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유치원 운영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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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에 "다른 곳 알아봐라"
입학식 있고 두 달 뒤 문자통보
통보 두달 전 유치원 공모신청

어린이집 입학식이 있고 불과 두 달만에 ‘어린이집이 폐원하니 한 달 내에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문자를 받은 학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는다는 어린이집. 하지만 알고 보니 폐원의 진짜 이유는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유치원을 하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급하게 나가라는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 학부모들을 기만하기까지 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산서구 대화동주민센터 인근 주택가의 A어린이집(2006년 개원)은 72명의 재원생 학부모에게 지난달 28일 스마트폰 알림장을 통해 폐원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표면상으로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이 ‘한 달 뒤인 5월 31일까지만 운영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부랴부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다.

“문자 받고 처음엔 정신이 없었어요. 72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인근 어린이집으로 쫓겨나게 생겼으니, 우선 내 아이라도 집에서 가깝고 평판 좋은 어린이집에 빨리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자 받은 다음날 옮겨간 아이들도 많아요.”

“경영이 어려우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폐업을 했어야지 아이들 다 뽑아놓고 이제 와서 정원 못 채웠다고 폐업한다면 말이 됩니까? 수년 동안 친구들과 쌓아온 아이들 우정이 있는데 헤어지게 생겼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폐원 통보 두 달 전에 사립유치원 운영공모 신청
한 달이라는 시간을 정해두고 급하게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것도 분통 터질 일이지만, 폐업 이유가 경영이 어려워서가 아닌 다른 데 목적이 있다는 의혹이 생기고 난 뒤부터는 학부모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폐원을 통보하기 두 달 전인 지난 3월, A어린이집 대표는 현재의 어린이집 건물을 그대로 이용해 사립유치원으로 바꿔 운영하겠다며 교육청에 서류 접수를 한 것이 확인됐다. 일부 학부모들은 A어린이집의 이같은 행태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다음 학년이 시작되기 직전인 내년 2월까지는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두 명의 아이를 A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갑작스런 폐원 통보로 입학비와 원복 등 중복지출이 발생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힘들어할까봐 더 걱정”이라며 “어쩔 수 없이 폐원하는 걸로 알았는데, 유치원으로 바꿔 운영하려고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나가라는 것은 학부모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폐원 매뉴얼 부재가 더 큰 문제”
어린이집의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고양시는 당장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폐원을 하는 것은 사업자인 어린이집 대표의 자유이며, 다만 모든 원생이 다른 어린이집으로 이전조치된 다음에 폐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폐원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공무원의 답변이다.

정은숙 고양시 보육지원팀장은 “통상적으로 학기를 마치고 폐원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민원은 사실상 처음이다. 하지만 폐원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한을 정해두고 학부모에게 폐원 통보를 하는 것은 올바른 조치라고 할 수 없다”며 “원생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게 되면 폐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이모씨는 “모든 어린이집이 언제든 마음대로 폐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맞벌이 부부가 마음 편히 보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폐원에 대한 매뉴얼부터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폐원이 처음이라 미숙했다” 변명
현재 72명의 재원생 중 10여 명의 학부모들은 내년 2월까지 A어린이집에 계속 아이들을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양시 관련 공무원들도 (강제사항은 아니지만)A어린이집이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정상적으로 운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시는 고양교육지원청에 관련 민원이 있으니 ‘유치원 공모신청 처리시 신중을 기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A어린이집 측은 “지난 3월 유치원 신청은 계획적인 것이 아니며 즉흥적으로 한번 신청해 본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공분을 살만한 일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한 “계획성 없이 일을 처리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최대한 의견조율을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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