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캠페인에 9천여 명 서명, 철회 위한 청원서 당국에 전달

고양시·LH·국토교통부가 장항동 일대에 행복주택 5500호를 포함해 1만2500호 규모의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고양시민들 사이에 반발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일고 있다.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이하 장항지구) 계획이 지난 10일 발표된 직후 13일 생겨난 인터넷 카페 ‘고양발전시민모임’ 주도 하에 장항지구 철회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카페 회원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은 주말과 휴일이었던 지난 14일, 15일, 21일, 22일 일산서구 주엽동 공원길에서 행복주택 반대서명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문촌마을, 후곡마을 등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행복주택 반대를 주장하는 전단지를 부착하기도 했다.
그리고 행복주택 철회를 조목조목 따진, ‘장항지구 행복주택 철회를 원하다’는 청원서를 고양시에 전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청원서에는 ‘행복주택의 근본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고 주민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졸속 수립된 장항 지구 건립 계획을 철회할 것을 고양시와 국토교통부, LH공사에 정식으로 청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고양발전시민모임 측에 따르면 26일 현재까지 장항지구 계획에 반대해 서명한 시민은 온라인 서명자 4390명, 오프라인 서명자 4844 등 총 9234명을 헤아린다.

▲ 지난 22일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공원에서 ‘행복주택 철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인터넷 카페 ‘고양발전시민모임’ 제공.

공청회 없이 일방적 발표에 불만
이들 시민들이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이유를 간추려보면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향후 지어질 행복주택이 전국 물량 총 1만3000세대 중 전국최대 규모인 5500세대를 고양이 떠안았다는 점 ▲고양시가 자족 기능 부족으로 전형적인 베드타운(Bed Town)이었는데 또다시 주택개발을 한다는 점 ▲서울시 목동, 성남시 등에서 반대한 행복주택을 고양시가 받아들였다는 점 ▲주민공청회나 설명회 없이 정부와 손잡고 고양시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행복주택 반대 시민들이 당국에 전달할 청원서에는 ‘1년반 동안 협의해 왔다는 장항지구 건립 계획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가 총선이 끝나고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기습적인 MOU 체결로 시민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 시민은 “고양시는 법 때문에 사전에 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행복주택의 경우 주민 반발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것을 권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의 의견을 배제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행복주택은 주위의 집값을 떨어지게 하는 주택’이라는 인식으로 반대하고 있다.
세부적인 행복주택 반대 이유로는 1만2500호의 주택이 들어선 이후 나타나는 교통난을 우려하고 있다. 교통난을 우려하는 시민들은 이미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선 고양시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설 경우 자유로, 강변북로 일대의 만성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행복주택 입주민 특성을 고려해 장항지구와 주변 전철역, 특히 GTX역을 연결하는 환승체계를 구축하고 서울과의 접근성을 위해 광역버스노선을 확충하는 방안을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시의 이러한 대답에 대해 한 시민은 “GTX가 2019년에 착공된다 하더라도 예상 공사기간이 최소 5년이므로 일러야 2024년에 개통될 것이고, 장항지구 입주가 2021년 계획되어 있으므로 GTX 건설이 교통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외동포타운 ‘주민갈등’ 우려 
행복주택 반대 주민들은 장항지구에 최초로 조성되는 재외동포타운에 대한 불안감도 드러내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주민 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는 시민들이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에 있다.

이에 대해 이재학 고양시 도시계획과 팀장은 “한인협회라든지 경제인단체의 요구가 많았기 때문에 재외동포타운 계획을 담았다”며 “시민들이 우려하듯이 치안이 약해지고 범죄에 노출되는 단지가 아니라 장기간 외국에서 생활했던 동포들을 위한 안식처로 구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외동포타운을 반대하는 주민은 “고양시가 내세우는 타운형 단독주택은 수요자의 요청이 있을 때만 검토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해외에서 성공한 노년층 재외동포가 고국에 돌아와 원룸, 투룸 형태의 임대주택에 거주할 것이라는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양시·LH·국토교통부가 맺은 합의서에 따르면 재외동포타운은 임대형, 분양형, 타운형으로 구성된다. 임대형은 행복주택으로 공급되고 분양형은 국민주택 특별공급을 통해 공급되며 타운형은 실수요자 요청시에만 검토된다.

스마트시티, 입주자에게 운영비 부담
행복주택에 스마트시티를 적용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LH가 행복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40%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스마트시티를 도입할 경우 추가 조성비와 운영비 부담이 입주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다.

유엔의 국제기구를 장항지구에 유치하는 일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국제기구를 언제, 누가, 어디서 확정하는 건지 전혀 알려진 바도 없는데다 유엔에서 새 국제기구를 추가적으로 신설하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행복주택 단지 한가운데 들어온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지난 24일까지 장항지구에 대한 주민공람을 마치고 7월 중에 전략환경평가서 초안 공람공고를 실시하며 이로부터 7일 후 전략환경평가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또한 설명회 이후에는 전략환경평가서 수정안을 공람하는 기간을 거쳐 민원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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