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고양포럼 양영식 박사(전 통일부 차관)


이달 6~7일 열렸던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에 큰 관심이 쏠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평도 많았지만 현 남북관계에 있어 의미 있게 해석해 봐야 할 내용들도 다수 있었다.

이번 고양포럼에서는 통일 전문가인 양영식 박사(전 통일부 차관)를 초청해 ‘한반도 평화 협상의 향방’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강연의 주요 내용은 7차 당대회 이후의 ‘북핵 협상의 전망과 과제’에 대한 분석이었다. 이날 양영식 박사는 김대중 정부 남북회담 실무자답게 전문가적 소견을 담은 분석자료를 참석자들에게 배포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

한반도, 휴전 이후 최대 위기
양영식 박사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일촉즉발의 ‘강 대 강’ 대치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핵탄두를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 준비하라’는 보도를 했고, 남한의 조선일보는 ‘우리 공군, 북한 핵심시설 정밀 타격훈련’이란 보도로 맞대응하고 있다. 내용만으로는 전쟁 직전의 상황을 보는 듯하다.
 
북측, 남북군사회담 먼저 제안
이번 조선노동당 7차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 주요 내용은 무엇이었나. 핵문제에 있어 북은 세 번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세계적인 핵강국’ 전열에 올랐다고 자평했다. 또한 자위적인 핵무장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 핵을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예상과 달리 적극적이면서 부드러운 어조를 사용했다. ‘통일의 동반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기 위해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남북 군사당국 간의 회담을 통해 충돌위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군사회담을 우회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남측 “북이 변해야 대화 가능”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은 어떠했나. 남측 통일부의 논평은 싸늘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진정성 없는 선전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또한 ‘남북군사회담도 공식 제의가 들어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3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북과 대화하는 것은 북한에 시간을 벌게 해주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라며 북과는 대화를 나눌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대화와 협상 주도적으로 제안해야
양영식 박사는 “김 위원장이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남북군사회담 제의 ▲‘통일의 동반자’라는 유화적인 호칭 사용 ▲긴급 현안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 등은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남측의 반응은 “지극히 의례적이고 구태의연했다”고 평했다. 그는 남한 당국이 북한 책임론에 집착하기보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초당적 협의를 통한 의견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북한은 대남관계에서 전례 없는 핵 강국의 입장에서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평화협정에 있어서는 그 주체가 필히 (미국과 중국이 아닌)남북한이 되어야 한다” 말했다.
 
북미 간의 적대관계 해소가 관건
어렵게나마 대화와 협상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도 많다. 북한이 이번 7차 당대회를 통해 ‘핵 보유국’을 선언하면서 북에 요구해야 할 사항들과, 그에 대한 대가 또한 수없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북핵 문제 협상은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양영식 박사는 마지막으로 전쟁 재발에 대한 위험성을 언급했다. 그는 “클린턴 정부(김영삼 정부) 때 ‘영변 폭격작전’이 시행될 뻔했다”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개전 24시간 내에 15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비극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북미 간의 ‘적대관계 해소’에 있다”며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결국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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