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공약제안 ③ 자치입법권 강화해 지방분권 이루자

중앙정부 승인없이 독자정책 어려워
‘법령’으로 권한 묶여 운신에 한계
중증장애인지원 등 중앙과 상치
국세 對 지방세 6대 4로 확충필요

사례1

지난해 11월 5일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포함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청년수당은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 중 중위소득 60% 이하 만 19~39세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해 사회참여의 디딤돌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정부와의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지방정부는 주민지원 사업을 신설 또는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장관과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으로 지방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사례 2

지난해 12월 21일 성남시의회는 이른바 3대복지사업인 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사업을 포함한 201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정부와의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의요구를 지시했으며 성남시가 이에 응하지 않자 경기도는 1월 18일 성남시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성남시는 “3대 무상복지정책은 ‘법령위반’에 해당되지도 않고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건 것은 지방정부의 자치권과 시민의 복지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일”이라고 밝히고 법적 투쟁에 나서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의제가 이슈화 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는 지난 14일 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이안재 옥천신문 대표이사)과 협약을 맺고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 실천서약(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도 지난 8일 전국 시·도의회 의장 협의회와 경북도의회 여민관 세미나실에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4·13 총선 입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법 개정 찬성 여부를 묻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자체마다 몸집 맞는 정책 필요
한국의 지방자치는 2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구조에 눌려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로 고착돼 있고, 기능(사무)배분의 측면에서도 단순 집행사무만 지자체에 이관됐을 뿐 정책 결정권은 중앙정부가 거의 독점하는 구조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야권성향의 지자체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배정 논란이다. 누리과정예산을 둘러싼 쟁점은 2012년 어린이집 보육예산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교육청과 협의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정했다는 데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중앙정부에 얼마나 종속되어 있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고양시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 축소문제도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지자체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추진방안’에 따라 지방정부가 탄력적으로 운영하던 복지정책들이 정부지침에 의해 대부분 축소·폐지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사실상 중앙정부 승인 없이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복지정책 수립이 어려워진 셈이다. 수년째 어르신의료비지원조례를 추진중인 김경희 시의원은 이에 대해 “지자체별 현황에 맞는 복지사업도 필요한데 중앙정부에서 너무 획일화 시키려는 것 같다. 마치 몸집이 서로 다른 아이들에게 똑같은 옷을 만들어놓고 억지로 입히는 꼴”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비중 높아져
이처럼 지방정부의 자치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앙집권체제는 여전히 공고한 상황이다.

 헌법규정부터 지방정부의 권한을 ‘법률’이 아닌 ‘법령’의 범위 내로 묶는 등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는데다가 지역으로 이관된 국가사무의 대다수도 집행적 성격의 개별사무만 이양됐을 뿐 정책결정권은 빠져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재정분권의 경우에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여전히 8대 2로 공고한데다가 국가에 의존해야하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번에 희망제작소가 발표한 ‘지방분권 7대 과제’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인 ‘목민관클럽’회원지자체 단체장들의 연구모임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7대과제의 주요 내용은 ▲‘중앙-지방 협력회의’설치 ▲자치입법권 강화 ▲기관위임사무 폐지 및 사무배분 사전검토제 도입 ▲자치 기구·정원 운영의 자율권 강화 ▲국세대비 지방세 비율을 8 : 2에서 6 : 4로 확충 ▲국회 내 상설 ‘지방분권특별위원회’설치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이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은 “주민과 소통하며 현장과 밀착돼 있는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무엇보다 지자체 단체장들의 연구모임인 목민관클럽이 현장에서 느낀 문제를 토대로 선정한 과제들이라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대다수 지자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입법권 강화다.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으나,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법률위임, 법률유보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실효성 있는 자치법규를 제정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자치법규에 의무부과, 벌칙부과 권한을 위임하는 등 한계를 보완하자는 제안이다.

국민 기본권 보장관련 사업은 국비로
아울러 각 지방정부의 여건과 특성에 맞춘 조직구성과 인력운영을 위해 총액인건비에 준하는 범위 내에서 조직운영에 자율권을 부여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여기에는 지방의회 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을 의회의장에게 위임하고 주민투표, 주민조례제정 등 주민참여의 요건도 완화시키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밖에 지방세 비중을 현행 8대 2 구조에서 6대 4 구조로 확충해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지방재정운영을 보장하고 기초연금, 장애연금과 같은 국민 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사업은 전액 국비지원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 국회 내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상설기구화를 통해 지방이양확정사무에 대한 법개정을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궁극적으로 중앙집권적 구도에서 제정됐던 헌법을 지방분권형으로 개정해 풀뿌리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주권을 실현하는 방안들이 제안됐다.

한편 희망제작소와 바지연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분권을 위한 7대과제’를 가지고 전국 각지의 총선후보들에게 실천서약을 받아 그 결과를 오는 21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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