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호수공원 나무 산책』출간한 김윤용 작가 인터뷰

호수공원, 150여 종 나무가 자라는 우리 곁의 보물창고
천천히 걸으며 나무를 공부하기, 도시를 사랑하는 가장 멋진 방법

고양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인 호수공원. 신도시 건설 초기에 조성되어 올해로 벌써 스무해가 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호수공원이 제공하는 공간들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향유한다. 최근 선보인 새책 『호수공원 나무 산책』은 호수공원을 즐기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쓴 김윤용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초등학교 교사를 10년 하다가 교육전문지 월간 ‘우리교육’에 들어가 기자, 편집장을 거쳤고, 나중에는 출판사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다. 교육전문지 뿐 아니라 어린이책과 단행본도 많이 냈다. 대표적인 책이 신경림 시인이 쓴, 한때 나름 유명세를 탔던 『시인을 찾아서』다. 그 때의 인연으로 이번에 낸 책의 추천사도 신경림 시인이 써 주셨다. 2010년 퇴임한 뒤로 걷기와 책읽기에 몰두하며 재밌게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 전국을 두바퀴 째 돌고 있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서너차례 다녀왔다. 그런데 걷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나무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무공부를 시작했는데, 우연찮게 책까지 내게 되었다.

책을 내게 된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려달라.
내가 걷기에 빠져 있다는 소문이 나자 출판사 이상북스의 대표가 걷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책으로 낼 수 있겠냐는 제안을 해 왔다. 나 역시 걸으며 얻은 생각들을 모아서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걷기와 청소년 교화를 결합시킨 프랑스의 쇠이유 프로그램과 매치시켜서 글을 쓸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대신에 “호수공원을 걷다가 보니 자연스레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수공원과 일산의 작은 공원들을 공부하며 돌아보니 나무들이 거의 200종 가까이 있더라. 그 중 150종 정도는 글로 쓸 수 있겠다”고 답해줬다. 그랬더니 이상북스 대표가 그 자리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더니 즉석에서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말 그대로 얼떨결이다.
 
말은 얼떨결이라고 하지만 책의 내용은 무척 꼼꼼하다.
책을 내기로 한 작년 9월부터 네 달동안 집중적으로 글을 썼다. 우선 어떤 구성으로 어떤 나무들을 다룰지 정리를 한 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오전에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글감을 머릿속으로 다듬고, 집에 가면 씻고 나서 바로 정리하는 생활을 했다. 다행히 나무에 대한 좋은 책들이 있어서 늘 곁에 두고 참고를 했다. 각종 나무 도감과 함께 『궁궐의 우리 나무』를 쓴 박상진 선생의 책들, 『이 땅의 큰 나무』 등의 책을 낸 고규홍 칼럼니스트의 책들이 그것이다. 또한 문학작품이나 에세이 중에서 꽃과 나무에 관련된 이런 저런 글들도 많이 참조하거나 인용했다. 평소에 독서를 하며 메모해 놓은 자료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언제 어디서든 메모를 할 수 있게 기자수첩을 늘 가지고 다녔다. 걷기 시작하며 적은 메모만도 스물다섯 권 째다.  

나무에 대한 관심 못잖게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도 깊은 것 같다.
세실 가테프라는 사람이 『걷기의 기적』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자기가 사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고. 나도 마찬가지다. 걸으면 걸을수록 호수공원이 사랑스럽고, 일산 구석구석의 작은 공원들도 다 사랑스러워진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니, 한 곳에서 가장 오래 산 곳이 일산이다. 1996년 신도시 조성 초기에 입주해 20년을 살았으니까. 말 그대로 제2의 고향이다. 일산신도시와 연애를 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 다닐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경의선을 타고 백마 주점촌에 놀러오곤 했는데, 훗날 이곳에 와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사는 동네란 게 워낙 익숙하니까 별로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기 쉬운데, 가까이 있는 것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느냐에 따라서 매력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이 책을 어떤 이들이 읽으면 좋을까.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나무맹(盲)이었다. 이름을 말할 수 있는 나무가 30종도 채 안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름만 아는 은행나무, 느티나무 정도가 다였다. 그마저도 실제로 나뭇잎이 어떻게 생겼고 열매가 어떻게 열리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러다가 나무 공부에 관심이 생기면서 나무 하나하나가 비로소 보이더라. 나 같이 나무맹이었던 사람이 다른 나무맹들에게 나무에 대해 좌충우돌, 하나하나 알아가는 이야기를 풀어서 전해 주면 좀 더 편하게 전달되지 않겠나 싶었다. 전문가가 아닌 나무맹이 뒤늦게 나무에 눈 떠가는 사랑 일기라고 생각해달라.

