 하고, ‘CEO 임창열’ 이라면 킨텍스를 살릴 것 같았다. 킨텍스라는 거대한 자산을 고양시가 먹고살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양시가 킨텍스 조성에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봅시다. 토지 조성원가부터 포함된 총 투자비용이죠. 그럼, 킨텍스 유치로 고양시가 얻은 이익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농지였던 땅을 해제한 후 얻은 개발이익과 경기도와 정부가 지원한 기반시설, 기부채납 자산 수익까지 모두 합치면 약 3조8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습니다. 킨텍스 개장 이후에 미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뺀 이익입니다.”

임창열 대표는 고양시민들이 킨텍스의 자산 가치를 아직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고양시의 킨텍스 개발이익을 꼼꼼하게 적은 표였다. 상기된 얼굴의 임 대표는 킨텍스의 개발 이익은 이미 두 배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고, 앞으로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MICE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성장시킨다면 고양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MICE산업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때는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부총리 자리에 있었던 그는 지금 킨텍스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국제전시장이라는 킨텍스에 공항버스 정류장 하나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공항버스 정류장을 유치했던 일을 시작으로 킨텍스 제3전시장 추진, 비즈니스 호텔 직영 등 굵직한 현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1년 전,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가 킨텍스 사장을 맡게 됐다는 다소 놀라운 뉴스를 접했을 때, 우선 반가운 점은 하나였다. 고양시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던 코트라 출신의 사장이 아닌 첫 인사였다는 점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임창열 대표는 기대보다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직접 만나보았다.

 

 

코트라 출신이 아닌 첫 대표다. 본인이 원했는지, 누가 추천했는지 궁금하다.

킨텍스 주인인 경기도와 고양시로부터 동시에 권유받았다. 킨텍스를 고양에 유치한 나로서는 매력적인 일이었고, 쾌히 승낙했다. 또 하나의 이유도 있다. 고양은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났을 때 본적이 고양군 동대문 흥인면 회기리다. 고양구청도 동대문에 있었다. 지금이야 줄어들었지만, 엄연히 나는 고양이 고향이다. 나이들면 고향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흔히들 말하듯 내게도 그런 의미가 있다.

부총리와 경기도지사를 지냈다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킨텍스 사장을 쾌히 승낙했다는 말을 듣고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다른 건가.

우리나라는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 활용이 안 된다. 체면 때문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여러 방면의 노하우가 제대로 쌓인 사람들인데 묵히는 것이 아깝지 않은가. 나는 자리보다는 일하는 즐거움이 큰 사람이다. 나이에 비해 젊게 살 수 있는 것도 이 즐거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위직 출신이라고 과거를 들추진 않는다. 밑에 있던 공무원들에게 예우를 다하며 협조를 구한다. 이 모든 일이 새롭고 즐겁다. 
 
킨텍스 대표이사로 일을 시작한 지 1년이다. 역대 어느 대표이사보다 공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느 분야에 주력하고 있나.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추진이다. 최근 서울 코엑스가 잠실운동장 부지 내 15만㎡ 증설을 발표했다. 증설되면 전시면적이 총 18.6만㎡가 된다.  부산 벡스코도 서부산권 산업단지에 10만㎡를 증설, 총 14.6만㎡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10만㎡ 이상의 전시장을 갖추게 되면 국내 최대를 자부하던 고양 킨텍스는 3위권으로 추락할 뿐만 아니라 상당기간 킨텍스 제3전시장의 추진도 불가능해진다.

제3전시장은 경기도, 고양시, 코트라(산자부) 등 3대 주주가 한국국제전시장 건립사업협약서에 명기한 협약사항이다.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3단계 사업이 추진되면 킨텍스 전시면적은 17.8만㎡로 확충된다. 주차장 등 부대 시설면적을 합산하면 부동의 1위 전시장을 지킬 수 있다.

