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리 영주산 마을공동체 이야기

30일 영주산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한샘교회에서 작은 송년행사를 열었다.
2015년이 저물어가던 지난달 30일 저녁, 대장동·내곡동 주민들로 구성된 영주산 마을공동체에서 자그만 송년의 밤이 마련됐다. 인근 한샘교회에 마을 아이들과 엄마아빠들이 모여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 등 각자 가진 재능을 마음껏 뽐내보는 흥겨운 시간이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무대의 막이 올랐다. 첫 공연은 초록꽃, 하프, 물방울(이상 예칭) 등이 마련한 리코더 연주였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Yesterday’등 연주곡이 울려퍼지자 참석자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와 잘한다!”,  “언제 저렇게 연습했대?”

내년에 안양으로 이사를 떠난다는 성준, 예지 가족은 ‘에델바이스’합창 공연을 마련했다. “이곳을 떠나는 게 너무 아쉽고 더 좋은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주민들은 “내년행사에 특별손님으로 초청할 테니 꼭 오시라”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0여 명의 아빠들이 마련한 합창공연이었다. 송년의 밤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했다는 아빠들. 다소 어설픈 몸짓과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에도 주민들은 박수소리를 높여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대내리(대장동·내곡동) 마을주민들의 모임인 영주산 마을공동체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공동육아모임, 교회공동체, 대곡초 혁신학교 학부모 모임 등 각기 흩어져 있던 모임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의기투합한 것.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마을카페이면서 이곳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영주산 다락방이다. ‘즐거움이 가득하다’라는 뜻의 ‘다락’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함께 텃밭도 가꾸고 동아리활동도 하고  ‘대내리 마을이야기’라는 마을신문도 내면서 상부상조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나가고 있다.

하나둘씩 마을식구들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이곳에는 50여 가구 200명이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다. 좋은 자연환경을 찾아 온 이들, 사람냄새가 그리워 온 이들, 아이교육을 위해 온 이들 등 저마다 이곳을 찾은 이유도 다양하다. 서울에 살다가 2년 전 이사왔다는 영주산 협동조합 이병주 이사장은 “아파트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참에 이곳을 알게 돼 이사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걱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나보다 훨씬 이곳 생활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그전에는 아이들을 학원에 맡기거나 장모님 댁에 맡길 수 밖에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이웃들끼리 서로 믿고 맡길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마을이 함께 아이 키우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모이면 인연이 생기기 마련이다. 87년 당시 첫 부임지었던 대곡초등학교에 대한 추억을 기억하며 대내리로 이사 온 이은선 교사. 이곳에서 이씨는 당시 가르쳤던 제자들을 거짓말같은 우연으로 만나게 됐다. 그것도 마을 이웃으로. 20년 전에 맺은 인연의 끈을 마을을 통해 이어나가는 이러한 모습은 영주산 마을공동체만의 더 없는 자랑거리다.

사람냄새는 더없이 좋지만 주변 환경은 아직 열악하기 그지없다. 개발제한구역인 이곳은 길도 좁고 가로등이 없는 곳도 허다하다. 집을 구하기도 힘들어 마을공동체 일원 대다수가 세입자로 전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마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산황동골프장 증설계획을 막기 위한 반대활동에 여념이 없다.

이병주 이사장은 “기반시설이 취약하고 어려운 점도 많지만 ‘함께 행복하게 잘살자’는 마음으로 즐겁게 공동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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