나무를 알게 되면서 얻는 유익은 뭔가.
걷는 것 자체가 몸의 기억의 축적이다. 거기에 나무를 더하면 오감이 살아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맡고, 맛보고.  써먹을 일이 없으니 도시 사람들은 그 오감을 대체로 잊고 산다. 그런데 나무를 알아가다보면 오감이 총동원된다. 꽃을 감상하고, 향기를 맡고, 열매를 맛보기도 하고, 나무껍질을 문지르기도 하고, 바람소리에 서걱이는 나뭇잎 소리를 듣기도 한다. 오감으로 감지하는 풍성한 삶이 회복되는 것이다. 이걸 체험한 사람들은 나무공부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걷기와 나무 공부는 너무나 좋은 궁합이다.

호수공원도 다음달이면 스무살 생일을 맞는다. 가치를 매긴다면.
호수공원의 조성 초기에는 나무들이 별로 없어서 쉴만한 공간이 없었다. 한 마디로 별로 매력이 없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무들이 많아지고 숲 그늘이 늘어나면서 호수공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그러다가 나무에 관심이 생기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호수공원을 보게 되니, 이건 완전히 수목원 급이었다. 아, 호수공원이 보물 같은 곳이구나. 이 보물같은 공간의 숨은 가치를 다른 이들도 충분히 누렸으면 좋겠다. 97년인가 호수공원 유료화가 추진될 뻔 했다던데, 만약에 호수공원이 유료화 되고 놀이공원화 되었으면 어쩔 뻔 했나 생각하면 지금 이 모습으로 남아 준 게 천만 다행이다. 

호수공원을 가장 잘 활용하는 법, 역시 걷기와 나무인가.
호수공원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걸으며 즐기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있다. 언제든 멈춰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멈춰선 곳 곁에는 어디든 나무가 있을 것이다. 나무는 사계절 모두 서로 다른 모습을 선물해준다. 봄에는 벚꽃터널과 철쭉물결이 장관이고, 여름엔 호수위로 내리는 소나기 소리에 맞춰 쉬땅나무 가지며 모감주나무의 황금빛 꽃들이 흔들리고, 가을 단풍이야 말할 것도 없이 장관이고, 겨울엔 흰 눈을 배경으로 산수유나 낙상홍의 빨간 열매들이 매달린 장면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계절의 변화를 나무의 표정에 맞춰 관찰할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최고다.

사람들이 다들 바쁘게 산다. 나무에 관심을 갖는다는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여유는 아니지 않나.
많은 시간을 내기 힘든 이라도 일주일에 한번 맘 먹고 호수공원을 찾을 수는 있지 않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자기 나무 하나를 점찍어두라고 권하고 싶다. 이 나무는 내 나무다, 찜해놓는 것이다. 어떤 나무라도 좋다. 그리고는 일년을 관찰하는거다. 그러면 비록 나무 한 그루지만 사계절 변화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 줄 것이다. 나무 한 종의 매력을 느껴본다면 그걸 계기로 다른 나무들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출판을 계기로 재밌는 기획도 추진중이라고 들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해 ‘호수공원 나무지도’를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 호수공원에 있는 다양한 나무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게 목적이다. 책의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모금 목표금액은 500만원이다. 고양신문 독자들도 관심을 갖고 한번씩 들여다봐 준다면 고맙겠다. 멋진 지도를 만들어 배포할테니 기대해달라. 

이 책이 호수공원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 그리고 다양한 생명들에게 애정의 눈길을 보낼 줄 아는 이웃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인사치레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호수공원 스무 돌을 앞두고 선물 같은 책이 우리를 찾아와 준 셈이다. 그러니 그 정도의 마중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는 김윤용 작가가 깜짝 퀴즈도 숨겨놓았다. 조만간 책을 낸 출판사에서 책 속 퀴즈와 관련한 이벤트도 열 예정이라니 미리미리 책을 읽고 응모 준비를 끝내놓자. 다행히 마두역과 주엽역에서 가까운 서점 한양문고에 가면 따끈한 신간 『호수공원 나무산책』을 만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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