킨텍스 가동률을 고려해도 제3전시장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2015년 현재 킨텍스 가동률은 평균 50%대다. 2020년에는 70%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70% 가동률은 전시장의 최대치다. 지금 제3전시장 건립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2020년 이후에는 가동률 포화상태에 이른다. 제2전시장 건립사업을 착수한 2006년 시점의 가동률이 50%였다. 만약 제2전시장 건립을 추진하지 않고 제1전시장(5만㎡)만 운영했다면 2012년 이후 가동률이 88%에 달해 큰 차질이 발생했을 것이다. 현재 킨텍스 제3전시장 추진과 관련하여  ‘킨텍스 3단계 확장 예비검토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고양시와 경기도가 적극 나서주었으면 한다.

제3전시장 추진과 함께 선결되어야 할 것이 주차장 문제다. 제3전시장 부지가 제1전시장 주차장 부지로 활용되고 있어 제3전시장이 추진되면 2000면의 주차면적이 줄어든다. 현재 킨텍스 주차면수는 총 4000대(1, 2전시장 각 2000대)다. 지금도 일반 대형행사 시에는 6000대에서 1만대 정도의 주차면적이 부족하다. 내년에 열리는 국제로타리대회의 경우 서울 코엑스로 내정됐지만 주차장이 부족해 킨텍스로 옮겨지게 됐다. 세계 각국 5만 명의 회원들이 모이는 세계적인 행사이니, 유치각축전이 얼마나 치열했겠나. 주차면적에서 킨텍스가 이겼다고 볼 수 있다. 킨텍스만의 강점을 살려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킨텍스를 고양으로 유치한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구상했던 킨텍스와 현재의 킨텍스를 비교해볼 때 어떤지 궁금하다.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우리나라 특히 경기도가 먹고살 것을 고민하며 마이스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정부는 킨텍스 부지로 인천을 검토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조건은 뒤로 하고 공개경쟁으로 부지를 선정하자고 주장했다. 경기도 고양이 인천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했고, 공개경쟁만 하면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공개경쟁 덕분에 킨텍스를 고양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킨텍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이스 인프라이다. 엄청난 자산을 고양이 선점한 거다.

킨텍스를 유치하면서 인접한 지역의 30만 평 농지를 해제해 관광숙박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시장만으로 마이스산업을 발전시킬 수는 없다. 주변 부대시설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호텔 등 숙박단지는 마이스산업의 핵심이다. 그래서 관광숙박단지를 조성하고 30~40개의 비즈니스호텔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농지해제 특혜를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 관광숙박단지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한류월드로 변경됐다. 십 수 년이 지난 현재 특급호텔이 한 개 밖에 들어서지 못했다.  조성원가로 실수요자를 주었으면 지금쯤 30~40개의 대규모 관광숙박단지가 되었을 거다. 킨텍스가 유치한 수많은 관광객들을 서울의 호텔로 빼앗기는 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마이스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는 싱가폴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싱가폴은 전시장을 중심으로 관광, 숙박 등을 통합한 복합 MICE단지를 개발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했다. 고양시도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한류월드단지를 개발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숙박시설은 절대적인 조건이다. 킨텍스는 숙박시설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직접 호텔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특급호텔이 아니라 킨텍스를 찾는 관람객들이 부담 없이 묵을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이 목표다.

경쟁력 있는 호텔이 건립되기 위해서는 투자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호텔부지를 조성원가로 매입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현재 호텔부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조성원가로 주고 고양시가 투자한 킨텍스에는 조성원가로 주지 못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매우 잘못된 제도다. 현재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례제정을 건의했다. 하루빨리 조례가 통과돼 비즈니스 호텔을 직접 추진했으면 한다. 물론 이 호텔은 킨텍스 지분이 가장 높은 고양시의 자산이 될 것이다.

킨텍스는 코엑스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 그러나 전시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관람객 접근성 면에서 코엑스보다 뒤처진다.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나.

