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문화재단, 곧 인사위원회 열어 비위 직원 징계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고양문화재단에 적용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병상에 누워있다고 할 정도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고양문화재단에 대한 감독·관리권이 있는 고양시는 감사를 통해 재단 직원에 대한 징계안와 혁신안을 내놓았다. 이 징계안과 혁신안을 찬찬히 살펴보고, 이러한 두 가지 ‘처방’이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지난 한 해 동안 고양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조직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2014년 12월 이른바 ‘시의원에 대한 막말 파문’ 직후 재단은 보고 체계를 통하지 않은 집단행동과 복무기강 해이를 드러냈다. 사태가 확산되자 고양시의회는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고양시 감사담당관실은 특별감사를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단은 현재까지도 어수선한 상태다. 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막말 파문 이후 상하 지휘 체계나 부서간 협력 체계가 와해되다보니 재단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일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본부장 비롯 7명 중징계 요구
‘시의원에 대한 막말파문’은 2014년 12월 초 고양시의회 예산심의에 대비하기 위해 재단 간부 직원들이 리허설 회의를 진행했는데, 이 회의에서 일부 간부가 시의원에 대해 막말을 했다는 내용이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의회와 언론에 제보됨으로써 촉발됐다. 그리고 그해 12월 중순 근무시간에 대표이사에 대한 보고없이 허위제보자 색출을 요구하는 집단서명이 진행되는가 하면, 재단 간부들은 막말 관련 제보에 대한 감사중간결과보고서를 작성해 대표이사에 항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고양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3월 26일까지 101일간 특위활동을 한 결과 재단에 대한 31건의 지적사항과 13건의 권고사항을 도출했다. 또한 고양시 감사담당관은 4월부터 10월까지 3차에 걸쳐 재단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고양문화재단 혁신 T/F팀은 재단 정상화를 위한 혁신안 마련을 꾀했다. 고양시 감사담당관의 감사결과와 고양문화재단 혁신 T/F팀이 마련한 혁신안이 담긴 ‘특정감사 및 조직혁신 최종결과보고서’(이하 보고서)가 지난달 28일 시의회에 제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양시 감사담당관은 재단에 7명 중징계, 7명 경징계, 총 19건의 경고·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담당관으로부터 이러한 처분 요구를 접수 받은 재단은 접수일(12월 29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 따라서 재단 인사위원회는 1월 중 심사를 통해 대상자 14명에 대한 징계수위를 확정한다. 중징계 대상자 7명에는 재단 운영의 핵심인력인 본부장과 실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징계는 최고 수위인 파면부터 해임, 강등, 정직으로 나뉜다. 공직관계에서 배제시키는 파면과 해임으로 처분이 내려질 경우 재단은 내부 승진이나 외부 영입을 통해 공석을 메우게 된다. 그러나 징계 대상자가 징계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재단 인사위원회에 소청할 수 있다. 시 감사담당관실은 “최종 징계수위 결정은 재단 인사위원회의 권한”이라고 전했다.

 

 

행정력과 감사기능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드러났던 재단의 조직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재단의 조직체계가 전격 개편된다. 조직 개편의 목표는 ‘행정력’과 ‘감사기능’의 강화로 요약된다. 외형적으로 조직은 ‘3본부 2실 8팀’에서 ‘1처 2본부 2실 9팀’으로 바뀐다. 기존의 3개 본부 중 경영지원본부는 그대로 두고, 시민문화본부와 문화예술사업본부를 문화사업본부로 통합한다. 눈에 띄는 것은 1처, 즉 ‘사무처장’의 신설이다. 사무처장의 신설은 재단의 행정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오섭 시 문화예술과장은 “재단의 대표이사가 예술적 성향이 강한 것에 비해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 보니 3개 본부를 잘 통제하지 못했다”며 “3개 본부를 포함해 재단의 모든 부서를 통제하는 행정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사무처장 자리를 새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 과장은 또한 “그러나 사무처장 신설과 관련해서는 재단 직원들과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한 행사를 반복적으로 편성하고 시간 외 근무수당을 부적절하게 지급하는 등 각종 예산 낭비 사례가 감사 결과 드러난 만큼, 감사실을 재단 내에 신설하는 것도 눈에 띈다. 감사업무와 법무업무를 전담하는 감사실 신설은 느슨한 조직 운영에 따른 예산 낭비와 비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단 내 직급 계층을 1~5급에서 1~7급으로 확대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다. 이렇게 직급을 확대하는 것은 승진 적체에 따른 재단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자는 의도이지만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나오섭 과장은 “재단 내 직원들은 승진하고픈 욕구가 많은 데 비해 승진 적체가 심하다”며 “승진하는 기회를 더 많이 보장해주자는 의도이지만, 직급 확대는 일부 반대하는 직원들과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단의 취약한 분야였던 감사·회계 분야에 각각 전문성을 갖춘 시 6급 공무원 2명을 재단에 파견 근무하도록 했다. 나 과장은 “감사 전문가와 회계 전문가 등 2명의 6급 공무원을 감사실에 근무토록 해 재단에 대한 시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고양시 감사담당관은 재단에 7명 중징계, 7명 경징계, 총 19건의 경고·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재단의 혁신은 재단 상층부의 인적 쇄신이 없으면 공허한 말일 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고양아람누리 전경.


새 대표이사 공모 중, ‘상층부 물갈이’ 기회 
‘시의원에 대한 막말파문’으로 불거진 사태는 재단의 복합적인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다. 재단을 좌지우지하던 본부장을 비롯한 상층부 인력의 갈등,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조직 시스템의 문제,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각 부서를 장악하고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 부재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와해된 재단 조직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양문화재단 혁신 T/F팀은 ‘비위 직원에 대한 중징계’와 ‘조직 개편’이라는 2가지 처방을 내렸다. 2가지 처방을 관통하는 것은 ‘인적 쇄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달 27일로 임기를 마치는 안태경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미 지난달 30일 사표를 제출했다. 아직 사표 수리는 되지 않았지만 시는 지난 4일부터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를 시작, 19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박시동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재단이 행정력 강화, 사업수익률 향상, 문화예술정책 활성화를 아무리 외쳐봐야 재단 상층부의 인적 청산이 없으면 공허한 목소리일 뿐”이라며 “인적 청산 절차가 향후 한 달 내에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시의회는 올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재단 예산을 심의·의결했다”며 “만약 재단 상층부의 인적 청산이 없다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의 정당성마저 무너진다”고 말했다. 고양시의회는 2016년 재단 출연금을 108억1000만원으로 심의·의결했다. 이는 시 집행부가 책정한 재단 출연금 113억90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이 삭감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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