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공약제안 ②청년기본법을 만들자

 

20대 총선을 50일 앞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출발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단체 대표들이 변화에의 투표를 다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 포커스 뉴스 제공>

청년정책 관련법령 고작 3건
문제 다변화, 유연한 정책요구
일자리 만능 정책기조 벗어나야
청년이 주도하는 법제정 필요
 
청년세대는 복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과거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기성세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한창 일해서 나라경제를 이끌어야 할 젊은이들에게 복지라니.

 
실제로 지금까지의 국가정책이 그러했다. 그동안 한국의 복지는 아동과 노인층,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한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이 가능한 청년이 복지의 대상은 될 수 없었다. 최근 서울시와 성남시가 새롭게 도입한 이른바 ‘청년수당’, ‘청년배당’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센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청년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인 청년기본법의 필요성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청년세대
청년(15~29세) 실업률은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로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1월의 청년 실업률은 0.3%가 또 올라 9.5%였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여기에 통계의 함정도 숨어있다. 이 수치는 잠재적경제활동인구 즉 비경제활동인구 중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제외한 통계라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실업률 통계에서조차 제외된 인원은 현재 6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21.8%인 것으로 나타났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문턱을 넘는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청년 취업자 5명 가운데 1명은 계약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나머지 4명도 저임금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치솟는 전월세와 학자금대출로 대표되는 부채문제는 청년들의 현실을 더욱더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청년들은 정책적으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청년이 항상 화두지만 관련법령은 고작 3건에 불과하다. 이중 실질적으로 청년들에 대한 지원근거를 마련한 법령은 2004년 제정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및 시행령’이 전부다. 아동 23건, 청소년 19건, 노인 13건 등 다른 세대별 법령숫자와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이마저도 일자리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 각지의 청년단체들이 2월 13일~14일 양일간 시흥시에서 워크숍을 갖고 청년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문제는 더 복잡하고 심각해졌다
“청년의 삶은 변했는데 왜 정책은 그대로인가.”
지난 2월 13일 전국의 지역 청년단체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다. 2004년 청년고용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청년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는 단 하나였다. 일자리창출을 통한 실업난해소. 하지만 12년 동안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주거·부채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새롭게 터져나왔다.

그동안 청년문제를 다뤄온 권지웅 서울시 청년 명예부시장은 “더 이상 일자리문제 해결에만 매달려서는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두 가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청년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해졌다는 것. 권 부시장은 “저성장의 장기화와 산업구조 재편 등으로 인해 과거 같은 좋은 일자리창출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그러함에도 정부는 ‘실업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기존프레임에 갇혀 공허한 일자리창출 약속만 반복할 뿐 다양한 문제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은 전혀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단편적인 문제인식과 대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떠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걸까. 권지웅 부시장은 “일단은 무엇이라도 해법을 시도하고 제안해 볼 수 있는 그릇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다변화된 문제들에 대응하는 유연한 정책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 부시장은 “전국 각지의 지자체를 돌아보면 각각의 청년당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다양한 시도 속에서 괜찮은 것들이 나오면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정책 채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기본법의 제안배경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다. 현재 서울시를 시작으로 여러 지자체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문제해결과 활동지원을 포함하는 청년기본조례제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상위법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야기됐던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공적자원이 투입될 수 있도록 청년기본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취업하려 하지 않는 자, ‘청년’이 아니다?
청년기본법은 이미 정치권에서도 수차례 논의됐던 의제다. 특히 20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에서는 청년유권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시도 중 하나로 청년세대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시하는 청년기본법 제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올해 초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가 주최한 토론회를 통해 청년기본법 초안 내용을 공개했다. 발표된 초안은 제1조에서 ‘청년의 권리 및 책임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임을 정하고 청년정책의 수립·조정 및 청년지원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제4조에서 ‘청년지원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의 책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했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청년정책의 기본방향과 추진목표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 ▲청년 인적자원 개발 방안 ▲청년문제에 관한 분야별 주요시책 등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청년의 고용·주거·교육·문화·여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해부터 ‘청년경제기본법’제정을 준비 중이다. 청년의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이 법안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기본법 골격을 따르지만 관련조항에 ▲고용 확대와 일자리의 질 향상 ▲창업 활성화 ▲주거 안정과 주거수준 향상 ▲생활 안정 ▲부채 경감 등 청년들의 경제 문제를 직접적으로 명시했다. 아울러 주무부처를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정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했다.

 

권지웅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사진>은 "복잡해지고 심각해진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창출 중심의 정책기조를 넘어 다양한 문제들을 포괄하는 유연한 청년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조차 기존의 일자리중심 정책프레임을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을 여전히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그래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권지웅 부시장은 “양성평등기본법이나 청소년기본법을 보면 해당 법안의 당사자를 시민으로 놓고 권리를 논하지만 유독 청년고용촉진법만큼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경제에 기여하지 않는 청년은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청년당사자가 주도하는 기본법 돼야
때문에 권지웅 부시장은 청년기본법의 첫 단추는 바로 오늘날의 청년을 올바르게 규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여하는 자’가 아닌 ‘청년으로서 권리를 지닌 시민’ 즉 시민권의 차원에서 청년을 새롭게 호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권 부시장은 “지금의 청년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근면성실하게 일하고 가정을 꾸려 단란하게 사는 그런 그림을  ‘성공한 삶’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에 대해 지원해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자리문제뿐만 아니라 주거·참여·예술·부채문제 등 다양하고 복잡한 범주들을 고민하고 다룰 수 있도록 정책의 대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권지웅 부시장은 지금의 청년문제가 기존 이론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적 관점’과 ‘청년당사자 욕구 존중’에 바탕을 둔 정책들이 청년기본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기본법을 정당이 아닌 청년들이 주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권 부시장은 “설사 청년기본법이 만들어지더라도 여기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올바르게 반영되지 않으면 형식에 불과할 것”이라며 “지금의 정치구조에서는 정당에 맡길 경우 전문가와 의원들의 뜻대로만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청년세대의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법안마련을 위해청년들이 주도하고 정당이 받는 형태의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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