강남-서울-킨텍스를 잇는 GTX가 개통된다면 킨텍스 접근성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하나둘씩 해결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국제전시장인데 공항버스 정류장 하나 없는 것을 보고 바로 공항버스 정류장을 유치했고, 대화역에서 킨텍스로 직접 운행되는 대중교통노선도 유치할 예정이다. 일산아지매 카페 등 지역의 대규모 커뮤니티와  연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전시행사에 대한 지역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킨텍스 TV를 개통해 킨텍스의 모든 행사를 바로 확인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양시는 규제가 많아서 기업활동이 어렵다. 인구 100만 도시에 상장기업이 겨우 1개다. 킨텍스가 개장하면서 연관산업의 발전을 기대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킨텍스 대표로서 의견을 듣고 싶다.

2014년 신한카드에 의뢰한 빅데이터 분석결과 킨텍스 방문객의 소비규모가 연간 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수치는 제2전시장이 개장하기 전인 2010년 2900억원보다 57%나 증가한 수치로 킨텍스로 인한 지역경제파급효과가 수치적으로 증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겉으로 보는 것보다는 상당히 높다.

기타 연관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한류월드 등 주변에 호텔, 쇼핑시설 등의 마이스산업을 기반으로 한 단지가 만들어져야 한다. 유럽, 미주의 전시강국들은 오랫동안 전시컨벤션산업을 육성해왔으며 최근은 싱가폴, 중국과 같은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무서운 속도로 이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JDS 지역개발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으며 킨텍스 지원단지, 한류월드의 본래 취지에 맞는 개발이 속히 진행되어야 한다.

킨텍스 전시행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행사는 무엇인가.

내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가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해외 2만5000명을 포함한 5만여 명 회원이 이 기간 동안 고양시를 방문한다.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제로타리와 대회 조직위 그리고 킨텍스는 경기도, 고양시, 경기관광공사와 긴밀하게 협조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고양시와 킨텍스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전시회로 성장하고 있는 서울모터쇼가 격년으로 개최되며 36주년을 맞는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이 매년 킨텍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 두 전시회는 킨텍스 제2전시장 개장이후 10만㎡까지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대표적인 전시회다.
안타까운 점은 대규모 전시회인 한국전자전이 숙박시설부족, 교통불편 등을 문제 삼아 코엑스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숙박, 교통 등이 빨리 보완되어야 한다.


킨텍스가 고양에 있지만 아직 고양시민들은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킨텍스가 지역을 잘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킨텍스는 고양시 지역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2007년 30명 장학생 선발을 시작으로 얼마 전에는 9기 킨텍스 장학생 40명을 선발하였으며 이중 30명이 고양시 학생들이다. 1기부터 현재까지 총 349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또 일산컨벤션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실제 관련 업무를 경험해보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매년 학생들의 전시회 현장참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컨벤션고 졸업생 2명이 현재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킨텍스가 주관하는 고령자들을 위한 복지· 헬스케어 전시회인 SENDEX에는 고양시 어른신들을 무료로 초청하였으며 이외에도 올해 일산아지매,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와 함께 슈퍼맘페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역에 대한 혜택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고양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15년은 고양시와 킨텍스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한 해였다. 고양시가 신규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됐고, 대화동과 장항동 일원이 비즈니스·컨벤션·박람회·한류관광이 융합된 ‘고양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이러한 호재들은 앞으로 대한민국 1등 전시장 킨텍스가 아시아 1등 전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킨텍스는 이 호재의 불씨를 크게 살려내고 지역에 기여하는 전시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성남시의 판교는 20만 평 테크노밸리를 개발했고, 최근 15만 평까지 추가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소비도시에서 고부가가치 창출 도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킨텍스를 중심으로 전시·컨벤션·숙박·관광산업을 성장시킨다면 고양엔 더 큰 기회가 올 수 있다. 향후 JDS개발, 한류월드 개발에 킨텍스 인프라가 반드시 확충되어야 한다. 고양시민과 고양시, 킨텍스가 힘을 모은다면 세계적인 MICE산업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킨텍스 경영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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